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선물을 하고 싶다는 손님께 언제나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이다. 사용 목적, 받을 대상, 상황보다 앞서는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그 대답에 따라 일단 '와꾸'가 정해 진다고나 할까.
처음에는 예쁘게만 만들면 장사가 잘 될 줄 알았다. 내 생각에 수요를 높이는 확실한 방법이었으니까. 황금 매화, 엉겅퀴, 그 비싼 시드 유카리, 초봄에 해사한 미모사까지 냉장고에 꽉꽉 채우고서 흐뭇해했었다. 그러나 학원에서 배운, 내 꽃에 쏟아붓는 예술혼 따위, 로드숍에서는 밭일하러 갈 때 신는 하이힐같이 허망할 뿐이다.
거기에 손님이 꽃 사진 가득 저장된 핸드폰이라도 쓱하고 내밀면 쥔장의 설명은 더 길어진다. 그 사진들은 십만 단위의 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높은 값을 지불해야 양이 많아진다 같은 기본적인 경제 개념도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장미 사이사이에 세일 때 사놓은 푸른 잎 달린 것을 써야 한다. 그리고 소국이 필요하다. 절대적으로.
알바를 하면서 제 일 먼저 깨우친 사항으로 내 샵 안에서 사고하고 계획한 후 실행하는 모든 업무는 편의성을 갖춘 아름다움을 제외하곤 오직 이 한 점을 향해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더 크게 보이게 하는 것. 모든 플로리스트들의 숙제이자 언제나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가격 합리적이고 수명 길고 거기에 줄기까지 튼튼해서 꽃다발의 골격을 튼튼하게 한다. 그래서 소국은 부피를 크게하는 기법, 포장방법으로 넘어가기 직전 꽃 자체의 마지막 무기가 된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국화의 미니미 버전. 보통 한 가지에 여러 송이가 핀다. 덩어리 꽃으로 설명되어 있으며 같은 묶음으로 미스틱 블루 , 안개꽃, 알스트로, 스토크 , 후룩스 등이 있다. 다시 말해 조연도 되지 않는 '엑스트라'인 셈이다.
페이스 큰 국화보다 색깔과 질감이 훨씬 더 다양하다. 꽃잎이 좀 더 넓은 것 , 가늘고 긴 것, 중심으로 갈수록 더 촘촘해지고 색깔이 진해지는 것, 반쪽 공처럼 페이스가 입체적으로 둥근 것, 염색한 것, 코어가 좀 더 넓은 것, 좁은 것 등등.. 여기에 서로 다른 꽃잎 색과 코어의 색깔을 더하면 선택의 수는 더 많아진다.
두상화.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꽃들이 모여서 하나의 꽃이 된 종류. 대부분 둥글고 넙적한 모양을 하고 있다. 즉, '날개'만 달려 있다면 전후 좌우 어떤 방향에서든 이 꽃에 앉을 수 있다. 메트릭스에 나오는 실력 있고 깡다구 센 선장 나오미가 로봇 해파리같이 생긴 적의 공격을 에지 있게 피하면서 기어코 반드시 기지에 우주선 착륙시키는 정도의 기술이나 유전자, 힘 따위는 필요 없고 꿀 따러 온 지친 일벌이나 장거리 비행 중이었던 잠자리도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거다.
결과적으로 벌, 나비들은 앉았던 엉덩이에 흔적을 잔뜩 묻힌 채 또 다른 꽃을 향해 날아가게 된다.
이렇듯 무료로 24시간 오픈되는 넓고 쾌적한 이착륙 플랫폼의 건설 목적은 오직 하나.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곤충들아 누구든 내게 와서 쉬어라 대신 내 꽃가루를 방방곡곡 퍼트려라.'이다.
그래서 무한의 유전자 전파자를 가진 국화 무리는 인류가 가장 먼저 접했고 앞으로도 쭉 살아남을 명줄 긴 꽃이다.
관리법;
1. 꽃도 줄기도 튼튼하고 오래간다. 다만 잎은 정리가 필요하다. 시들거나 색이 변한 것이 있다면 그때그때 제거를 해 줘야 꽃을 더 오래 볼 수 있다.
2. 요즘에 나오는 염색한 것을 구입할 때는 자연색보다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무척 당연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