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성 저자의 '반도체 제국의 미래'를 읽었다. 딱히 반도체에 관련된 업종에 몸 담고 있지도 않고, 투자를 하고 있지도 않다. 막연한 반도체에 대한 호기심은 내가 이 책을 일게 만들었다.
최근에 나는 '에이트'라는 책을 읽었다. 항상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와 있던 이 '에이트'라는 책과 지금의 책을 굳이 비교해 보자면, 사실 더 많이 팔렸어야 할 책은 이 책이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이다.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
이 책은 반도체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고 그 산업은 어떤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작가는 처음 글 어가는 글에서, 자신의 글에 나오는 어려운 용어 들에 대해서 모두 이해하려들지 말고 큰 흐름만 느끼란 듯이 말한다.
실제로 저자의 그 첫 말 한마디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어려운 여러 용어를 가볍게 접하며 읽을 수 있었다. 참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친절한 작가이다. 또한 그가 어렵고 복잡한 것들을 알기 쉽게 예시들을 적절하게 들어주는데, 그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질 정도이다.
우리는 반도체가 정확하게 어떤 건지 정확하게 모르면서, '이렇게 해주세요., '이렇게는 왜 못하고 있나' 하고 불평불만을 할 때가 있다. 적어도 우리가 접하는 이런 문명이 그저 하늘에서 떨어진 마법 같은 것이 아니라, 자연의 물리와 화학의 법칙의 조하로 이루어진 집합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아무래도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분명하게 느낄 것이다.
반도체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나는 어린 시절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세상 최첨단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막일이다.'
사실, 우주로 우주선을 보내는 일이나, 조선왕조실록이나, DNA를 분석하는 모든 일들은, 아주 단조롭고 단순한 일들이 중첩적으로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때문에 모든 것들의 기본을 '단조로움들의 막일'라고 표현한 것이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삼성전자가 하는 일도, 마법이 아니다. 이는 인류가 겪어온 '현대사'만큼이나 반도체의 역사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려준다.
책을 읽다 보면, 대부분의 한국 서적들은, 한국의 장밋빛 전망이나, 비판만 할 뿐 정확한 중립의 입장에서 글을 서술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매우 중립적으로 대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는 한국 반도체의 미래에 대해 조금은 긍정적인 것 같다. 그 이유 또한 국수적인 방향이 아니라, 기술적인 논리를 가지고 설명한다. 참 운이 좋게도,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가장 선도적인 기업 중 하나의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은 한국의 경제에 국한될 뿐만 아니라, 인류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에 서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생태계가 왜 그들이 독점적 기업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핸드폰, 디스플레이, 에스디에스 등의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운이 좋게도, 타이밍도 좋게도 인류의 기술은 스마트폰이라는 소형 컴퓨터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세계와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해 나갔다. 그 세계를 창조하는 기초 토양은 반도체에 있고, 그 토양 위에 애플과 넷플릭스, 구글 등이 휘향 찬란한 문명을 뽐낸다.
삼성이 그 토양을 가꾸는 적절한 회사라는 사실을 발견해이는 애플이다. 애플이 소형 모바일 컴퓨터를 만들어 보급하기 전에는 인텔이라는 거대기업의 토양을 만들어주었다.
최근에는 독보적이었던 인텔의 아성을 삼성이 이미 넘었다. 이러한 세계적인 기업이 대한민국에서 탄생한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