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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가세요, 두 번 가세요!

2019년 10월, 코로나 시작 전 마지막 해외 여행기..

by Lena Cho


2019년 10/9일 꿈만 같았던 고대하고,

기대했던 나의 Sicily, 시칠리아 추억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매년 3~4번 해외여행을

다니다가 코비드 19로 인해 이 여행을 끝으로

아직까지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더 특별한 여행이 된 나의 시실리 여행,

생각했던 거보다 훨씬 좋았고 고맙기도

한 추억이 많은 여행이다.


이태리 본토에서 떨어진 섬 시칠리아, 시실리는

지중해 최대의 섬이라고 한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내가 준비한 것은 국제선 대기표

티켓 두 장(항공사 직원 티켓은 확약이 아니라

대기표로만 티켓팅이 가능하다) 인천공항에서 로마,

로마에서 카타니아까지 비행기 티켓과

카타니아에서 묵을 AirBnB 2박 3일 숙소

예약이 전부였다.


우연찮게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됐지만,

MBC에서 하는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는 걸

보고 한 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있었던

차에 연말이 가까워 오다 보니 회사에서 팀별로

연말 전 모든 연차를 소진해야 한다는 공문이

나와서 약 2주간 쉬게 되어 갑자기 떠나게

되었다.


여행은 많이 다녀봤지만 늘 다니던 여행이

매번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장거리도 짧게,

단거리는 더 짧게 다녀온 여행들 뿐이라 이렇게

비행기까지 갈아타고 가는 일정은 거의 없었던

터라 이제껏 떠난 여행 중 가장 긴장되고,

설레었던 여행이다.


로마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약 1시간 반 정도를 더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

그땐 시칠리아가 관광지로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전이라 먼저 가서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고 싶은 마음에

시칠리아가 가까워져 올수록 설레는

기분이었다.


시칠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가

카타니아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밤 11시

정도였고 공항에서 숙소까진 택시로 한 30분

정도 거리에 택시비는 25유로 정도 나왔다.

섬이다 보니 공항도 매우 작아서 짐을 찾아

나오면 바로 공항 앞에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내가 짐을 찾아 나왔을 땐 11시가 넘은

시간이었고, 하필 비까지 내리고 있는 데다,

어렵게 탄 택시 기사는 내 숙소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어느 골목에 정차해서 이 길은 차가 못

들어간다고 알아서 가라는 듯 나를 어두운

골목에 내려주고 휙 가버렸다, 나쁜 X....


말만 통하면 쌍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었지만,

나는 이태리어도 못하고, 여행에서 이 정도 일로

기분 상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쿨하게

넘어가기로 하고, 골목 이곳저곳을 헤매다

어떤 젊은 여자 두 명을 만나 길을 물으니

휴대폰으로 길을 검색해 알려줘서 간신히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숙소 주인은 젊은 남자인데, 늦은 시간까지

나를 기다려주고 친절하게 체크인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숙소가 거대한 호텔이 아니라,

AirBnB이다 보니 찾기가 쉽지 않고,

주인이 상시 숙소에 있지 않다 보니, 만날 일이

있으면 따로 매번 약속을 해야 한다는 불편함

점도 있지만 저렴한 가격치곤 위치도 좋고

간단하지만 조식도 제공하는 곳이어서 나도

처음으로 현지인이 하는 민박집에 예약을 하게

됐다, 특히 이곳은 이런 숙소가 도시마다 많았다,

잘 찾아서 이용하게 된다면 가성비 좋은 여행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숙소는 유럽의 여느 빌라와 마찬가지로 오래된

건물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의

작은방이었지만 개인 화장실도 있고 해서 혼자

쓰기엔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 도시를 거점으로 다른

도시 두 군데도 3박 4일로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그때 이곳 숙소에서 짐을 맡아줘서, 여기를

거점으로 편안히 소도시 여행도 다녀올 수

있었다.


여기에서 나는 1박 2일로 시라쿠사를 갔다가,

버스로 카타니아로 와서 터미널과 가깝게 있는

중앙역에서 타오르미나로 가서 2박 3일을

묵기로 했다.


만약 숙소에서 짐을 맡아 주지 않았다면 매번

이동할 때마다 캐리어를 끌고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만 했던 것이다.


아무튼 내가 처음 묵게 된 숙소에서는 간단하게

토스토와 몇 가지 스낵에 치즈가 제공됐다,

치즈는 종류와 퀄리티가 약간 다르긴 했지만

내가 시칠리아에서 묵었던 모든 AirBnB에서

제공이 되었고 커피도 직접 내려 주어서

든든하진 않지만 배부르게 먹을 순 있었다.


