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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Jul 17. 2024

여름, 나도 성장하고 있다.

여름이 무르익어가는 거 같다,

눅눅한 공기 속에서, 귓가에 윙윙

거리는 모기 소리, 저녁만 되면 불빛

사이로 몰려드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온갖

벌레떼... 여기 서울 맞나... 싶을 정도로 많다...

내 기준에선 여름의 최악의 조합이다.


눅눅함+모기,잡으려면 날쌔게 사라졌다가

자려고 하면 다시 귓가에서 앵앵

거린다........ 예전 같으면 자다 일어나서

온 집안의 살아있는 건 나 빼고 모든 걸

없앨 기세로 모기약을 뿌렸겠지만 지금은

모기약을 쓰는 것도 토리 때문에 부담

스럽다. 대충 모기가 없을 거 같지만, 그냥

애꿎은 방바닥에 모기약을 두세 번 분사

후에 다시 잠자리에 든다.

원래 같으면 천정을 향해 분수쇼라도

하는 거처럼 분사했을 텐데 말이다.

또 그이면엔 여름은 뭔가 풍성해 보인다,

그래서 멀리 보이는 시야가 참 푸르고

예쁘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찬란한 햇살, 운전 중에 만나는 가로수길,

높은 빌딩 너머로 듬성듬성 보이는

작은 숲 속, 멀리 보이는 산이 초록빛으로 

가득 차있다, 햇살이 따로 비치치 않아도

눈이 부시다.

좌:조계사 우: 출근길

내가 서울에 살아서, 우물 안 개구리

일수도 있는데, 궁이면 궁, 공원, 한강,

산까지도 조금 시간만 내면 쉽게

갈 수 있다, 거기다 온갖 편리함을

갖춘 가게며 상점, 거기다 배달도

당일 배송이 되는 곳도 많다.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가...


그런 곳에서 나는 내가 가진 작은

것에만 집중하고 우물 안 개구리로

참 오랫동안 살아온 거 같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그 시간들을 보상이라도

받듯 시간만 면 해외를 무작정

다니기도 했다, 제주도는 뭐 당일치기로

다녀 올정도라면 말 다한 거 아닐까...


나는 1인가구이고, 내 급여가 우리 집의

전체 수입원이고, 즉 그 돈으로

온갖 세금이며, 병원비, 식비까지

모두 내가 벌어서 내가 감당해야 한다.

스스로 벌어서 스스로 살아가니,

누구한테 빚진 마음은 없지만, 스스로

살아야 한다는 것에는 늘 불안감이

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질, 재화가 참 중요한 세상이지만,

살다 보니 어느 것을 우선순위에 두냐에

따라 삶의 가치관이 참 많이 바뀌는 거 같다.

누구나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가질 수도 없는 가치를 삶의 전부인 것처럼

재화만 쫒으면서 살고 싶진 않다.

지금 당장 내가 명품샵에 가서

가방을 사고 싶은 것도, 비싼 외국

브랜드의 고급차를 사고 싶은 것도,

한강이 보이는 넓은 평수의 집에

살고 싶은 것도 아니니, 그냥 지금

내 수준에서 소소히 즐기면서 살고 싶다.


그중 하나가, 토리와 함께 가끔(?) 가는

애견 카페이다, 지난주엔가 어느

애견 카페를 갔는데, 강아지 입장료가

7000원에, 보호자 입장료가 8000원

이였다, 자주 가면 분명 내 소득에 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겠지만 가끔

가는 거라면 토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같았다. 여기가 거의 산밑이라

공기가 참 좋았다. 그래서 그때 든

생각이  이 정도만 즐기며 살면 좋겠다란

마음이 들었다..

애견카페,토리야 우리 이런데 자주 말고 가끔 오자~ㅎㅎ

나는 성격이 급하다, 마음 먹은게

있으면 빨리 하지 않으면 병이 생길

정도로 급한 성격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나의 성격이 안 변할 거라고 생각

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심지어 지금은 지각왕이란 별명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한 번 지각을 하니 잘 고쳐지지

않는다, 예전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지금이 되어 보니 예전에  내가 그렇게

싫은 소리를 하는데도 밥먹듯이 지각을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된다.

5~10분 지각이긴 한데, 이젠 남들이

이 정도 지각을 해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나도 그 정도 지각왕(?)이 됐다.


이렇게 삶의 5분 10분 틈을 주니,

내 정신건강도 좋아지고, 조금 여유(?)도

생기니 좋다. 물질, 재화도 마찬가지

인 거 같다, 위에 말했듯이 그냥 애견카페

한 번씩 가고 배고플 때 가끔은 사치로 내가

좋아하는 과일로 배를 채울 정도이면

그만하면 족하다.

토리 산책을 하고 땀을 한 바탕 쏟은 뒤에,

집으로 돌아와 토리 발을 닦으면서 나도

씻고 난 뒤에 앞에 과일을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여유.... 사실 토리가 먹을 수 있는 건

토리도 조금 주고 경쟁 없이 느긋하게

혼자서 먹는 생각만 해도 좋다.


벌서 1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고, 7월도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시간에도

여유를 두자 뭔가 계획한 일이 있으면

내년이 아니라 오늘 시작해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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