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하찮은 것들의 푸짐한 한 끼

시인 백석 원작의 [개구리네 한솥밥] 리뷰

by 반짝풍경

백석 시인을 아시는지요?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안도현 시인이 스승으로 여기는 작가.

토속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모더니스트.

북방의 정서를 품은 시인.

순 우리말과 가락을 사랑한 시인.

일제 해방 전후의 천재 시인.

신여성들의 경성 인플루언서.


그리고 하필 광복 후 고향 북쪽으로 돌아가... 안타까운 시인.


그 백석 시인이 아동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서사보다는 '서사'가 있는 동화 시를 많이 썼다는 사실을 아실까요? 개구리네 한솥밥은 1957년 북한에서 발표되었던 동화 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실려있던 백석의 동화 시를 그림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오늘 함께 읽을 동화는 백석개구리네 한솥밥입니다.

[개구리네 한솥밥] , 백석, 보림, 2001.11.13.




시는 모름지기 빛나고 높은 것보다는

작고 하찮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게 시인의 자세이기도 하죠.


안도현 |웹진 채널예스|예스 인터뷰



시인은 작고 하찮은 것을 눈여겨볼 수 있어야 한다는 안도현 시인의 이야기가 들어맞는 동화랄까요. 세상의 작은 존재들, 걷다 발에 차여 죽어도 찍소리 못할 것들이 향토적이고 운율이 아름다운 단어로 버무려진 이야기 속에서 통통 튀며 저마다의 존재가치를 빛냅니다. 개구리,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방아깨비, 소시랑 게, 쇠똥구리가 그들이지요.



곳곳에 묘사되어 있는 숲 속 식물 역시 우리 산천과 들에서 만날 수 있는 풀과 야생화들이에요. 달개비, 질경이, 메꽃, 벼, 냉이, 큰 참새피.... 한국의 토속과 풍물을 사랑했던 백석 시인답습니다.



웅덩이에 빠지고, 도랑에서 버벅대고, 더듬이가 풀에 엉켜 죽을 목숨이 되고, 다리 한 짝이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하찮게 작은 것들이라 연약한 모습으로 개구리의 일방적인 도움의 손길에 건져내어 지는 것이 이야기의 전반부입니다. 다만 이렇게 개구리의 선행 담으로 끝나는 이야기였다면 충분치 못했겠지요. 작고 하찮은 친구들은 하루 이틀 더 살았을지도 모르나 금세 엇비슷한 상황에 빠졌을 겁니다.



하지만 어둠이 찾아와 무거운 짐 지고 디퍽디퍽 걷는 개구리의 힘겨운 귀환 길에서 동화시의 매력은 진면목을 드러냅니다. 개구리를 중심으로 일행은 개똥벌레, 장수하늘소, 쇠똥구리, 방아깨비, 소시랑 게 순으로 늘어나며 저마다 한 가지씩은 해낼 수 있는 재주로 한 고개씩 넘어가지요.



이 작은 친구들 중 그 누가 하나만 없었어도 해결 못 했을 과제가 함께이기에 순간마다 딱! 맞춤형으로 풀어집니다. 개구리의 선행 담이 아닌 작고 하찮은 것들의 모험담, 푸짐한 한 끼를 위해 뭉친 한패거리의 이야기로 변주되는 동화 시의 후반부의 전개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한국적 정서와 향토색이 가득해요.



이 작은 친구들의 해결법에 백석은 우리 전통의 전래놀이, 전래동요에 드러나는 상상력을 차용합니다. 예를 들어 방아 찧는 방아깨비의 장면은 예전 들로 야산으로 다니다 방아깨비 잡아 노래 부르던 놀이를 떠올리게 하지요. 전통놀이나 동요를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길을 가득 막고 있는 쇠똥이 더러우면서도 우습고 쇠똥구리가 똥 구슬 만들어 치우는 발상, 방아깨비 다리 찧어 쌀 껍질을 벗기고, 게거품으로 풀룩풀룩 밥을 짓고.... 이런 과정이 동심을 자극하고 너무나 재미있는 거예요.

딸아이에게 방아깨비 싸움을 하다가 풀어주기도 하지만 구워 먹기도 했다 설명해주니 눈이 휘둥그레 해집니다. 이 동화를 자녀에게 꼭 소리 내어 곡조와 의성 의태어를 느낄 수 있도록 읽어주시며 백석 시인에 대해서 알려주시고,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운율을 느끼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신영복 서화

한국 인사법에 유난히 밥 이야기가 많지요?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게 인사잖아요? "한솥밥을 같이 먹다"라는 문장에는 한국인만이 알 수 있는 정서가 담겨 있지요. 단순히 밥을 같이 먹는 것 이상의, 함께 한다는 운명 공동체로서의 의미. 우리네 전통의 한솥밥 문화란, 본래 이 동화책 마지막의 한 컷처럼 넉넉하고 푸근한 잔치의 이미지에 가까웠을 겁니다. 힘을 합치고 품앗이하여 함께 이뤄낸 열매를 맛보고 푸짐한 한 끼, 하얀 고봉밥을 반찬 없이 먹더라도 함께 둘러앉아 모험담을 반찬 삼아 웃음으로 말아내며 넉넉하게 채우는, 그런 한 끼요.

ⓒ 유애로 그림, 백석 글 [개구리네 한솥밥] 보림출판사 제공


하찮고 작은 것들의 푸짐한 한 끼 차려내 지기까지의 이야기. 특별한 재주랄 것도 없습니다. 무례하지도, 악에 받쳐 싸우지도, 투쟁도 없습니다. 존재 그대로의 개성을 발휘해서 함께 했을 때, 그래도 상으로 푸짐하게 한 상 먹을 수 있는, 순한 맛, 선한 맛의 흰쌀밥과 같이 담백한 동화 시. 시답게 착하게 아름다운 이야기, 우리 민속과 우리말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천상 시인 백석의 개구리네 한솥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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