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선생님은
계엄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다
그러고 보면 몰라도 되는 일이다
그래도 좋을 일
역사책에서 보는 거라면 모를까
가족과 과일을 깎아 먹다 들을 일은 아니다
뒷머리가 좀 긴 듯한데 더 잘라달라고 할까 말까
시시한 고민이 사치가 되지 않는 하루
살고 죽는 일이 아니라
공연도 보고 고양이도 쓰다듬고 머리도 하는
하루가
그런 여느 날이
의사당 유리처럼 쉽게 깨어져버릴 수 있다는 게
살얼음 위를 걷는 일이라는 게
나는
대공분실 따위는, 남영동과 안기부 따위는
고문과 불심검문, 통행금지 따위는 모르고 살았다
알지만 모르고 살았다
모를 수 있었던 건
마산에서, 명동성당에서
전남도청 앞에서 누군가 흘린
피 때문이다
과거에 흐른 피가 현재로 수혈된다
나의 일상은 온통 빚이다
미래를 사는 또 다른 내가
몰라도 되는 일을 모르게 하는 일
살과 근육과 피로
시간의 댐을 짓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