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스타이그의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리뷰
윌리엄 스타이그는 '카툰의 제왕 King of Cartoons'으로 불리며 '더 뉴요커 The New Yorker'지 등의 카투니스트로서 활발히 활동하여 왔습니다. 장 자끄 상뻬, E.B 화이트와 함께 바로 윌리엄 스타이그가 잡지 더 뉴요커 출신 동화 작가 3인방 중 한 명입니다. '꼬마 니콜라'의 상뻬는 보통 아실 거예요. 스튜어트 리틀과 샬롯의 거미줄의 작가가 E.B. 화이트입니다. 뉴요커 지는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의미 있는 잡지예요. 95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이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일러스트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시대상과 일러스트 스타일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표지 일러스트 외에도 화제가 될 만한, 그 이상의 의미가 있고 고집과 철학이 있는 잡지이지만 오늘의 포스팅 주인공은 잡지도, '뉴요커 출신 동화 작가 3대 거장' 분들도 아니랍니다. 이미 인정받는 삽화가이자 카투니스트였던 윌리엄 스타이그가 동화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시기는 61세 경인데요. 그의 작가 생활 초반 작품이자 '칼데콧' 상을 수상한 동화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이 오늘의 주인공 되겠습니다~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 아이들의 두려움을 따뜻하게 풀어내다
아동 대상의 심리검사를 할 때,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 카드를 사용하거나(CAT: 아동용 주제 통각 검사), 동물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투사적 검사(DAT: 동물화 그림 검사)를 실시하기도 해요. 아동의 특성상, 동물에게 동일시를 쉽게 하기에 그렇고, 동물의 상징적인 성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기에 이점이 있습니다. 윌리엄 스타이그 역시 이를 잘 활용한 작가랍니다. 그는 의인화된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길 즐겼어요. 특히 그의 동화 속 동물 친구들은 엉뚱한 면이 있고 순수한 용기를 지니고 있어 어린이들의 열정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동시에, 어린 독자의 몰입을 돕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예쁜 조약돌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어린 당나귀 실베스터가 주인공입니다. 실베스터는 산책 중, 손에 쥔 채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이뤄주는 요술 조약돌을 줍게 되지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중 굶주린 사자와 마주치게 되자, 당황하여 '바위가 되고 싶다'라는 터무니없는 소원을 빌어버린 실베스터. '집으로 데려다줘' 나 '사자를 없애줘'라고 외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반응의 엉뚱함이 현실적인 아이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요술 조약돌을 손에 쥘 수가 없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픈 소원을 빌 수 없었던 바위가 된 실베스터.... 1년 후 다시 봄이 와, 실베스터의 실종을 슬퍼하며 피크닉을 나온 엄마 당나귀와 아빠 당나귀는 바로 실베스터가 변해버린 돌 위에 올라앉아 소풍 상을 차리게 되지요. 자칫 우스꽝스러운 이 상황이 안타깝기만 한 것은 작가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이라고 여겨져요. 이야기는 진지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적정 선에서 어린 실베스터의 무력함과 슬픔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줍니다. 이 순간 어린 독자들은 모두 손에 땀을 쥐게 될 거예요. 드디어 실베스터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깜짝 놀라 부모님과 포옹하는 순간, 긴장했던 아이들은 책 속 주인공과 함께 함박웃음을 짓고 손뼉을 칠 테고요.
무엇보다 이 동화가 특별한 것은, 아동의 심연에 자리한 '분리에 대한 두려움'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특히 딸아이는 아직까지도 가족의 해체에 대한 두려움을 맘속에 숨겨두고 있는 것 같아요. 출산 후 그리고 딸아이의 인생 초기, 가족 간에 많은 갈등이 있었기에 구성원 모두 불안이 높았습니다. 특히 아이였던 딸은 더 민감하게 느꼈을 거예요. 저의 아기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에 대해 각별했고,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이 동화책을 함께 읽을 때면, 그 시절의 상처가 건드려집니다. 저희 모녀가 마지막 장을 가장 맘에 드는 장면으로 꼽는 이유는 아마도 이 한 컷이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일 테지요. 그리고 맘속 깊이 숨겨놓은 두려움을 어루만지고, 미래에 소망을 품도록 힘을 주는 따스함 때문인 듯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녀만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는지, 칼데콧 수상 당시 '어린이의 분리불안과 무력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은유적으로 탁월하게 다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네요. 분리불안이 아이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엄마에게도 어린 자녀를 떼어놓는 일은 어렵습니다. 자녀와 양육자 모두에게 분리불안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되어 불쑥 찾아옵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엄마도 자랍니다.