유럽의 호텔비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면 나에겐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었단 생각이 든다, 물론

가끔 뉴스에서 이런 형태의 숙소에서 안 좋은

일도 벌어진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조심해서

잘만 활용한다면 여행자들에게 그곳의 문화도

좀 더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AirBnB 이용하면 가장 불편한 점이

주인과의 만날 일이 있으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서로 시간이 엇갈리기라도 하면 한없이

주인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생기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 두기로 하자.


이렇게 엇갈리게 되면 길 잃은 고양이처럼

주인님을 집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다행히 매번 꽤 괜찮은 주인장들을

만나 크게 불편함은 없었는데, 첫 번째 숙소에서

다른 도시를 갔다가 돌아오는 날 주인이 좀 늦게

와서, 집 앞에서 약 1시간 정도를 기다렸던 적이

있었다.


또 이때 내 휴대폰이 안돼 나는 집 앞에서

기약도 없이 마냥 기다려야만 했는데, 숙소 앞에

있는 이발소 아저씨가 그런 나를 보시고, 여기

숙소에 왔는지를 나에게 물 은신 뒤, 주인한테

전화를 해서 아마도 '너네 집 앞에 어느 여자 한

명이 아까부터 와서 목 빼고 당신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전달해 주는 거 같았다.


그리고 나선 아저씨는 영어를 잘 하시진

못했지만, 나에게 주인이 곧 올 거란

얘기를 해 주셨고, 얼마 되지 않아

주인이 바이크를 타고 나타났다.


이발소 아저씨는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리를

이리저리 베베 꽈가며 집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손님을 한 두 번 보시진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마다 매번 지금처럼 전화를 해줬는진

모르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낯선 이의 선의는

여행지에서 어떤 것보다 그곳을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큰 힘이 되는

것임엔 틀림이 없다.


이태리어는 모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왠지 경상도 사투리처럼 투박하게 때론

잔뜩 화가 난 말투처럼 들리다가도 또 어느 때는

정감이 있다, 아마도 친한 친구 몇 명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친구가 있어 그런 거 같기도 하다.


또 서로 언어의 차이로 잘 통하지 않을 때도

눈빛과 손짓으로 나누는 대화가 말로 하는

한 마디보다 더 정감 있게 전달되는 거 같다,

아무튼 생각지 못한 아저씨의 도움으로 쌓인

피로가 풀리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행지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매번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여행지에서 혼자

다니거나, 가뜩이나 나처럼 길눈도 어둡고,

뭔가 사기를 부를 거 같은 얼굴은 마음만 먹으면

나쁜 사람들의 손쉬운 타깃이 되기 쉬울 거 같다.


그래서 늘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나를 위해 좀

힘들어도 달고 다니는 것이 좋다. 암튼 다시

돌아온 숙소는 이전에 맡긴 짐도 잘 있었고 또

그 짐을 보자 마치 집에 온 거처럼 마음이 편안

해졌다.


또 나는 이틀 후에 지금 있는 이 도시에서 아예

반대방향의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인

팔레르모로 떠나야 해서 교통편 때문에 약간의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 있는 동안은

좀 긴장을 풀고 쉴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에 작은,

아니 큰 위안이 되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이렇게

마음 놓고 푹 쉬기란 쉽지가 않다, 더욱이

그 여행이 혼자라면 늘 크고, 작은 긴장 속에

24시간 머무는 거 같다.


가령 앉았던 자리도 떠나기 전 한 번 더 확인하고,

또 여행지에서 도시 간 이동시 버스나, 기차표

예약할 때도 출, 도착역 이름만 100만 번

확인에다, 기차를 타기 전에도 플랫폼 번호

100번 확인하기, 좌석 번호도 세 번씩은 확인,

또 기차를 타서도 옆에 둔 짐을 일정 간격으로

도착하기전까지 한 30번은 확인하기와,

내릴 때도 소지품 및 앉았던 자리 바닥까지

두 세번은 확인해야 하고, 무엇보다 휴대폰

이 잘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아~조금 피곤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행지에선

한 순간에 물건을 잃어버리기가 쉽다...


이렇게 해도 뭔가 소소하게 실수하고 놓치는

것이 많다, 예전에 사람들이 쇼핑 삼아 일본을

미친 듯이 여행 갈 때 나도 일본을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쇼핑을 한참을 하고 나와서 가방도

무겁고 다리도 아파 쇼핑몰 밖에 벤치에 잠시

앉았다 일어서면서 옆에 뒀던 쇼핑백을 그냥

두고 갔다가 손이 허전해 바로 뒤돌아 와 보니

금세 내 심혈을 들여 고른 물건들이 담긴 나의

쇼핑백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주변에 노점상 주인들한테 물어봤지만 그들은

모른다고만 했다.


