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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경 Nov 28. 2023

데킬라, 아가베, 피

한글은 이렇게도 단정한데

숫자는 이다지도 상스러울까

아라비아 숫자 같은 빨간 혀를 섞어서

입에서 나오는 건 온통 잡스런 것뿐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손등을 얻어맞으면서 가지런한 건반을 두드렸다

검은 건반은 하나도 칠 줄 몰라서

C 메이저 스케일만 연주할 수 있지


밤이 되면 마신다 손등을 문지르면서

데킬라 세 글자가 가시처럼 돋쳐있다

저요 하고 선인장이 손을 든다

너도 한참 목이 마를 텐데

미안해


아침까지 안고 있으면

핏방울이 가시 끝에 끈적하게 맺힌다

아가베는 달고 피는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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