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단순히 남들보다 한 해를 더 많이 산다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먼저 겪어 보는 것이다. 경험에는 좋음과 나쁨이 없다. 모든 경험은 자산이 된다. 그런 경험과 기억이 많을수록 어른이 된다. 남들이 겪어보지 못한 인생을 살수록, 누군가에게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희귀할수록 값 비싸진다. 먼저 겪어 보고 많이 겪어 볼수록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조용히 공감해 줄 여유가 생기고 불처럼 뜨거워진 상대의 감정에 냉정하게 대응해 줄 수 있다.
한 살과 한 살을 지내가며 생물학적 노화만 진행시킨 건, 어떠한 우월성도 아니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는 나와 4살이 차이 난다. 가장 형, 동생으로 지내지만 호칭만 다를 뿐, 완전한 친구다. 나는 친구에게서 배우며 성장한다. 나와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갖고 있는 이는 나이를 막론하고 스승이고 어른이다. 밖으로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어른을 만날 수 있지만, 시간과 비용의 제약으로 나는 활자로 남겨진 스승과 어른들의 영혼을 만난다. 내가 책장을 넘겨주길 인내하고 기다려주며, 내가 어떤 자세로 어디서 언제 만나는지와 상관없이 그들은 나를 누구와도 똑같이 대해준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설명해 주기도 하고, 내 이해력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주기도 한다.
책을 만나는 경험은 그렇다. 많은 스승과 어른을 책으로 만나며 성장해 가다 보니, 나 또한 많은 경험을 갖게 된다. 어제는 생각이 많았다. 일반적이지 않다고 판단되는 많은 일들이 나에게 왔다. 나는 그것들을 피하지 못했다. 담담히 그것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도록 두었다. 꾸역꾸역 피해 가며 남들과 비슷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오는 것들에는 우연이 없다. 내가 가는 방향과 그것이 오는 방향이 우연히 맞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을 것이다. 담담하게 맞이 한다.
영화 같은 일, 소설 같은 일, 시트콤 같은 일. 누군가의 각본에서 나올 법한 다양한 사건이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것은 나의 인생을 역동적이게 만들어주는 좋은 소재 들일지도 모른다. 쉽게 생각하면, 나는 단순히 남들보다 먼저 겪는 일들이 많다. 그것은 내가 불행해서도, 운이 좋아서도 아니다. 남들이 미루고 미루기를 그리고 감추고 감추기를, 피하고 피하기를 반복하는 일들을 그저 운명으로 담담히 맞이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피부 주름과 흰머리는 노화를 진행시켜주지만, 주어진 시간을 비워 놓으면 나는 나이 먹은 어린 애일뿐이다.
지금 겪는 일..
단순히 남들보다 먼저 겪는 일일 뿐이다. 성장해 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