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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 『날마다 만우절』
토요일이면 영훈은 맥주를 마시며
새벽 산책을 했다.
그러면
미운 사람도 좋은 사람도 모두 사라지고
단순한 마음이 된다고 했다.
- 윤성희 『날마다 만우절』 중에서
<나의 단상>
맥주가 없어도 충분히 좋다.
봄날의 산책이라면.
다섯 시에 일어나 몸을 정갈히 하고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고
산책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어
새벽 미사에 간다.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성당은 고요하고
그 고요함 속에 서서히 동이 터오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빛이 영롱하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산책길엔
나도 영훈처럼 단순한 마음이 된다.
걷기에도 자전거 타기에도 참 좋은,
봄날의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