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책 [할아버지의 수프] 리뷰
누구에게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언젠가는 소중한 대상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별의 형태가 준비할 시간조차 없이 갑작스러웠다면, 또는 너무나 이른 시기에 급하게 떠나버렸을 경우 남은 이에게 살아남아 견뎌야 하는 시간은 잔인한 세월입니다. 이미 이러한 고통 속에 계신 분들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수프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먼저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져 있던 그가, 모두가 나눠 먹을 수 있는 따끈한 수프를 완성하는 이야기의 형태를 빌려 애도의 단계적 과정을 은유적으로 훌륭히 보여줍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할멈이 만들어주던 수프, 미트볼 감자 수프가 생각납니다. 충동적으로 수프를 만들어보지만 구수한 냄새에 굶주린 생쥐 세 마리가 찾아들고 할아버지는 이들에게 수프를 나눠주고 남은 것을 맛봅니다. 이상하게도 할머니가 생전에 해주던 맛이 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다시 수프를 만들지만...
수프를 만들 때마다 불청객은 점점 늘어나고, 할아버지가 수프를 끓이기 위해 선반에서 내리는 냄비의 크기도 점점 커집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수프 맛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볼비의 애착 이론은 너무나 고전적이며 흔한 이론인 듯한 느낌이 드실지 모르겠습니다. -그에 비해 볼비의 3부작 중 LOSS는 왜 번역판이 안 나오는 건지 궁금합니다만-이야기의 흐름 가운데 보이는 할아버지의 변화되는 모습, 레시피가 완성됨에 따라 수프 또한 진화하고 나눔의 맛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흡사 볼비의 애도 4단계의 요리 버전으로 읽혔달까요.
할아버지가 동화의 진행 내내 요리하며 흥얼거리는 노래는, 할머니가 생전에 수프를 조리하며 흥얼거리던 수프 조리비법으로, 할머니의 수프 레시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시도 때는 한 구절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아 수프의 맛이 어정쩡하지만, 수프를 끓이고 나눠 먹는 횟수가 더해지며 노래는 완전히 기억 나기에 이르고 할아버지의 표정도 귀여운 불청객들이 몰려올 때마다 점점 밝아집니다.
할머니를 되새기고,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도록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운 할머니의 수프 레시피는 이제 떠난 자의 애도 레시피에서 현재를 나누기 위해 변형된 그만의 나눔 비법, 할아버지의 수프 레시피(recipe)가 됩니다.
떠올리기 시작하자 그리워 견딜 수 없어집니다. 입안을 맴돌지만 흐릿한 할머니의 조리법...
할머니의 미트볼 수프에 대한 그리움은 기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떠올리고 반복할수록 혼란스럽지만 레시피는 정리되고 진화합니다.
나누고 얘기하며 할아버지의 빈집이 '함께'하는 아이들의 온기로 가득 찰 때쯤,
할머니의 추억과 할아버지의 현재가 함께 하는 그만의 레시피가 완성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삽화 또한 초반에는 어두운 실내, 채광이 안 되는 방, 시든 꽃병 등의 소품 묘사를 통해 할아버지의 슬픔과 낙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 요리가 진행되며 서서히 방이 정리되고, 전등 불빛이 켜지다 마지막 순간 10명의 아이들과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 생쥐 세 마리가 식탁을 차지한 순간, 안방 문의 커튼은 열리고 방안으로 볕이 비쳐 들어옵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과 함께 수프를 나누어 먹기 위해 할머니의 안락의자를 식탁 한편으로 끌어오지요. 할아버지의 마지막 독백, "음, 맛있군. 이제야 할멈이 만들어 주던 바로 그 맛이 나는구나."와 "그래, 내일은 모든 냄비에 수프를 끓여야겠어."라는 계획은 할머니가 남긴 흔적이 그의 한 부분으로 간직된 동시에 그 시점에서 시계가 멈추지 않고 할아버지의 삶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여겨지네요.
자살 유족을 위한 공간
가까운 이를 잃은 것도 말할 것 없지만, 자살 유족의 경우 충분히 애도의 과정을 거치기는커녕 통한의 감정을 표현도 못 하고 없었던 듯 묻어놓고 가족끼리도 이야기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많아요. 도움이 될 수 있는 기관을 이곳에 공유합니다. 자살예방센터와 중앙 심리부검센터가 올해 4월 통합되어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자해나 자살사고, 행동을 반복하는 가족을 지켜보시고 계신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래의 기관들은 자살의 위험을 가진 분을 가까이 두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 및 조언을 제공합니다. 먼저 떠나간 소중한 이를 추억하고, 그의 삶을 재구성하고, 남은 분들의 애도의 과정을 돕습니다. 자살 유족분들에게 심리적 도움을 드리는 핫라인이 갖춰져 있습니다.
T. 02-439-2384
T. 02-3706-0500
덜 아픈 세상을 감히 꿈꾸지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손 내밀 곳, 비빌 언덕 있는 세상은 허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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