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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 아래, 고양이 낮잠

by 그린토마토

우유는 동백나무 화분을 좋아하는게 틀림없다. 그 화분 뒤에 숨거나 그 뒤에서 낮잠을 자는 것을 즐기는 듯 했다.

밖에 나갔다가 우유가 베란다에서 자는 모습을 봤다. 베란다 밖으로 살짝 나온 앞발과 뒷발이 귀엽다.

우유가 눈치챘다. 내가 우유를 보고 있는 것을. 잠에서 깬 우유는 베란다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츄츄는 아프다. 며칠동안 힘없이 집안에 있더니 요즘은 안 보인다. 어디로 간걸까? 혹시 약이라도 구할까 싶어 근처 동물 약을 판매하는 곳에 갔지만 츄츄에게 줄만한 약은 없었다. 츄츄가 나에게 잡히지 않으니 밥에 약을 넣어주거나 물에 타주어야 하는데 그런 약은 구하기 힘들었다.

우유는 여자친구 크림이를 데려왔다. 우유는 사료를 먹다가 크림이에게 양보했다. 하지만 크림이는 내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못 먹었다. 그러곤 이내 베란다 바깥으로 내려가버렸다. 우유는 내가 옆에 있어도 마음 편히 밥을 먹지만 여자친구 크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며 경계했다.

고양이 우유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크림이를 바라보았다. 사료를 다 먹은 뒤 사료그릇 앞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우유는 말하지 않아도 나와 익숙해졌다. 동물과 사람 사이에도 우정이 있다면 나와 우유 사이에 아주 작고 작은 우정이 생긴 듯 하다. 나는 우유가 좋고 우유도 내가 좋기를 바란다. 츄츄도 얼른 돌아오면 좋겠다. 도대체 어디로 간건지. 나는 그저 주변을 살피거나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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