그 후로 일본에서 돌아와 그 쇼핑몰이 찍힌

카드 명세서를 받고 쓰라린 눈물을 훔친 뒤엔

더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여행을 다니면서 위에 내용처럼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있을 때마다 내가 가장 큰

위안을 삼는 게, 내 몸이 안 상해서 다행이다,

여권이 있어 다행이다, 휴대폰이 있어 다행이다,

지갑이 있어 다행이다 순으로 여행 시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 중점을 두면서, 보살피고

확인하는 것들이다.


여행 중 건강 외에 다른 건 잃어도 어쩌면,

여행은 어찌어찌 다닐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나의 멘탈론 위에 내가 나열한 것 중 하나라도

없어진다면 나에겐 그 여행은 더 이상

이어나가기 힘들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여행지에선 화려한 액세서리나,

옷 등은 되도록 걸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입고 싶어도 좋은 옷이나 주얼리

등이 나에겐 없다는 게 함정이다;;


아무튼 나는 가방이나 지갑도 동네 문구점에서

산 듯한 것을 들고 다닌다, 그래서 가끔 좀 좋은

식당이나, 면세점 같은 데서 내가 지갑을 꺼내면

흠칫 놀라는 직원도 있다. 지갑은 진짜 조카가

어릴 때 문구점에서 산 지갑을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내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은 다 같은 날 찍었나 싶을 만큼 같은

옷의 사진이나, 늘 편한 캐주얼 복장이다.


무엇보다 내가 안전에 이렇게 남들보다(?) 더

치중하는 것은 내가 건강이 좀 안 좋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당장 죽을병은 아니지만,

조심하면서 그 안에서 나름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정말

휴대폰으로 아무 데나 막 찍어도 화보 같은

뷰이다, 정말 눈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바다면

바다, 해변 가면 해변가, 마을, 골목, 언덕,지붕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이 아름다웠다, 건물은

이쁜 토분 색깔의 벽돌과, 지붕 코랄빛 지중해

바다에 눈부신 햇살은 덤이었다.


나름 좋다는데 많이 다녀봤지만, 시칠리아는

정말 자연경관과 마을이 조화가 잘 이뤄진

곳이어서 멀리서 온 보람이 아주 큰 곳이다.


그냥 지는 해도 예쁘고, 그 해가 바다에

스며들 듯 떨어지는 노을빛도 아름다웠다.

특히 체팔루, 시라쿠사에서 본 노을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릴 만큼 그립고, 다시 막 떠나고

싶은 설렘이 들 정도이니 말이다.

시간에 따라 달리지는 노을은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거기에 아침에 뜨는 햇살은 또 얼마나 상쾌하고,

아름다운지 아침부터 그냥 일어났을 뿐인데

숙소에서 햇살을 사진에 담느라 아침부터

취향저격에 정신을 빼 놀 정도였다.

숙소에서 바라본 풍경


그다음에 좋았던 곳은 내가 카타니아에서

다녀온 시라쿠사, 타오르미나이다 특히

타오르미나는 정말 아침, 점심, 저녁이 다 이쁜

곳이었다.


타오르미나에서도 에어비엔비 숙소에서

머물렀는데, 카타니아에서 기차와, 또 여기

도착해서 숙소까지 버스로 가야 하는데, 기차와

버스가 다 연착돼서 또 밤 11시가 넘어 도착하게

되었다, 특히 타오르미나 기차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릴 땐 너무 어둡고 다니는 사람도

없어서 거의 1시간 반을 길에서 기다리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젊으면서 잘

생기기까지 한 마린보이 청년이 있어서 나 혼자

속으로나마 얼마나 위안이 됐는지... 그 청년은

모를 것이다......


암튼 그 청년이 틈틈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뭔가를 확인하고 버스가 올 거란 얘기를

해주고, 버스가 도착해 같이 내려서는 나에게

숙소 가는 방법도 알려주려 했는데, 갈 수 있는

방법이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무사히

택시를 타고 도착할 수 있었다.

대신 택시비는 여기까지 온 기차비와 버스비를

합쳐도 그것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아무튼 숙소에 도착해 대문 벨을 누르니 이태리

할머니가 잠옷 차림으로 무서운 얼굴로 나오셔서

방을 안내해 주고 가셨다, 기차가 연착해서 늦게

도착할 거 같다고 했을 때 주인이 그 시간에

도착하면 자신의 엄마가 자다가 나오실 거라고

했는데 진짜 그 말과 1도 다르지 않아서 다행히

막 무섭진 않았다.


