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인생을 너를 위해 희생하고 싶지 않아.
에어컨 때문에 싸우고 그와 이틀 만에 만났다. 대면대면 하더니 막상 자상하게 요리를 해주었으나 (스크램블 소시지 볶음) 너무나도 느끼해서 먹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그에게 요리를 맡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을 가기 전 그와 헤이티에 가서 음료를 마셨는데 그가 내주어서 고마웠다. 시답지 않은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우리는 또다시 진지하게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가 언제까지 한국에 올지 모르겠어. 네가 안 올 수도 있고 내가 미국에 살기 싫어하고 네가 한국에 살기 싫어하는 것처럼 우리는 잘 맞지 않아 현실적으로. 그냥 독립적이고 돈 많은 여자애를 만나는 건 어때?" 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나는.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너는 매번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나는 아직 최선을 다해보지 못했어. 네가 독립적으로 되고 나와 함께 여행을 가고, 여기저기 다른 도시에 살아보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전에도 얘기했듯이 미래에도 함께 할 거야."
"난 내 인생을 너를 위해 희생하고 싶지 않아. 나는 서울에서 편안해 보이지 않아?"
"응 무척이나."
"내가 미국에서 직업을 얻지 못할 거라는 걱정은 나도 하지 않아. 다만, 내가 저축을 잘 못하고 있는 상태고 이대로라면 네가 날 포기하게 될 거야."
"너 말대로 그냥 말없이 헤어질 수 도 있는데, 나는 네가 나아진다고 믿어. 그래서 너에게 조언을 해주고 잔소리를 하는 거야. 이렇게 두 가지 옵션이 있지. 말없이 헤어질지, 네가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얘기해 주고 함께 하던지"
"네가 선택한 건 두 번째야? 너 나 그렇게 좋아해?"
"나는 너랑 사랑에 빠진 거고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렇단 말이지..."
"네가 평생 엄마랑 오빠와 함께 살고 싶다면 지금 말해도 돼. 그럼 널 포기할 테니까."
"내가 꼭 혼자 살아야 한다는 거야?"
"독립적으로 되려면 그래야 할 테지?"
"언제까지 그래야 하는데?"
"나야 모르지. 지금은 너를 보러 오지만 나중엔 한국에 안 올 수도 있고. 그때가 되면 너에게 알려줄게."
우리는 마치 미래를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한가닥 실버라이닝을 가지고 만나는 사이로서 위태로우면서도 안정적이고 권태롭고 꽁냥꽁냥한 사이였다.
나는 그가 나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안다. 다만 내가 독립적이지 못하고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고, 가족들이 날 도와준다는 점과 어느 부분은 매우 성숙하지만, 어느 부분은 21살이나 마찬가지여서 그가 생각할 때 내가 아기 같다는 것이다.
그가 어떤 질문을 했는데 Maybe로 대답하니 Say yes라고 말해라고 해서 질문이 프러포즈였나 혼란스러웠다.
스케줄이 엉망이라 그와 함께 할 시간이 적다. 부산을 가기로 했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의 방문에 나는 최선 아닌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