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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경 Dec 11. 2024

계엄

미용실 선생님은

계엄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았다

그러고 보면 몰라도 되는 일이다

그래도 좋을 일

역사책에서 보는 거라면 모를까

가족과 과일을 깎아 먹다 들을 일은 아니다


뒷머리가 좀 긴 듯한데 더 잘라달라고 할까 말까

시시한 고민이 사치가 되지 않는 하루

살고 죽는 일이 아니라

공연도 보고 고양이도 쓰다듬고 머리도 하는

하루가

그런 여느 날이

의사당 유리처럼 쉽게 깨어져버릴 수 있다는 게

살얼음 위를 걷는 일이라는 게


나는

대공분실 따위는, 남영동과 안기부 따위는

고문과 불심검문, 통행금지 따위는 모르고 살았다

알지만 모르고 살았다

모를 수 있었던 건

마산에서, 명동성당에서

전남도청 앞에서 누군가 흘린

피 때문이다


과거에 흐른 피가 현재로 수혈된다

나의 일상은 온통 빚이다

미래를 사는 또 다른 내가

몰라도 되는 일을 모르게 하는 일

살과 근육과 피로

시간의 댐을 짓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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