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츄와 우유는 둘 다 수컷이다. 둘 다 수컷이라는 것도 한참뒤에야 알았다. 같은 수컷끼리 사이가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두 고양이가 아기 같다. 작년 요맘때 태어났던 그 모습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새 성인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신기한 건 둘 다 다 자란 고양이지만 여전히 사이가 좋다. 밥도 같이 와서 먹고 절대 서로에게 하악질을 하지 않는다. 츄츄는 나비의 아기, 우유는 치즈의 아기이기에 엄마들끼리는 상극인데 둘은 사이가 참 좋다.
비가 오는 날은 같이 텐트에서 머문다. 한 마리가 먼저 먹이를 먹고 있으면 다른 한 마리가 기다린다.
햇살이 좋은 날은 좋은 날대로 담요를 양보한다. 절대 서로의 편안함을 위해 다투지 않는다. 어려도 의젓한 츄츄와 우유다.
둘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먹이를 기다리며 기척이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두기도 한다.
어느 날은 츄츄의 엄마 나비가 나타났다. 나비는 한동안 안 보이더니 요즘 부쩍 온다. 우유가 먹이를 먹으며 나비를 경계한다. 나비는 예민하고 까칠하다.
나비가 우유의 냄새를 맡는다. 우유가 뒤돌아본다.
우유는 먹이를 다 먹고 난 뒤 나비를 향해 하악질을 한다. 나비는 먹이도 못 먹고 쫓겨났다. 츄츄는 제 어미가 쫓겨나지만 별 반응이 없다.
어쩌면 츄츄는 아는지 모른다. 앞베란다는 츄츄와 우유 둘만의 공간이란 것을. 그것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우유가 부쩍 늠름해졌다. 덩치도 나비보다 커졌다. 늘 나비에게 쫓기던 치즈의 복수를 한 걸까. 물론 우유가 나비를 쫓아낸 뒤 나비의 편인 덩치 큰 고양이가 한동안 우유를 혼냈다. 그럴 때마다 나도 합세하여 덩치 큰 고양이를 쫓아내 주었다.
이제 우유와 츄츄는 더 이상 힘없는 아기 고양이가 아니다. 나는 왠지 신이 났다. 우유와 츄츄가 앞베란다를 지키기를. 다른 고양이들에게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뺏기지 않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