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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ta, 말타, 몰타

신비의 세계로 빠져들다~

by Lena Cho

회사가 어렵기도 하고 몸도 좋지 않아 갑자기

한 달을 쉬게 되면서 방구석 보단 어디라도

가는 게 낫겠다 싶어 떠나게 된 곳이 몰타이다.


생소한 곳이지만 가면 아픈 곳이 막 치유될 거

같은 막연한 미지의 신세계로 떠나는 거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샘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니, 몸도

안 좋은데 그냥 집에서 있으며 쉬라고 했지만

마음이 이미 몰타로 떠난 터라 어쩌다 보니,

몸과 마음이 모두 몰타에 와 있었다...


떠나기 전 며칠간 몰타에 대한 폭풍 검색을

거치고 난 후, 나는 어느새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을 거쳐, 몰타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여행을 나름 많이 다녀봤지만 몰타는 이전에

내가 다녔던 곳과는 사뭇 다른 진짜 해외, 아니

뭔가 고대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몰타를 둘러보면서 역사책에서나 봤던

서방 국가들의 치열했을 열강들과의 전쟁 흔적이

몰타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몰타는 로마제국에 식민지였다가,

독립을 한 뒤에도 다시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1964년이나 돼서야 독립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 약 20여 년 정도 늦게 독립을

함 셈이다...


성곽에서 보는 지중 햇빛 바다는 정말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데, 성곽 주변에 대포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높이 쌓아 올린 성곽 주변의

무너진 파편들은 그때의 참상이 따로 역사적

지식이 있지 않아도 충분히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인 나의 눈에 그런 광경이,

더욱이 수십 세기가 지난, 그때의 일들이 막

가슴 저리도록 참혹하게 전달되진 않았지만,

정말 예쁜 지중해와 무너진 성곽의 파편들과

늘어지게 전시되어 있는 포탄과 대포의

모습이 그냥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또 나에게 생소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런 성곽

건물 주변으로 현대 시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다니고 있고, 그 성곽 주변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정말 미래와 과거가

막 교차되는 거 같은 그런 신비한 느낌이었다.

'아니 여긴 뭐 성을 주차장으로 쓰네',

이런 느낌...

지금 생각해보니 몰타는 서방국가의 민속촌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보고 느낀 기준에선

이 표현이 몰타를 표현하기에 딱 적합한 표현

같다. 거대한 민속촌에 승용차 끌고 들어가서

구경하는데 그 안에 현대식 식당과 상점이

즐비한 그런 느낌...

내가 여행을 갈 때 선정하는 나라의 기준은 쉽게

입국이 가능한 곳, 즉 비행기 티켓만 있으면 갈 수

있는,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 한다거나 그런 곳은

내 여행 기준에서 첫 번째로 탈락되는 곳이다.

두 번째는 경유시간 포함해서 20시간 미만으로

비행기를 두 번 이상 타지 않으면서 혼자서

여행을 다녀도 크게 위험하지 않을 법한 비교적

치안이 좋은 곳, 이 정도 이 기준에서 나름

선택지를 고르게 된다.


이번 몰타도 내가 세운 선택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거 같아, 장거리지만 큰 고민

없이(?) 떠나게 되었다.


이미그레이션에서도 나의 여권에 워낙 다양한

나라의 입, 출국 도장이 찍혀 있어서 그런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여권에 도장을 쾅쾅

찍어주며 바로 패스할 수 있었다.

여행을 많이 다녔어도 이 순간만큼은 늘

긴장되는 시간인데 다른 말없이 바로 통과할

땐 그동안의 비행 피로감이 싹 풀리는 기분이다~


나는 몰타에서 약 10일간 머물렀고, 하루

한 곳이라도 매일 관광지를 찾아다녔다.

내가 갔을 때가 2월이었는데 몰타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은 고온 건조하고, 주로 가을과

겨울에 비가 온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가

겨울인지라... 있는 동안 한 3일에 한 번꼴은

비가 내렸던 거 같다, 대부분 잠깐 내리다

그쳤는데, 출국하기 하루 전날은 무슨 장마처럼

하루 종일 비가 쏟아졌다. 그래도 떠나기 전날에

이렇게 비가 내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몰타의 겨울 날씨는 여느 유럽의 겨울에 비해

가장 춥지 않다고 하는데 실제로 막 춥진

않았으나, 섬이다 보니 바람이 쌔서 경량 패딩

정도를 입고 다녔다.

