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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성희 Oct 20. 2024

당신의 목숨값은 얼마입니까?

목숨의 가격에 대해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당신의 목숨은 얼마가 적당할지 계산해 보자.


대략적으로 나의 목숨값을 정하려면

➜ 앞으로 예상되는 월급과 부수입

 + 그와 관련된 손해액

 + 위자료 등

이 포함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쉽게 사망보험금에 대해 제일 먼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말이다.

이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람의 목숨에 가격이 매겨진 사례를 들어보려 한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내 목숨의 가격의 책정될지 예상해 보고, 이런 상황이 도덕적으로 옳은지 판단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첫 번째 사례는 유명한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이야기다. 필립 모리스는 체코에서 한창 사랑받고 있었고, 이에 체코 정부는 흡연에 따른 의료비용 증가를 우려해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체코 정부에 세금을 더 내게 생긴 필립 모리스는 흡연이 체코 국가 예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고(비용 편익 분석), 그 결과 정부는 흡연으로 손해가 아닌 이익을 본다는 결론 도출해 냈다.

비용 편익 분석(費用便益分析, cost–benefit analysis, CBA)이란, 가장 효과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각 대안이 초래할 비용과 편익을 비교•분석하는 기법이다. 어떤 사업이 진행될 때, 그 사업의 성과를 화폐단위로 환산한 ‘총합계’에서 개발 등에 ‘투자된 총비용’을 뺀 값을 비교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월스트릿저널에 게시된 필립 모리스의 비용 편익 분석


연구에 따르면 담배에서 거둬들이는 조세 수입과 흡연자의 조기 사망에 따른 예산 절감 등으로 흡연은 체코 정부에 연간 1억 4,700만 달러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과의 내용이 대중에게 알려지자 필립 모리스는 궁지에 몰렸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온 논평을 빌리자면 “예전 담배 회사들은 담배가 사람을 죽인다는 사실을 부인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떠벌린다.”라고 했다.

이에 금연운동단체에서는 다음과 같은 신문광고를 신문에 게시한다.


필립 모리스를 겨냥한 금연단체의 신문 광고

이는 필립 모리스에서 한 인간의 목숨의 값어치를 $1,227로 평가했으며, 체코 정부는 그만큼의 이익을 보고 있다는 내용을 대중에게 알린 것이다.


역시나 대중은 분노했고 필립 모리스 최고 경영자는 인간의 기본 가치를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무시했다며 사과해야만 했다.


목숨의 가치를 산정하는 사례는 또 여럿이 있다. 그중 하나가 유명한 미국의 9.11 테러 사건이다.

Memorial 911

9.11 테러로 숨진 사람은 거의 3,000명에 달했다. 당시 법무장관은 테러 희생자 보상 기금의 특별단장으로 미국 최고의 중재자로 유명한 케네스 파인버그 전 연방검사를 임명했다. 파인버그는 유족 대부분이 동의할 만한 가격을 제시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목숨 가격표를 만들었다.


➜비경제적 가치(모두 25만 달러)

+ 피부양자 가치(한 명당 10만 달러)

+ 경제적 가치 (희생자의 소득에 기반해 책정)


어떻게 되었을까?

유족의 97%가 가격표에 찬성했고,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이라고 칭찬했다. 이 일로 파인버그는 최고의 협상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문제는 있다. 바로 생명의 가격이 경제적 가치로 환산된다는 것에 있다. 이로 인해 보상금이 최저 25만 달러인 사람과 최고 700만 달러인 사람까지 30배까지 차이가 나는 사람이 생겨났다. 과연 경제적 가치의 차이로 내 목숨의 가치를 나눌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안타깝게도 최저에 해당하겠다.


이번에는 나이에 따른 가치 환산을 이야기해 보자.

바로 얼마 전의 이야기이다. 코로나19 사태 때 우리는 모두 방역에 힘을 썼다. 서로 감염되지 않기 위해 어지간히도 애를 썼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나라들이 있었다.

바로 스웨덴과 영국이다. 스웨덴과 영국은 ‘집단면역’을 이유로 봉쇄를 해제했다. 인구의 대부분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항체가 생기면 전염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치명적이었기에 두 나라는 노인들의 생명을 경시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실제로 BBC에 따르면 스웨덴 사망자의 대부분은 70세 이상이며(스웨덴 정부 집계 90%), 이중 48.9%는 요양 시설 거주자였다.

