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시장에 있는 수많은 꽃들 중 모양과 색이 가장 다양한 것은 단연코 장미다. 또한 사시사철 계절에 관계없이 구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꽃 또한 장미이다. 그래서 꽃 시장은 사실 장미의 영토라고 불러도 된다. 이렇듯 예쁜데 다양하고 재배까지 용이한 것은 장미가 실험실에서 태어난 플라워 유니버스의 울버린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유가 너무 근육질인가. 그럼 천사의 호위를 받으며 살포시 짠하고 나타나 거대 조개 위에 나 좀 보라고 인스타 갬성적인 짝다리를 하고 서 있는 보티첼리의 비너스 같은 존재라고 하자.
지금의 우리가 아는 장미라는 꽃이 만들어지기 전. 서양에는 향기만 좋은 그럭저럭 생긴 장미의 조상이 있었고 동양에는 향기는 별로지만 모양이 풍성한 다른 쪽 조상이 있었다. 이 두 종류가 만나게 된 것은 정말로 생뚱맞게도 서쪽으로 다시 서쪽으로 진격했던 칭기즈칸 덕분이다. 뭐, 하얗기만 했던 우리 김치에 뻘건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획기적인 사건이 임진왜란 때문이었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칭기즈칸 이후에도 장미는 꾸준히 개량되었고 지금도 개량되고 있다. 이건 열 겹의 화려한 대례복 다 벗어던진 홑적삼 차림의 장미처럼 생긴 '월계화' 덕분이다. 자신을 잡아먹는 초식동물에게는 날카로운 가시를 세워 진입을 굳건하게 막았던 철옹성 장미가 이 월계화와 만나게 되면서 생명체 본연의 의무이자 본능 ; 용이한 후손 전파의 꿈을 이루었다. 지금도 꽃 시장에는 신종이라는 이름의 낯 선 장미가 늘 존재한다.
체계적으로 장미를 구분하는 방법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한 가지에 피어난 장미 개수를 세어 보는 거다. 한 가지에 한 송이가 있으면 스텐더드. 한 가지에 작은 여러 송이가 있으면 스프레이라 부르면 된다. 사실, 가지에 한 송이가 피었든 열 송이가 피었든 대부분 신경 쓸 이유는 없다. 다만 구입 한 후에 기필코 드라이를 하고 싶다면 ㅡ 구입하기 전에, 아니 3일 전 예약할 때부터 플로리스트에게 미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스프레이 장미의 드라이 성공률이 90퍼센트라면 스텐더드는 그 확률이 10프로 이하로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내 샵에 쭉 걸려 있는 드라이플라워 리스를 보고 초보자일수록 하는 첫 마디는 벌레에 대한 언급이다. 이뻐서 구입은 하고 싶은데 벌레 생길까 봐 무섭다고. 웬 벌레? 왜지? 단언컨대 내가 제작한 리스에 벌레가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거꾸로 매달아 샵 어느 구석에서 연핑크에서 드라이플라워 특유의 쿨톤 가득한 보라가 되고 있을 때도 벌레가 생기지는 않았다.
얼마 전에야 그 비밀이 풀렸다. 손님들은 생화가 그 상품 가치를 다 하고 다 할 때에야 드라이를 시키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어떤 분은 물속에 계속 꽂아 두면 드라이가 저절로 되는 줄로 알고 있었다. 에휴. 그러니 벌레가 생기지.
장미 드라이플라워 '잘'만드는 방법;
1. 무엇을; 자나. 스위트 핑크, 햇살 같은 스프레이 장미를 구입한다.
2. 언제: 구입하자마자 드라이를 하면 된다. 이게 핵심이다. 생화로도 실컷 즐기고 드라이까지 예쁘게 되는 꽃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3. 어디서; 욕실을 제외한 그늘 어디서나. 실내 난방도 틀지 않고 적당히 서늘한 봄,가을이 드라이의 최적기다.
4. 어떻게; 잎,가시를 다 제거하고 묶어서 거꾸로 매달면 된다. 벽에 걸어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 뒤편에 있는 어떤 꽃은 납작하게 눌릴 수 있으니 360도 다 벽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5. 왜: 직립자세로 드라이가 되는 꽃도 있다. 하지만 장미는 거꾸로다. 그래야 나란히 하늘 보고 있는 드라이플라워가 된다.
6. 얼마나 ; 적어도 5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드라이 되는 중간에 탈수로 인해 부피가 줄어든 드라이 다발을 다시 한번 더 조여 묶는다.
드라이플라워 관리법
일단 한 번 자리를 정하고 장식이 끝났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관리법이다. 내 손이 갈수록 뭔가가 떨어지고 어딘가는 부서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