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1.
공자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말씀하셨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내 고향의 젊은이들은 뜻은 크지만 일에는 미숙하고, 훌륭하게 기본은 갖추었지만 그것을 재량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1.
수줍음이 많았다.
큰댁 제사에 가면 한 번씩 만나는 친척 어른들에게 인사만 하고, 묻는 말에 대답만 했었다.
두 살 아래 남동생은 먼저 질문도 하고 크게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제사가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아빠와 남동생은 거실에, 엄마는 부엌에, 나는 방에서 틀어놓은 tv를 보며 끝나길 기다렸다.
음복하라는 말이 들리면 잠시 후 방문이 열린다.
손에 음식을 든 동생이 들어온다.
방에 혼자 있을 누나에게 고구마튀김, 새우튀김 같은 것을 건네준다.
동생은 적극적으로 음식을 집어오며 먹는데 난 그걸로 끝이다.
상 앞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가져와서 먹는 경우는 잘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비슷하다.
시댁 제사를 지낼 때, 한복 입고 제수를 나른다.
음복하라는 말이 나오면 청포도 같은 과일 하나 떼먹고 얼른 옷 갈아입으러 들어간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잠깐 기다리며 음식 먹는 아이, 어른들을 본다.
제사상을 치우기 시작하면 그때 나도 저녁상 차리는데 손을 보탠다.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는 조용히 제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며느리가 되어서는 조용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제사가 끝나길 기다린다.
절할 때 빼고는 동생이랑 같이 있으면서 어색함을 버텨냈다.
지금은 내 곁을 맴돌며 일손 돕는 아이들과 함께 상을 치우고 차리는 남편을 의지 삼는다.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보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역할로서 존재해 온다.
수줍음이 많았던 어린 나와 어른이 된 지금이 다르지 않다.
조용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그 시간을 보낸다.
변한 듯 변하지 않는 나는 그렇게 시간 속에 머물러 이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