이는 물론 노인의 생명에 가격을 매긴 것은 아니지만, 다른 이들(젊은 층, 기저질환이 없는 층)보다 가치를 적게 하였기에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목숨값 책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2018년 12월 10일 늦은 밤, 24세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는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다. 규정상 2인 1조로 근무해야 했고, 비상 상황에서 레버를 당겨 컨베이어 벨트를 멈출 수 있는 ‘풀코트’라는 장치도 있었다. 따라서 규정에 맞게 근무를 했다면 김용균 씨는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원 부족이라는 이유로 깊은 밤, 김용균 씨는 혼자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누구도 그 시간에 그를 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김용균 씨의 목숨값(보상금)은 얼마로 책정됐을까? 참고로 그의 월급은 220만 원이었다고 한다.

급여를 기준으로 그의 유가족에게 지급된 산업재해 보상금은 1억 3,000만 원이었다. 과연 막 세상을 시작한 청년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에 적당한 가격인지 의구심이 든다.

더군다나 서부발전 대표는 2심에서 규모가 크고 작업 인원도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컨베이어 벨트 작업의 위험성을 추상적으로 알고 있었을 뿐, 구체적이나 직접적 위험은 알 수 없다고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회적 약자는 죽어서도 사회적 약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이와 더불어 항상 거론되는 인물이 있다.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아들 곽 모 씨이다. 그는 화천대유를 퇴직하며 6년이 안 되는 기간을 일을 하고, 일을 하는 동안 ‘기침이 끊이지 않고, 이명과 어지럼증’이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았다. 그 금액이 무려 50억 원이다.

고 김용균 씨의 사례와 상당히 대조되는 일이라 이게 맞는 건지 의아다.


어떤 가격이든 누군가에게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꽤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그들이 목숨값으로 최소한의 인간적 존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연약한 불은 그렇게 힘없이 꺼지고 있다. 일터에서, 고국에서, 타향에서그렇다.


유독이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해 너그럽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을 한 경우 책임주체의 한 사람 당 평균 벌금 액수는 450만 원에 불과하다.

법원 불법 행위 유형별 위자료


더불어 일명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으나 그 역시 미흡한 부분이 많아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다. 그래서인지 매년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재로 사망하며 수년째 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2017년 OECD회원국 전체 산업근로자 10만 명당 사고사망자 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위의 표에서도 보면 여러 국가들 중 OECD 회원국들 사이에서 한국이 단연 사망자 수가 높은 걸 알 수가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처벌이나 보상이 미비하다는 것이 수년에 걸쳐 증명되었다.

반면, 영국의 경우 산재 사망 시 벌금의 최소액이 8억 원정도 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노동자 인권의 문제에 대해 낙후된 나라인지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앞 회차에서 트롤리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어떤 것이 도덕적 선택인지 고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그렇다면 목숨의 가치는 과연 사람마다 달라지는 것인지 자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내가 과연 그 가격을 책정할 만한 자격이 되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과연 가난한 노동자와 권력을 뒤에 업고 있는 사람 간의 목숨의 가격은 달라야 할까?


그렇다면? 다섯 살 아이와 연쇄살인마의 목숨의 무게는 같은 것일까?


물론 9.11 테러처럼 피해보상에 대한 부분은 각자 다르게 지급되어야 한다고 판단될 수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안에서 자유롭게 부를 축적하지만 또 그 안에서 내 생명과 경제적 가치라는 불평등에 맞서야 한다. 때문에 누구도 함부로 목숨의 가치에 저울질을 하지 않게 비판적 시각을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9.11 테러 보상금 지급 담당자 파인버그는 목숨 가격표에 따라 배상금을 차등 지급한 것을 후회하였으며, 이후 보상금 지급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참고문헌>

생명가격표 하워드 - 스티븐 프리드먼

Ultimate Price:The Value We Place on Life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한국건설산업연구원 OECD국가의 건설업 산재 사망사고 실태비교•분석

2010~2017년 OECD 회원국 전체 산업근로자 10만 명당 사고 사망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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