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대처하는 법

의미 찾기와 태도의 선택

by 반짝풍경


나의 지식은 비관적이지만, 나의 의지와 희망은 낙관적이다

My knowledge is pessimistic,
but my willing and hoping are optimistic

Albert Schweitzer



살기 퍽퍽한 세상입니다. 삶 가운데 순간마다 마주하게 되는 고난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이 달리 있을까요? 예, 동일한 화두를 던지고 대안을 제시한 이들이 있습니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들어보셨나요?

짐 콜린스가 그의 저서에서 언급


본래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의 표현은 프랑스 작가 로맹 롤랑(Romain Rolland)이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자 정치인이었던 안토니오 그람시의 석방운동을 주도하며 사용하였고, 이후 많은 이들이 이 문구를 사용하였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서신에서도 이러한 표현을 볼 수 있는데요, 이들 모두는 '합리적 낙관주의'태도로 갈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코비드-19 바이러스로 인해 최악으로 침체된 사회와 경제의 현실을 마주하기에 가장 적합한 태도로 '스톡데일 패러독스'가 언론에 종종 언급되는 모습이 보이네요. 스톡데일 패러독스 역시, 위의 언급한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답니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이자 컨설턴트인 짐 콜린스는 '경영의 바이블'이라 칭할만한 글로벌 베스트셀러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기업의 공통된 태도와 정신을 몇 가지로 추려 제시하였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되 믿음을 잃지 말라'는 지침입니다. 이 항목에서 그는 '스톡데일 패러독스 Stockdaie Paradox를 언급하였어요.


미 해군 장교였던 제임스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 1923~2005)은 베트남전 당시 포로로 잡혀 석방의 기약 없이 잦은 고문을 당하며 8년 간 포로수용소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현실을 직시하고 규율적으로 행동하되,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며 결국 살아남았고, 이후 삼성 장군이 되었습니다. 1992년에는 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하였네요. 인터뷰 가운데 어떤 이들이 포로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는지 질문하자 스톡데일은 아래와 같이 답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석방되리라 믿던 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지나게 되면


그래도 부활절이 되기 전에는


석방되겠지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부활절이 지나면


추수감사절 전에는 나가리라 믿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다시


크리스마스를 맡게 되며 상실감이 반복되자


결국 버티어내지 못했습니다.




불필요한 낙관주의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혹한 현실을 직시하되,


마침내 이기겠다는 믿음 또한 유지해야 합니다.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합니다.




이는 현실적 긍정주의와 대안 없는 무조건적인 낙관주의의 차이를 보여주는 내용인 듯해요. 그의 에피소드를 접하자니 또 한 명의 생존자, 빅터 프랭클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네요. 실존주의 학파의 핵심인물이자,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에 영향력이 큰 인물입니다.




아우슈비츠에서의 생존, 그리고 의미 치료



아무리 극한의 고통스러운 상황일지라도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는 한

우리 삶은 가치 있다


빅토르 에밀 프랑클(Viktor Emil Frankl, 1905.3.26일~1997.9.2.)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정신의학자였던 빅터 프랭클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1946년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1944년 10월 19일~1945년 4월 27일) 회고록이자 이후 의미 치료로도 불리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의 근간이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출간합니다. 본래 프로이디안이자 아들러 학파의 노선이었지만, 아우슈비츠로부터의 생존 경험은 그만의 방식을 찾게 만들었지요.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는 오늘날 오스트리아 정신요법의 제3 학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상으로 갈라져 버린 이 세대에 프랭클의 의미 치료가 더욱 빛을 발휘할 수 있겠네요. 보다 심오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하지만 그의 의미 치료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스톡데일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다움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인간은 어떻게 고통에 대처할 수 있는가?


한 사람이 처참한 가운데에도 품고 있는 소명이 있다면 그는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끝까지 애를 쓸 것입니다. 삶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의미 없는 삶의 공허함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기에 부유함과 권력의 소유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삶을 내려놓아 버립니다. 삶의 의미란, 낙관론과는 달라야 합니다. 책임과 소명, Calling이라고 차라리 표현하고 싶어요. 소명이란, '언젠가 억만장자가 될 거야' '쨍하고 해 뜰 날이 있겠지'와 같은 막연한 희망과는 다른 차원이어야 할 것입니다.


인간은 한정된 능력의, '죽는다'는 명제에 갇혀 있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현재에 발 딛고 살면서도 '지금 여기 , 'Here and Now'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소망이라는 다리를 미래에 연결하는, '미래의 일부'로서 현재를 살아내는 능력 역시 인간에게만 있지요. 소명은 현재와 동떨어진 뜬구름과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이유와 열정과 책임감을 동반한, 현재 살아내고 있는 생을 터전으로 하여 미래로 확장되어가는 지평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현실의 부족함과 결핍을 직시하고 인정한 후, 수용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용서할 담대함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품되 굴복하지 않는 유연한 단단함, 안정감이 결국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자긍심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의지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삶의 의미를 찾는 시작점이 "지금 여기"에 있음을 빅터 프랭클은 이야기해주었답니다. 상담에서 "지금 여기"의 개념은 아주 중요합니다. 지금 여기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반면 그의 제안대로 삶의 고통과 불안 역시 마주하여 들여다본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터, 회피하고 부정하기보다는, 부정적 정서와 비관성도 수용하고 인정하길 권유해요. 성장 또는 도전의 기회로 또는 그보다는 소박하게 인생에 직면하고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기회가 고통의 끝자락에 선물처럼, 위로처럼 고통 속에 버텨내고 계신 모든 분에게 기다리고 있기를 바라마지 않네요.


아마 위와 같은 내용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응용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요. 마침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자 긍정 학교 초대교장이신 채정호 교수님이 제안한 ' ABC긍정법'이 눈에 들어옵니다. 교수님은 오랜 세월 잠자리 들기 전 매일의 ABC를 꾸준히 기록으로 남겼고, 일상 속에 긍정성을 키우며 삶이 나아지는 경험을 지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ABC일기,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ABC긍정법
채정호 교수(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긍정 학교 교장)


A(Appreciate) 감사하고 수용하는 것

B(Better & Better) 어제보다 발전하고 나아진 것

C(Care) 남을 돕는 것



빅터 프랭클은 창조적 가치, 경험적 가치, 태도적 가치 중 태도적 가치에 크게 의미를 두었어요. 의지와 자유에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피할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입니다. 이렇듯 고통에 대한 태도는 우리의 의지에 달렸고 선택이며, 인간다운 자유를 발휘한 결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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