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변에서

by 황인경

비닐이란 단어의 반짝임처럼

바스락, 하는

한 번 쥐었다 편 것 같은 윤슬


가늘게 뜬 눈으로 가로누워

얼룩덜룩한 이름을 소독하는


파도가 몇 억 번치면 고운 모래가 될까

섬에도 가고 숲에도 가고

아름다운 하늘도 떠다니고


이 해변을 가장 오래 걸었던 사람

발자국은 모두 바다가 훔쳐갔지

몇 번의 일몰을 보고

몇 개의 유성에 소원을 빌었을까


두 발로 걷다가 네 발로 뛰다가

마지막엔 날기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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