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태어나버림'과 '죽어버림' 사이의 공백일 뿐

by 오인환

삶은 '태어나버림'과 '죽어버림' 사이의 공백을 채워 넣는 일일 뿐이다. 인생에는 목적이 없다. 어떤 목적을 달성해야 할 의무도,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일은 의미 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그 의미를 찾는 일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어린 시절, 나만을 특별하게 대해 줄 거라는 기대를 세상에 하고 살았다. 좋은 쪽이던 나쁜 쪽이던 나에게 인도하는 명확한 방향이 있다고 믿었다. 나만은 특별해야 한다는 자만도 있었다. 그 기대를 충족하고자 대부분의 인생을 허비했다.

매일이 죽음과 가까워져 가는 것이 삶이다. 이루고자 하는 일을 이루어도, 이루지 못해도 결국은 종전으로 향한다.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은 스스로 만든 가상의 목적지일 뿐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강박으로 스스로를 속박해놓고 '패배자'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힘든 일을 포기했다고 패배자는 아니다. 패배란 겨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당신은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다. 자신이란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이다. 어떤 일을 이루는 일이 스스로에게 명확한 사랑인지, 폭력인지를 깨닫는다면 우리는 모든 강박으로부터 벗어난다.

이루고 싶다면 이루려 노력해보면 된다. 다만 그 과정을 즐기면 된다.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다시 이루려 노력해 보면 된다. 다만 그 과정을 즐기면 된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게임의 규칙만 바꾸면 우리는 언제든 이룰 수 있고 언제든 포기할 수 있으며, 언제든 자유로워질 수 있다. 모든 게임의 룰은 우리가 만든다. 30살에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경기의 룰도... 28살까지는 취업을 해야 한다는 게임의 룰도... 50세에는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임의 룰도... 자신이 만들었을 뿐이다.

세상이 왜 그렇게 늦냐고 물어도 기죽을 것 없다. 달에 착륙했던 인간의 발자국들 중, 그 첫 발자국만 의미를 가진다. 이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도를 했다면 그것은 시도를 해 보지도 않은 수많은 이들보다 훨씬 나은 존재이다.

다만,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일들도, 이루지 못한 일들도 소중한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고, 그 둘 모두가 사실은 죽음까지의 공백을 채워 넣는 일종의 놀이 들일뿐이다.

인생, 너무 무겁게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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