분리불안을 부추기는 몇 가지 양육 태도
임상진단 기준에 따라 분리불안이 진단되려면, 몇 가지 요건이 지속적으로 4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자녀의 등교거부나 두통, 구토, 심한 울음 등과 같은 내용이 아니더라도, 3세 경에 어린이집을 보내기 시작하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엄마들은 본인이 분리불안을 겪거나, 자녀의 분리불안 증세에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요.
다만 이곳에서는, 자녀의 불안을 촉진하는 요인들에 대해서만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유전적으로, 기질적으로 불안에 취약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 가운데 가족 불화나 부부간에 갈등이 있다면, 특히 엄마가 어린아이에게 저도 모르게 신세 한탄을 하거나 본인의 불안과 분노를 분출할 경우 자녀의 분리불안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어린이들은 동물적 감각으로 가정 내에 흐르는 기류를 감지하고 본인의 잘못인 양 위축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영악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냥 잘 노는 것처럼 굴지만, 귀가 열려있고 눈치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것이 자녀 앞에서 배우자를 비난하지 말아야 하고, 조부모님들은 사위나 며느리를 비난하지 말아야 합니다. '누구를 닮아 네가 이렇고 그래서 내가 힘들다'라는 메시지 또한 자녀에게 금물입니다. 모든 어린아이들은 그 자체로 개성 있는 인격체로 봐주세요. 누군가의 모습을 겹쳐 닮은 구석을 찾으려 하는 관습은 내려놓아 보시면 어떨지요? 어린이들에게는 상황을 결정하고 통제할 능력이 부족하여 가족갈등 앞에 무력합니다. 그렇기에 아동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은, 부모로서 내가 아이에게 대하는 모든 것들이 진정 아이를 위해서인가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선택하고 훈육하려고 노력하고 계시지요. 그러나 내면의 동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에, 본인의 편의에 따라, 내 불안을 줄이려고, 본인이 조급해서, 내가 통제권을 계속 가지고자 해서 과잉보호를 하고, 아이에게 '넌 아직 나를 떠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엄마의 양육태도가 과보호이지 않은가 점검해보시길 권해요. 의존하는 것이 버릇이 되고, 성격이 되어 자녀가 더 분리불안에 취약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세요. 아이에게도 생각과 의견이 있습니다. 결정은 부모님이 판단에 따라 내려주더라도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분리불안이 있는 자녀라면, 갑자기 한 번에 좋아지기는 어려우므로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조금씩 연습을 하며 점차로 상황을 나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나는 수많은 어른의 의무를 해냈지만
나를 쥐어짜야 했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느낀 적이 없다.
어린 시절이 즐거웠고,
지금도 어린아이와 있는 것이
어른들과 있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항상 작고 순수한 상태로 있고 싶다.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윌리엄 스타이그 William Steig
출처: 한겨레 21 |사회 일반|박민희 기자
영화 슈렉의 원작이 사실 윌리엄 스타이그의 동화책이라는 사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거예요. 투덜거리고 늘 부루퉁한 슈렉, 아픈 엄마를 대신해 드레스 배달을 완료하려고 폭설을 뚫고 나가는 용감한 아이린, 너무나 다르지만 소중한 친구가 된 아모스와 보리스. 부족하고 어수룩한 데다 어려움에 맞닥뜨리지만, 순수함과 용기를 잃지 않는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 약간씩 우리의 '어떠한' 일부분을 닮아 있습니다. 윌리엄 스타이그는 이들을 통해 그의 동화를 접하는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거창하지 않은, 그러나 희망이 담긴 '성장 메시지'를 전하여 줍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지친 어른들에게도 때로는, 작은 격려이면 충분합니다. 그로도 다음날 아침 하루를 시작할 힘을 낼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큰 성과를 기대하고, 격려에는 인색하지 않은지요.
지금은 바랄 것이 더 없었지요
바라던 일이 모두 이루어졌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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