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안셔스의 장점은 많다. 색깔 다양하고 페이스 크고 가격까지 좋다. 굳이 묻지 않는다면 장미인 척할 수도 있다.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한 여름 꽃 학원에서 처음 접한 리시안은 플라밍고 댄서의 넓은 풀 스커트처럼 예쁘기만 했었다. 장미 옆에 있으면 그냥 조연이지만 혼자 있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둥글둥글하게 생겨서 그 어떤 꽃과도 잘 어울린다. 풋내기 플로리스트였을 때 최애 꽃이었다.
하지만 리시안셔스에는 벌레가 잘 생긴다. 살아있는 꽃에 벌레나 애벌레가 꼬이는 것은 큰일이 아닐 것이나 쥔장이 벌레를 본 꽃 이름을 나열하라면 그 대부분이 리시안셔스다. 어제 마트에 갔다가 과자봉지 하나를 집어 들었는데 곧 팔에 작은 거미 하나가 기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 두 손 다 바빠서 장갑 낀 직원분께 좀 떼어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플로리스트 아닌 분들은 충분히 꺅꺅거렸을 상황이었다. 그러니 크게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리시안의 생식기관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다음부터 분명 나보다 몇 배는 더 놀랄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리시안은 매입하자마자 벌레부터 점검을 한다.
어제도 리시안을 정리할 때 배고픈 애벌레가 부지런히 기어 다녀 정확히 같은 크기의 구멍이 빼곡히 박힌 녀석 하나를 발견했다. 무척 크고 쌩쌩한 꽃잎을 가졌었지만 과감히 잘라내었다. 혹시나 있을 벌레와 눈 마주칠까 봐 조심하면서.
인동과 꽃이다. 분꽃, 백당나무와 같은 묶음. 그리고 꽃 시장에서 개량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꽃 중에 하나다. 자잘한 주름이 있는 볼륨이 풍성한 종류부터 크기는 좀 작지만 색감이 좋아진 주름 없는 것이 나오더니 올해부터는 페이스가 훨씬 더 줄어들었이나 그 모양이 장미와 정말 비슷한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관리법; 물론 잘 잘라주고 물관리를 잘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리시안은 페이스보다 시든 잎이나 줄기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꽃잎보다 잎이 먼저 시들해지고 관리를 잘 못한 물과 공기가 맞닿는 부위의 리시안 줄기가 잘 상한다.
표현할 때 주의점; 훌륭한 가성비를 가졌다는 말은 큰 가지에서 갈라진 여러 잔 가지마다 핀 꽃들이 많다는 거다. 그러나 여기에도 약점이 존재하는 데 여기저기 핀 꽃들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무척이나 제각각이라는 거다. 그 하나하나가 긴 줄기를 가졌다면 하나씩 잘라 센터피스 어레인지나 바구니 어레인지에 쓰면 되지만 꽃다발은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꽃 방향의 다양화라는 프렌치 스타일의 지향점과 아예 등 돌리고 있는 무질서가 같은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마냥 쉽기만 한 꽃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하나 더. 리시안은 그 종류에 따라 꽃의 생식기관이 몰려있는 부분의 색깔이 다르다. 어떤 종류는 꽃 색깔과 같지만 어떤 종류는 짙은 갈색이다. 잘못 알면 시든 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구입 한 직후 꽃집을 나서기 전에 질문을 해 보기 바란다. 원래 색깔이 이러냐고. 물론 나도 세세히 설명을 드린다. 하지만 초보 사장일 때 이 설명을 잊어버려 엄청난 컴플레인을 받았었다.
지금, 접근성이 좋을 때 이 친절한 리시안 씨를 많이 보아 두길 바란다. 계절이 바뀌어 장미보다 더 비싸져 쌀쌀맞기 그지없는 철벽녀로 돌변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