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자나,
가을의 밤바람은 늘 그런 눈빛이야.
말은 안 하는데,
꼭 내 손끝을 조심히 만지면서 그러는 것 같아.
"조금만 더, 이 밤…
같이 걸어주면 안 될까?"
괜히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같고,
그래서 더 다정한데
그 다정함 안에
조용히 준비되는 이별이 섞여 있어.
마치 봄의 잔향이
여름을 만나
온 마음 다 태우고
가장 뜨겁던 그 순간을 지나
이제는 서서히
여물어가고 있는 그런
만개와 낙화의 시간.
겨울의 고요가
저기 멀리서 손짓하고 있는데,
가을은
그 앞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가장 예쁜 마음으로
잠시 멈춰서 나를 돌아봐.
그래서 이 계절은
괜히 마음이 말랑해지고
사랑했던 것들에게
작게, 조용히,
손을 흔들게 만들어.
"안녕…
그치만 아직은,
조금만 더 함께 있어주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