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내 친구

존 버닝햄의[알도] 리뷰

by 반짝풍경

여러분은 어린 시절, 상상 속의 친구가 있으셨나요?



상상 속의 친구는 실체가 없이 오로지 상상으로만 존재하기도 하고, 어린 아이나 동물의 모습 또는 아끼는 장난감에 아이가 독특한 성격이나 개성을 불어넣은 형태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부모님 중에는, 내 아이가 상상 친구를 정말 존재하는 듯 이야기해서 놀라신 경우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상상 친구 놀이를 하고, 꽤나 자라서까지 유지가 된답니다. 부모님이 걱정할 수 있기에 말하지 않았다는 아동들의 고백도 제법 많아서 이들이 상상 친구가 허구임을 인지한 이후에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일정 기간 유지함을 알 수 있죠. 사실, 더 어린 친구들도 상상 친구가 본인이 만들어낸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상 속의 친구, 위로자 '알도'

상상 친구가 등장하는 그림책 '알도'. 5세의 아동과 가장 대화가 잘 통한다던 세계적인 작가, 존 버닝햄 John Burningham, 이 대가는 2019년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습니다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다섯 살 동심을 잃지 않았던 할아버지, 존의 작품 '알도'는 단지 해맑기만 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알도], 존 버닝햄, 시공주니어, 2017.03.25.




존 버닝햄의 열려 있는 펜선과 드러난 밑그림, 그 위를 덮는 아이가 그린듯한 자유로운 붓터치 등이 글밥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소녀가 처한 상황과, 정서를 강렬히 전달하여 줍니다. 현실 속의 외롭고 위축된 소녀의 상황은 주로 펜선과 부분적인 채색만으로 그쳐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정말 신이 나지'라는 문장과 소녀가 홀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다른 테이블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삽화는 대조가 되고 묘한 위화감을 일으킵니다. 덕분에 소녀의 외로움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지요. 하지만 비밀친구 알도가 있어서 소녀는 괜찮습니다. 알도는 소녀를 늘 도와줍니다.




알도가 근사한 곳으로 데려다줄 때마다 주로 밝거나 강렬한 색감의 붓터치로 채워지며 책의 양면이 다 활용되는데요, 독자 입장에서도 이야기 전개상 갑갑해지던 참에 반짝하며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이는 주인공 소녀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전개이기도 하지요. 억눌리고 위축된 현실에서 벗어나 탁 트이고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에서 상상 친구를 통해 회복되고 위로를 받는 주인공의 내면을 아이도, 책 읽어주시는 부모님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혹여나 이러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상상 친구라는 개념도 걱정스럽게 여기시는 양육자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마침 지속적으로 연구를 해온 연구팀이 있어 소개해요.




국 오리건 주, 오리건 대학교 University of Oregon (UO) 의 발달심리학자인 마조리 테일러(Marjorie Taylor)의 연구팀은 상상 속의 친구에 대해 체계적인 면접을 진행하였고, 2004년 우리나라의 여러 매체에서도 이 팀의 연구 결과가 반복하여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의 연구팀은 3살에서 4살 사이의 어린이 152명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3년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인터뷰를 하였고, 그 결과 65%의 어린이가 상상 친구가 있고, 그중 1/3 은 7세 경까지도 유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답니다. 그녀는 사실 이 주제로 연구를 30여 년 간 지속하여 왔으며 '상상 친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기존 관념을 바꿔놓았습니다.



상상 속의 친구는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의 아동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존재이자 현실에서는 풀어내지 못하는 욕구를 반영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요. 상상 친구와의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사회화 연습을 하고, 공감능력을 기르기도 합니다. 언어능력도 향상되고요. 허구의 존재일 망정, 상황에 따른 상호작용과 교감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마조리 테일러 교수는 상상 친구를 가진 아동의 경우 오히려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이해하고 공감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언급하였어요. 또한 아동의 상상 친구 놀이를 정신적으로 문제 있다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또래 친구들과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레 이별하게 되므로 또래집단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부모가 이끌어주면 된다고 조언합니다. 또한 내 아이의 상상 친구를 파악하면 자녀의 정서적 욕구와 내면을 이해하실 수 있으니 팁이 될 수도 있겠네요.


상상 친구 '아때'

미롭게 여겨지는 것은, 어린이들의 상상 친구가 늘 순하고 착한 기질은 아니라고 그녀가 언급한 부분이에요.



저의 개인적 경험과도 일치를 하거든요. 딸아이의 토끼 인형 친구 '까꾸'는 애착 인형에 가깝고, 여성스럽고 새침합니다. 그리고 상상 친구 늑대인형 '아때'는 늘 말썽을 피고, 거짓말하고, 지저분하거든요. 심지어 '똥'을 가장 좋아하고요.



딸아이는 늑대인형 '아때'에게 말썽쟁이 청개구리 기질을 불어넣었어요. 본인이 시도하고 싶은 그러나 현실에서는 하지 못하는 일탈행위를 아때에게 주문하곤 합니다. 그리고 상상놀이 상황 속에서 한껏 반항하고 말썽을 피게 만든 후, 저가 뽐을 내며 '아때'를 타이릅니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해소의 감정과 쾌감을 느끼더라는 것이지요.



아마도 본래 모든 아이들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내적 힘을 품고 태어나지 않나 싶어요. 상담센터에서도 자녀 때문에 방문하셨다가 부모님이 오히려 부모교육과 상담을 받으셨는데 자녀가 변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들에 의해 무너지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지만 양육자의 '충분한 울타리'의 보호와 사랑, 여유가 주어지면 또한 놀랍게 회복되어 주는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또한 놀이치료를 통해서도 아이들은 배우고, 회복하고, 상상하며 무너진 영혼을 다시 북돋지요. 존 할아버지의 명언이 떠오르네요.




아동이 성인보다 지적인 면이 부족한 게 아니다.
경험이 부족할 뿐이다.
존 버닝햄



최근 학령기가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8세 딸아이. 점점 상상 친구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 빈자리를 단짝 친구 3인방이 채워가고 있네요. 그래도 간혹 밤 중 잠들기 전, 아때에게 말을 겁니다. 질투쟁이, 말썽쟁이, 산만하고 순진한 늑대를 소환하면 엄마는 기꺼이 인형극장을 개시하지요. 무인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하와이 댄스 콩쿠르에 함께 나가거나 유니콘 행성으로 우주 원정대 활동을 가는 등 미션을 정하는 것은 자녀의 몫.



조금씩 성장하는 자녀가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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