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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몸이 아니라 정신을 이롭게 한다_샤워를 두 번

by 오인환 Mar 25. 2025

 

몸을 씻는 행위는 단지 위생일까, 아니면 일종의 의식인가.

개인적으로 '의식'에 촛점을 둔다.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샤워'라는 개념은 과거 19세기 정도에 만들어진 개념으로 과거에는 없었다.

과거 우리에게는 '목욕'이 익숙한 형태다. 목욕은 ‘머리를 감다(沐)'와 '몸을 씻다(浴)'가 합쳐진 말이다. 욕(浴)은 삼수변에 계곡곡을 사용한다. 계곡처럼 흐르는 물에 몸을 담그는 행위다.

이는 위생보다 의식에서 먼저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유교에서는 제사를 지내기 전, 목욕을 통해 마음을 맑게 했다. 불교에서는 출가 전, 스님이 되는 사람이 욕법을 거쳤고, 도교에서도 수행 전 준비 행위로 목욕을 선택했다.

동양에서 정화의 상징이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화랑들이 산천을 돌며 목욕하고 심신을 단련했다는 기록이 있다. 목욕이 단순히 청결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도'를 닭는 행위의 확장인 셈이었다.

그렇다면 '샤워'라는 개념은 어떤가.

샤워도 다르지 않다. 샤워는 '씻다'는 의미가 아니다. 위에서 쏟아지며 흩뿌려지는 것을 '샤워'라고 한다. 가령 '칭찬 사례' 혹은 유성우처럼 하늘에서 쏟어져 내려오는 것을 '샤워'라고 불렀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고대 로마하면 '공중 목욕탕'이 먼저 떠오른다. 이곳은 단순 위생을 위한 곳이 아닌 '수양'을 위한 곳이었다.

기독교에서는 '세례'가 있다. 세례는 완전히 잠근다는 뜻으로 전신을 물에 담궜다. 새로 태어나는 아주 성스러운 의식 중 하나다.

현대에 와서 '샤워'가 단순히 더러운 노폐물을 씻어내는 위생적인 개념으로만 사용되지만 '샤워'는 본래 '몸과 마음'을 수양하는 도구다.

사람들이 샤워를 아침에 혹은 저녁에 한번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위생적으로 혹은 미용적인 이유로 '샤워'가 소비된다. 다만 샤워의 의미는 '경계'를 만든다는 것에 있다. 씻는다는 것은 '안과 밖'을 나누는 행위다. 더러움과 청결함을 구분 짓고 일과 휴식을 나눈다. '욕'이던 '세례'던, '샤워'던 실제로 들어 갈 때와 나갈 때의 마음은 완전히 다르다.

삶을 살면서 사색하고 책을 읽으면서 몇몇의 사고의 전환이 생겼다. 바로 인간의 의지력에 대한 의심이다. 태양의 흑점 활동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이라던지, 지구 내부의 화산 활동이 국가나 인간에게 미친 영향은 가히 절대적으로 보인다.

그것은 현대인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인들도 꽤나 잘난 척 하지만 지정학적 이유나 지구과학적인 원리, 천문학적인 이유로 영향 받는다.

해가 지면 단순히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호르몬은 다르게 분출된다.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행동을 취한다. 단순히 밤에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침시레 두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끼치는 해악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샤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해가지고, 인간의 생체 리듬이 달라진다는 건 단순한 생리 현상이 아니다. 그 변화에 맞춰 우리는 '몸의 리듬'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샤워는 바로 그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지 땀을 씻어내기 위해 물을 트는 것이 아니라, 밤이라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의례인 셈이다.

'샤워'는 떨어지는 물소리를 듣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나체로 서서 눈을 감는 거의 유일하게 '무위한 현대인의 명상 시간'이다.

어쩌면 아주 짦은 순간 세상과 관계를 끊는다.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기기도 멀리 둬야 하며, 조용한 물소리만 듣는다. 그곳에서 우리는 하루동안 묻은 감정의 잔여물, 불안, 피로 혹은 무심코 흘린 말들을 천천히 씻어낸다.

그러고 나면 샤워실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우리는 조금더 가벼워진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그렇다.

유대인들이 식사를 하루에 세 번 나눠 먹으라고 한 것도 '건강'을 위해서 혹은 '배고픔'을 다스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하루 세번 신에게 기도를 했다. 그들의 만든 하루 세끼 문화 또한 그리 길지 않다. 먹는 행위, 씻는 행위, 자는 행위는 '본능'에서 멀어져 인간다 무언가를 구분 짓게 한다.

고로 하루 두번 씻기는 결국 몸이 아니라 정신을 이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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