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엮인 추억의 힘

심스 태백의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 . ?] 리뷰

by 반짝풍경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심스태백, 베틀북.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 심스 태백 | 베틀북(사진출처: yes24)

미국 브룽크스 Bronx 출신의 뉴요커, 심스 태백 Simms Taback(1932-2011)은 79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여 권 이상의 동화 작품을 남겼습니다. 그의 동화를 읽다 보면 유대계 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떠오릅니다. 그만큼 유대 전통의 복식과 민속의 느낌이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요셉의 작고 낡은 오버코트가...?'는 이디시어로 된 구전 동요 "I had a little overcoat"를 동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이디시어는 중앙 잋 동유럽권 역 정착 과정 중 지역 문화와 융합되며 토착화된, 서 게르만 어군의 유대어에요.) 실제로 심스 태백은 이 작품을 위해 많은 사전조사를 했고, 이 작품의 뿌리이자 멘토는 유대 전통문화였다라고까지 표현했다고 해요.



이디쉬 문화 외에도 심스 태백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준 것은 미국 동화 작가 '에즈라 잭 키츠 Ezra Jack Keats'랍니다. 특히 요셉의 오버코트 그리고 이와 비슷한 작업 스타일을 고수한 '옛날 옛날에 파리 한 마리를 꿀꺽 삼킨 할머니가 살았는데요'의 구성과 생생하고 대담한 색감에서 에즈라 잭 키츠의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나는 듯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오버코트'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기발하고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고수했으나 작품을 관통하는 분위기와 뿌리는 전통에 두고 있어, 현대와 과거를 훌륭히 아우른 점이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다이 커팅 die cutting 기법과 콜라주, 혼합재료, 만화적 기법 등을 시도하였지만 '요셉의 오버코트'는 유대 민속 복식과 전통을 자연스럽게 품어 작품 어느 곳에서도 기법과 내용이 겉돌지를 않습니다. 또한 따분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생동감 있고 유머러스하지요.



출처: 심스태백 홈페이지 http://www.simmstaback.com/


심스 태백의 작품이 회화적이기보다는 디자인적인 감각이 두드러진다고 여기셨다면, 잘 보셨습니다. 그는 동화 작가인 동시에 상업적 디자인 분야에서도 활동하였어요. 사실, 그의 손주들로부터는 동화 작가보다는 맥도널드의 해피밀 세트 포장 용기를 디자인한 디자이너라서 인정받는다고 하니, 재미있네요. 1963년에는 디자이너 스튜디오를 설립하였고, The illustrators Guild의 창립 자이기도 했고 Graphic Artists Guild Handbook의 편집자 및 제작 감독으로도 활동했다고 하니, 리더십과 예술가의 권리 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갖춘 예술가였습니다.





그의 작품이 그림책 분야의 권위적인 상 칼데콧 수상작인 것은 모두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이 작품의 수상 경력은 화려하네요. 2011년 러시아 북 페어에서 최고의 이스라엘 전통을 다룬 동화로 꼽혔고 그 이전 2000년 3월에는 National Jewish Book Awords의 어린이 그림책 분야에서 수상을 한 바 있답니다. 그러나 수상 경력을 넘어서, 이디시 문화라는 특색 있는 내용을 소재로 했음에도 전 세계 아이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동화라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아마도 단지 화려하거나 흥미로운 이상의, 독자를 다독이고 북돋워주는 긍정적 에너지가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는 덕분인 듯합니다. 그 점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코트가 낡아도 버리지 않고 재킷이 되고, 재킷이 조끼로, 조끼가 목도리로, 목도리가 손수건으로, 손수건이 싸개단추로, 그마저 잃어버린다면 옷에 얽힌 이야기가 남는다는 순환고리입니다. 예전에야 흔했을지 모르나 요즘 아이들에게 옷을 고쳐 입는다는 개념이 있을까 싶어요. 물건이 낡아지고 손때 묻을수록, 물건이 존재했던 장소와 시간에 얽힌 스토리 또한 차곡차곡 쌓입니다. 낡아진 흔적이 정답게 느껴지는 것은, 지나간 스토리에 얽혀있는 만남과 감정의 편린 탓일 테지요.


이야기 속의 요셉 역시 단추마저 잃어버리게 되었을 때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또 만들고 있네요. 바로 요셉의 오버코트에 얽힌 이야기를요. 그리고 다양한 질감과 색상의 조각으로 이어 붙여진 꼴라쥬 기법은 오버코트에 얽힌 히스토리와, 거쳐간 이웃과 가족 여럿을 전하기에 안성맞춤인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유대의 전통이 각 지역의 문화와 섞여 토착화된 방식과도 상징적으로 유사점이 있는 기법을 작가가 택한 것은 직관이었을까요, 의도였을까요.


모든 손때 묻은 물건에는 다정한 추억과 이야깃거리가 얽혀 있습니다. 묵혀두고 밀어 두고 잊고 있던 낡아진 추억과 인연이, 소환되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 자신이 싫어지거나 삶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 그렇지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지금 이 순간이 그런 날이시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을 담고 있는 물건이나 사진을 꺼내어 보세요. 향기를 맡고 쓰다듬어 보세요. 사진에 담긴 순간으로 눈을 감고 돌아가 보세요.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은 큰 힘이 됩니다. 몇 분이면 됩니다. 1분이면 충분합니다. 나를 나로 있게 해 준 고마운 순간과 인연을 떠올려보시길 권합니다. 세상을 포기하고 싶을 때 나를 붙들어준, 차마 저버릴 수 없었던 사랑과 헌신을 아낌없이 주었던 분을 떠올려보세요. 늘 외로웠다면, 적어도 내가 크게 위로받았던 장면과 장소를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심상 작업만으로도 그리고 큰 심호흡 몇 번만으로도 이완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낡아진다는 것은, 사물에 이야기가 깃든다는 것.

그렇게 '나'의 영역으로 속하여진다는 것.

결국 나의 일부로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


낙심되어서 피곤할 때 휘청거리는 무릎을 세워 오뚝이처럼 설 수 있도록 도와줄 내면의 중심추를 마련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압도되어 놓아버리고 싶을 때 잠시라도 피하여 숨 돌릴 수 있는 아늑한 동굴, 추억이 있으신지요. 그 추억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의미 있는 물건은요?


어쩌면 자녀에게 매일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그림책 한 권이 내 아이에게는 장차 그러한 것이 돼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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