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교감하도록 안아주는 책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동화책 소개

by 반짝풍경

하야시 아키코의 작품 중에는 유아기의 아이에게도 읽어주기에 좋은 책이 많습니다. 딸에게 저 역시 유아기에 서양 작가로는 헬렌 옥슨버리의 책을, 동양작가로는 하야시 아키코의 책을 많이 읽어주었습니다.



옥슨버리와 하야시 아키코의 어린이 인물 표현은 사랑스러우면서도 매우 사실적입니다. 표정 또한 아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하여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결과물이기에 친근하여서 언어가 안 되는 유아들에게도 쉬 공감을 얻어냅니다. 무엇보다 아키코의 작품들은 일상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지만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따스하게 바라봐주는 작가의 시선이 삽화 곳곳에서 묻어나기에 우리 자녀들에게 거부감이 전혀 없지요.




달님 안녕 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반복해 읽어주었던 그림책이에요. 달님이 떠서 잠시 먹구름에 가렸다 다시 나타난다는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몇 장 안 되는 동화의 흐름 속에 궁금함, 반가움, 놀라움, 속상함, 안타까움, 원망, 안심, 즐거움 등 넓은 스펙트럼의 정서가 포진하여 있답니다.


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1990.04.01

먹구름이 달님을 가리는 순간, 어두워진 장면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어주며 "구름 아저씨, 비켜주세요. 달님 얼굴이 안 보여요"라고 읽어주자 아직 말을 온전히 하지 못하던 딸이 너무나 몰입해서 얼굴과 온몸에 힘을 주며 벌떡 일어나 그 느낌을 표현하던 모습은 잊지 못할 놀라운 기억입니다.


신선했거든요. 육아에 너무 지쳐서, 내 아이가 그저 의무감으로 돌보아야 할 '대상'이나 객체인 듯 느껴져 스스로에게 좌절감이 들곤 했었어요. 아이의 요구는 끝이 없고, 아이와 교감하고 싶은데 전혀 이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아 우울하기만 했던 그런 순간이요. 그런데 아이와 제가 그림책을 매개로 감정을 공유하며 이어진 느낌이 드는 순간이 문득 찾아올 때,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듯 새롭게 힘을 얻었더랬습니다.


유독 딸 유아기에는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동화책이 그런 순간을 자주 안겨주었어요. 일본의 편집자 타무라 미노루(Minoru Tamura)도 그녀의 업적 중 하나로 "아기와 함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었다"는 점을 꼽았다고 하니, 저만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을 선물로 받은 게 아닌 모양입니다.


하야시 아키코의 작품은 양육자에게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어렵고 복잡한 표정으로 다가가지 않습니다.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거울처럼 각자의 모습과 둘의 관계를 비쳐줍니다. 꾸짖지 않으면서도 틀어지거나 뭉쳐있는 관계를 바로잡도록 이끌어주는 다정함이 있습니다.


이러한 다정함은 사실적인 스케치와, 평범한 일상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에서 비롯된다고 여겨져요. 평범의 힘이랄까요. 동심 어린 순수한 시선이 현실적인 요소에 자연스럽게 젖어들어,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그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안전하고 포근한 느낌이 침해받지 않습니다. 플롯을 쫓아가느라 헐떡이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 그 여백 가운데 나의 아이와 충분히 느끼고 누릴 수 있어요.


육아로 심히 지친 날, 아이와 함께 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을 펼쳐 보시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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