이곳에 바람이 서있기 힘들정도로 부는 곳인데, 완곡한 표현의 경고

나의 항공 경로는 인천- 이스탄불 -몰타였는데,

인천에서 이스탄불까지는 11:40분이 소요됐고,

도착 후 2시간 후에 몰타로 출발하는 비행기로

몰타까지의 비행시간은 2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나는 예전에 프라하를 갈 때 이스탄불 공항에서

비행기를 한 번 놓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환승

시간을 좀 여유 있는 시간으로 잡았다.

이스탄불 공항이 너무 커서 게이트 간 거리가

아주 멀어 한참을 가야 하고 또 이곳이 환승하는

승객이 워낙 많고, 특히 다른 외국 도시에서

이스탄불 경유 시 외항사들의 고질적인 비행기

지연으로 인해 타이트하게 연결 편을 잡았다간

비행기를 놓치기 일쑤이다.

아니나 다를까 몰타에서 출국할 때도, 몰타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가 지연이 돼서 내 옆에

앉아 있던 몰타-이스탄불-이집트로 가는

아주머니가 비행기를 못 탔고, 나는 인천행

비행기를 간신히 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자신은 비행기

놓쳤으면서도 나의 연결 편 비행 출발 시간을

물어본 다음, 너는 비행기 탈 수 있겠다고, 걱정

말라고 나한테 럭키 하다며 쿨하게 엄지 척을

해준다...


아~이런 쿨~함이란,,, 나도 좀 보고 배워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리고 아주머니가 어찌나 소탈하고 활달한지

내 옆자리에 않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기는

몰타에 사는데 이혼하고 이집트 대사관에서

일하는 남자와 결혼했고, 지금 이집트로 가는

중이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무튼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지만,

몰타는 작은 섬이지만 자동차가 엄청 많다.

섬이 너무 작아서 더 많아 보이는 건지, 아무튼

정말 작은 자동차들이 골목골목을 어찌나 빨리

다니는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선 길 건너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 본 여느

나라보다 버스 노선이 외곽까지 너무 잘

연결되어 있었고, 버스요금도 저렴해서 여행

다니기에 정말 좋았다, 이제껏 내가 해외여행

중에 교통편이 가장 심플하고, 편리했다.

또 몰타는 아프리카와 이태리 시칠리아,

섬 중간에 있어서 지형이 아프리카 같기도 하고,

유럽 같기도 하고 또 제주도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섬은 작지만 그동안 다니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이국적 향기를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겨울이지만 비가 오지 않을 땐 강렬한,

태양이 비추는 지중 햇빛 바다는 그 어떤 곳에서

보는 바다보다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봄이나 여름에 오면

훨씬 더 멋진 바다와 해변을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하루에 한 번은 꼭 버스를 타고

바다 구경을 나갔다.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그리고 내가 갔을 때는 성수기가 아니어서

여행 다니기엔 정말 좋았다, 워낙 사람 붐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우연찮게 딱 적기에

가게 된 것이다. 출발할 때 이거까지 생각하고

간 거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몰타는 화폐를 유로화를 쓰고, 언어도 영어를

쓰다 보니 유러피안들, 특히 이태리 사람들이

휴양차 많이 오는 것 같았고, 식당에서나

버스를 타면 이태리어가 많이 들리는 걸로

보아 이태리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땐 잘 몰랐는데 공용어가 영어다 보니

한국 학생들이 어학연수로 많이 온다고 들었다.

미리 좀 알았더라면 나도 왔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사진 찍을 때나, 밥 먹을 때

불편함은 좀 있지만 반면에 혼자여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은 거 같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같은 관광객들과

몇 번씩 마주치는 경우도 있고, 그러다 두 번 이상

마주치게 되면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많다.


그들 눈에 작은 동양인 혼자서 이곳까지 온 것이

신기해서 그런지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레 말을

걸었던 거 같기도 하다.


대부분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다들

놀라기도 하고,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을

말해주면 더욱 놀라는 표정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이 먼 타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알고 있었고, 그러면서 뒤에 붙는 말이

JUNG-UN KIM 아냐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통일이 될 거 같냐는 등의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대화의 주제가 깊어지면 나의 좁은

식견과 짧은 영어실력으로 슬며시 자리를 뜨곤 했다..;

분단국가인 한국에 대해서 외국인들은 참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거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너무 익숙해져서, 분단국가란 걸

망각하고 사는 느낌이다.


홀로 다니는 여행에서, 늘 좀 긴장하고 조심해서

다닌다면, 오히려 여행에서 얻는 것도

풍부해지고, 혼자여서 더 많이 배우기도 한다.


너무 멀어서 두 번은 못 갈 거 같았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코로나만 없어지면 막 다시

짐을 쌀 거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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