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나나타르트 Feb 12. 2023

너를 미워해

스위스

사람마다 꿈의 여행지가 있다.

내게는 스위스가 그랬다.


사진으로만 보던 동화같은 장면을 머릿속에 품고 비교적 빨리 꿈을 이루어 기쁘다며 떠난 스위스에서는 5일중 3일동안 비를 만났다.



비가오는 스위스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기대했던 푸른 들판 혹은 눈부신 설산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뿌연 안개만이 가득해 사진 속에서 색을 띄고 있는건 오직 내 빨간 원피스 뿐이었다. 


볼 수 있는게 없었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산을 올라야했고 높이오른만큼의 허탈함을 안고 내려왔다.

가뜩이나 비가와서 아무런 소득없이 숙소로 돌아오는 길,

기차역 가판에서 파는 컵라면을 기웃거리다 하나에 만원이라는 소리에 또한번 기겁을 하고 말았다.

이토록 기가막힌 물가는 이나라를 내 마음속에서 한뼘 더 밀어내고 있었다.


거의 매일 비가 온다던 스위스의 일기예보는 제법 정확했고 예상이 빗나가주길 기도했던 나의 간절함은 끝내 통하지 않았다.

약이라도 올리듯  떠나는 날에서야 비로소 화창한 날씨를 보여주는 스위스가 나는 미웠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고도 한참을 날씨욕을 하고 다녔다.


비가 오는 스위스는 빵점이라고 




낯설음이 시작이었고

배려가 없다고 느낀건 그 다음이었다.


나는 그런 이유로 그녀가 미운 것 같았다.


분명 작았던 감정은 그녀를 볼 때마다 불어나 후에는 보이는 모든것들이 내 신경을 거스르고 있었다.

그녀가 나와달리 적극적이라는 사실은 유난히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어쩌면 낯설음보다는 그 이유가 더 먼저였을지도 모르겠다.


미워하는 마음은 마치 숨기고싶은 컴플렉스같아서 나는 홀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누구에게도 말할수없었기에 이런감정은 어서빨리 사라져버렸으면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품을줄 알아야 진정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며 나를 다그칠수록 지치기만 할 뿐이었다.

계속 착한사람 흉내를 내다가는 그녀를 미워하는 나까지 미워질 것 같았다.




그 해 여름

비가 온다던 스위스에서

내려야 할 비는 결국 다 내리고 말았다.



나는 그녀를 미워하는 내 감정이 다 흘러내릴때까지 기다려주기로했다.

내 마음이 맑게 개일때까지

혹 그 감정이 끝내 사라지지 않고 내 마음에 오래 머문다면 그때는 그냥 미워하자고 마음먹었다.

꼭 백점짜리 인생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



비가 오던 스위스를 나는 꽤 오랫동안 미워했었다.






이전 04화 힐링포인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