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서울대학교 병원을 갑니다, 어릴
적부터 병원은 수없이 다녔고, 이제는 그
병원을 혼자서 갑니다.
혼자 가서 진료도 받고, 병원비도 내 돈으로
내고 다음 진료도 예약하고 옵니다. 어릴 땐
어려서도 그렇지만 혼자서 병원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때가 대부분이었고 그런 날
가는 곳은 늘 응급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혼자서 응급실이 아닌 외래
진료실로 갑니다, 병원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온몸의 세포가 놀라 피부 밖으로 나올 거처럼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린 나에게 병원은 거의
포비아 수준이었습니다.
엠뷸런스를 타고 응급실 앞에만 가도 차가
서기도 전에 풍겨오는 병원 냄새 만으로도
병원에 도착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후
얼마나 고통스러운 과정들이 내 앞에 펼쳐질
거란 생각에 당장 아픈 것보다도 더 겁에 질려
병원이 떠나가라 목놓아 울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그러던 내가 이렇게 혼자서 병원을 왔다 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지금은 감사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어느 누가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이 있겠냐만은
사람은 살면서 작게든 크게든 아프기도 하고
때론 예기치 않은 사고나 질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기도 하는가 하면,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일상을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도 병원을 가면 진료실 앞이나, 검사
대기실에서 마주치는 많은 환자를 보면 남일
같지 않은 감정이 이입이 되어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합니다.
특히 온갖 기계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어린 환아를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또 병원이
병원인만큼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 앞엔
엠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쉴 틈도 없이 항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합니다, 또 저런 상황에
의료진들의 연락을 받고 달려올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걸 보면 아직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지금은 개원을 했지만 이곳에서 인턴 및
전공의로 일했던 조카 얘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지 얘기를 듣다 보면 절로 고개가 떨궈질
정도입니다. 조카도 그러면서 갑자기 신앙심이
깊어졌다고 합니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음날이 병원
예약일이다란, 알림 문자만 받아도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고 '언제쯤 병원을 안 가고 살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또 분명 진료시간을 예약하고 갔지만 진료실
앞에서 두어 시간 기다리는 건 별로 특별할 거
없는 이벤트입니다, 그러다 잠시 의사를
만나고 엑스레이라도 찍을라치면 수납
대기시간에 또 검사실 앞에서 대기시간에다
그러고 만나는 의사와의 면담 시간은 내가
기다린 시간에 비해 너무나도 짧습니다, 뭐 나야
오래 있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말입니다.
오래 병원을 다녀본 경험으론 그냥저냥
빨리 끝내고 진료실밖을 나오는게 여러모로
좋은 사인은 분명 한 거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병원 냄새만 맡아도 두통이 올 정도
입니다, 후각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쾌쾌 묵은
어릴 적 병원 생활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래서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을 잘 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처럼 코로나 팬더믹 상황은
나에게 더욱 공포입니다.
그런데 어제 병원을 나오면서 갑자기 든 생각이
아, 이렇게 여기까지 혼자서 왔다 갈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하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와서 이렇게 잠시 진료만 보고 바로 집으로
가는 것이 이렇게 감사한 일이 될 수도 있단
생각이 드니 한결 다녀가는 마음이 가벼워지고,
앞으로의 나의 삶도 좀 더 단순하게
살아야겠다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작년부터 매달 무급으로 한 달의
반을 쉬다 보니 경제적인 상황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이것저것 챙겨 주는 것도 많고,
비단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나를 이해하고
마음을 털어놀 사람이 있고, 무엇보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그래서 나의
재정상태에 비해 마음은 풍요로움까지
느껴지니 말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돈이나 물질적인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좋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에 더 집중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사람에게 상처를 받지만, 또 그
상처는 사람에 의해 치유된다고 합니다. 지금
내가 강남 한복판 초호화 빌라에 살아도 마음
나눌 사람 한 명 없다면 지금 응암동 9평
빌라에서 사는 것이 더 낫겠다란 생각이 드는
저녁 시간입니다.
갑자기 이런 문자는 처음 받아봄, 내가 우수고객(?)이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