그래도 할머니는 늦게 도착한 나에게 조금

무서운 투였지만 감사하게도 이것저것을 안내해

주셨다, 원래 아드님이 주인분이신데 일이

있었는지 할머니가 나오셨는데, 많이 연로해

보이시는 할머니께선 영어는 못하셨지만

필요한 건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가시면서 무섭게 옆 방에도

손님 있으니 조용히 쓰라고 경고(?)를 하시고

가셨다.


다음날 만난 아들인 실 주인분인 아저씨는

50대로 보였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이태리

남자로, 활달하고 뭐 종류가 다양하진 않았지만

조식도 직접 만들어주고 또 나 혼자서 식당

테라스에서 셀카를 찍는 나를 여러 각도로 정성껏

사진도 찍어 주었다, 거기다 교통상황이나

관광지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다음날은 조식

먹으면서 내가 아이 솔레라 비치를 간다고

교통편을 묻자 다른 쪽 테이블의 중국인

렌터카 커플도 거기 간다고 얘기를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인 커플과 인사도 하고 같이

해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젊은 중국인 커플은 신혼여행으로 시칠리아를

왔다고 했는데 그때 괜히 내가 세상 꿀리는(?)

거 같은 기분은..... 그냥 기분 탓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그 부러운 젊은 중국인 커플은 여자는

잡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한국도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다 했고, 남자도 중국 큰 기업 IT분야에서

일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두 명 다 성격이 좋았다.


도착해서 서로 사진도 찍어준 뒤 서로 방향이

달라 금방 헤어지긴 했지만, 아무튼 나한텐 또 고마운 사람들이다.


또 이 해변가 외에 타오르미나를 생각하면 빼놓을

수없는 곳이 타오르미나 원형극장이다.

이미 좋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좋아서

타오르미나에서 2박 하는 동안 두 번이나 갔다.


처음 간 날 들린 원형극장에선 공연이 있는지,

리허설하는 라이브 공연에 눈과 귀가, 호강을

했다. 본 공연도 보고 싶었지만 예약된 손님들만

볼 수 있는 건지 시간이 되자 관광객들은

나가라고 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왔는데

저 무대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들도 참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서 여의도 무역회사에서 일한다는

혼자 온 여자 관광객을 만나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헤어졌는데 뜻밖의 체팔루에서 다시

또 진짜 우연찮게 만나서 같이 저녁도 먹고 며칠

못했던 한국말을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아쉽게도 그 친구는 체팔루를 당일치기로 와서

오래같이 있을 순 없었지만 다시 만나서 참

반가웠다.


여행은 정말 순간순간이 화보가 되고,

시간시간이 짧은 단막극의 연속인 거 같다.

카타니아에서 팔레르모로 와서 체팔루에서

3박을 했는데, 팔레르모 AirBnB에서도 나의

짐을 맡아줘서 가벼운 마음으로 기차역에 오를

수 있었다.


주인아저씨한테 내가 첼팔루를 간다고 하자,

수영복은 필수라며 너 거기 가면 그곳에 반해서

계속 있고 싶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벌써 떠날 날의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팔레르모에서도 젊은 부부가 하는

에어비엔비에서 묶었는데 어느 숙소보다

깨끗하고 좋았다, 그리고 대부분 남자분이

운영을 하는 거 같았다.

아침마다 남편이 와서 아침도 빵과 과일, 정성껏

커팅한 여러 종류의 치즈에다 커피 등을

만들어 줬는데 어느 곳 보다 과일이 신선해서

좋았다.


특히 여긴 엘리베이터가 있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나에겐 정말

좋았다, 위치는 번화가에 있어 새벽까지도 너무

시끄러웠지만, 역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한

곳이어서 이곳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숙소 가까이 빨래방도 있어서 그동안

손으로 대충 빨아 입었던 옷들을 빨 수 있어

좋았다.


팔레르모가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다

보니 여러모로 편리한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

같다, 무엇보다 여기가 나의 시칠리아 마지막

여행 거점 도시여서, 여기서 3일 밤을 자고

공항으로 가서 출국하기에도 공항 리무진

버스도 역 근처에서 출발해서 여러모로

편리했다.


체팔루에서 돌아오니, 역시나 이전에 맛봤던

집에 온 거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

주인아저씨(?) 나보다 어릴 거 같은 주인은

매우 친절해서 한국 휴대폰을 쓰는 나와 메일로

연락을 하면서 여러 가지 교통편이며, 내가

질문한 여러 가지를 찾아 답변해 주었다. 마지막에

이렇게 스윗한 답변은 떠나는 여행자의 마음에

벌써 시칠리아의 그리움을 가득 심어준다.

민박집주인과 주고받은 메일


여러모로 이 여행은 그동안 몸에 쌓인

이물질이 쓸려 나간 듯 영혼이 쉴 수 있는

여행이 된 거 같다.


*2019년 10월 코비드 19 전에 나의 마지막

해외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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