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를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었다면 나는 글을 적지 못했을 것이다.
그와 며칠 째 같이 지내고 있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아침에 출근하며 그에게 키스하고 떠나는 순간은 소중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는데 먹는 거 자는 거 싸는 거 모두 말이다.
며칠 전 임파선이 부어 아파서 약을 먹고 자고 싶었는데 아픈 나를 이끌고 공차를 향했으며 결국 상태가 안 좋아서 집에 가서 자고 싶다고 하니 그제야 그는 나를 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어제는 쉬는 날이었는데 회사에 와 있는 동안 그가 9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몰랐는데 같이 있으면서 그는 정말 꼼짝도 안 하고 컴퓨터를 하는 것이다. 무려 아침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10시부터 5시까지.
나는 그동안 일본어 공부를 하고 나갈 채비를 했는데 우리는 이마트에 가려다가 휴무일이어서 오늘 가기로 했다.
그는 하루종일 컴퓨터를 하다가 갑자기 벨트를 풀더니 누워 있는 내 옆에 와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Do you wanna make it out?" 하니 원치 않냐고 물어봐서 상관없다고 하니 우리는 거칠게 섹스를 하기 시작했다.
왜 점점 그와의 섹스가 거칠어지는지는 나조차도 의문이어서 그에게 물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거 같아서라고 해서 대답할 수 없었다.
이러한 섹슈얼한 관계와 다르게 그는 내가 똥을 싸는 것 마저 체크를 한다는 것이다. 그로스 한 상황이지만 그는 진심으로 내 배를 마사지하며 의학적 지식을 총 동원해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어떻게 음식물이 위에서 장까지 움직이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저녁에는 레시피를 찾아보며 10시 정도까지 잠을 안 잤을 뿐인데 그가 다가와 핸드폰을 뺏고 자라고 했다. 나는 잠투정이 있어서 그에게 커들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는 컴퓨터를 가져와 내 옆에서 애니메이션을 봤다. 언제까지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도 5시에 기상을 해야 하니 그가 날 깨워줬는데 나는 5분만 더 자려고 했으나 그는 나에게 보이스톡을 걸고 억지로 일으켜 세워 욕실에 집어넣었다. 그가 커피를 만들어준 건 고마웠으나 잠자는 거, 일어나는 거, 먹고 싸는 거 마저 모두 그가 컨트롤하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나는 10살이 아니고 30살인데 말이다.
오늘은 그에게 컨트롤하지 말라고 말해보려고 한다. 너무 지쳐서 오늘은 엄마 집에 간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쉬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맘대로 못해서 말이다. 이 관계를 계속해야 하는 걸까? 그와 앞으로 정말 같이 살게 된다면 그는 나를 더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의 컨트롤을 불평했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를 라이프 파트너로 생각해서 미래에도 함께 하고 싶기에 나를 더 테스트하고 컨트롤했다고 한다.
나는 그저 같이 즐겁게 공연과 전시회를 같이 갈 수 있고 요리를 해 먹고 껴안고 같이 걸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데 그는 삶의 동반자이자 같이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 같이 성장하고 삶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해 나를 더 컨트롤하고 작은 돈에도 예민하게 굴었다는 거다.
나는 내 아픈 것, 매달 나가는 병원비 등등을 걱정하며 살고 있는데 그에 비해 그는 여유로워 그가 주는 재정적 안정감이 나는 좋았다. 어제는 이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먹고 싶은걸 마음껏 담았다. 내가 이런 느낌을 받았던 건 약 20년 전인 아빠와 엄마가 함께 했을 때여서 조금 슬퍼졌다. 나도 장을 보지만 이런 느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빠가 주는 재정적 도움이 끊긴 이후로 나는 struggling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가 어떠한 이유 때문에 6900원에도 예민한지는 정확한 원인을 모르지만 frugal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부자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며 미래에도 함께 하고 싶고 미국에 데려가 같이 살고 싶다고 하였다. 비자 걱정은 하지 말라면서. 다만 그가 걱정되는 건 내가 저축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 쓸데없는 것에 돈을 쓴다는 점, 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등등을 얘기했는데 그리고 가끔 어린애처럼 구는 행동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는 자기가 bunch of money를 준다면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내가 스스로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조금 놀랬다.) 그는 그가 돈을 많이 버는 직업군이어서 그런지 조금 여자애들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냥 내 느낌 상 그런 것 같았다.
내가 돈이 많았다면 그는 나를 다르게 대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돈이 많다면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을 도왔을 거다. 그도 이런 마음이라는 거겠지.
그의 모든 마음을 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전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싫어했던 것과 달리 나와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먼저 말해서 조금 놀랬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평생 결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그런 부류의 백인 남성인 줄 멋대로 판단했다.
결혼을 나와하고 싶다는 그에게 나의 이상적인 결혼 식을 얘기했다. Back yard가 있으면 거기서 결혼식을 해도 되고 나는 가족들만 부르는 소박한 스몰 웨딩을 하고 싶다고 말이다. 교회에 가도 좋고.
나이가 들면서 그의 어떠한 부분이 변한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가 평생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나와 결혼하고 싶다는 남자가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게다가 친구들이 자꾸 결혼을 하니 더욱더.
그렇지만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마이클과 나와의 관계와 동일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언제 나를 미국에 데려가려 할지 모른다. 그가 언제까지 한국에 올 지도 모르겠고.
다만 그가 내 인생을 걸만한 남자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나는 물질적인 소녀이기 때문에 마돈나 노래처럼 그가 나를 옥죄여 온다면 내가 쓴 돈 모두 체크한다면 숨 막혀서 살지 못할 것이다. 그게 꼭 필요한 것이더라도.
그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한 건 사실이다. 나 스스로의 요리 실력도 더 늘었고. 그가 나를 better person than I am 해준 건 사실이나 평생 그가 나를 컨트롤하려 한다면 (자는 거 먹는 거 싸는 거)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그에게 내가 차이는 것보다 내가 그를 차고 싶다고 얘기하니 나를 차게 된다면 그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지 않아서도 아니라 했다.
다만 그와 미래를 함께 할 수 없고 노트북 영화처럼 그가 집을 짓게 된다면 혼자서 장을 보고 요리하고 밥을 먹고 자고 그걸 반복하는 삶 속에서 내가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다면 너무 슬플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 스스로도 혼란스러워 보였다. 다만 어떻게든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듯해서 그가 스트레스를 받아하는 것 같아 조금 철없이 굴었던 내가 한심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도 그를 위해 희생한 것들이 많다. 온전히 나를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었다면 나는 글을 적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