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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Sep 12. 2021

댓츠 라이프

part 2. 빵과 커피 : 오레오 치즈 케이크 & 에스프레소

표지 사진 : Photo by. @JOFRAU


커피.

"에스프레소는 아직 어려워."


나는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남편의 에스프레소를 다시 건네주고 내가 원래 마시던 그냥 커피, 내 커피를 다시 내렸다. 



디저트.

"엄청 달다. 괜찮은데?"


나는 달달한 오레오 치즈케이크를 한 스푼 베어 물고 씩 웃었다. 내가 만들어서가 아니라 솔직히 진짜 맛있지 않냐는 눈빛을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커피를 입에 갖다 댔다. 



커피와 디저트 1.

"오 진짜 맛있다!"

"아깐 쓰다며."


오레오 치즈 케이크를 먹다가 입이 너무 달아져서 남편의 에스프레소를 다시 빼앗았다. 결국 내가 다 마신 셈이 되었지만 어쨌든. 남편에게 커피를 다시 내려주겠다고 하고 한 모금 마셨는데 너무 맛있었다. 맛있다는 소리를 너무 크게 낸 거 같아서 조금 민망했다. 쓰다고만 생각했던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디저트가 이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는데 꽤 잘 어울렸다. 쓴 맛과 단 맛이 이렇게 조화로울 수도 있구나.



커피와 디저트 2.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는 거니까요."


요즘 부쩍 자주 생각하고 입으로 뱉고 있는 말이다. 지금도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곳에서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는 나를 예전의 내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지금의 시간을 마주할 때까지 행복했던 때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때도 꽤 많았다. 그런 시간들을 잘 보내고 또 잘 받아들이며 오늘을 맞이한 거 같아서 괜히 감동적이었다. 


That's life (That's life)
That's what all the people say
You're riding high in April, shot down in May
But I know I'm gonna change that tune
When I'm back on top, back on top in June

That's life, Song by. Frank Sinatra


흘려들었던 노래를 우연히 영화에서 만나 반가웠다. 원곡이 더 좋고 나쁘고 보다 또 영화의 내용이 좋고 나쁘고 보다 그냥 그저, 저 노래 가사가 자꾸만 귀에 들어왔다. 자꾸만 눈에 밝혔다. 오래전에 쓰인 가사가 지금의 나에게 의미 있는 말로 들린다면 조금은 부끄럽고 건방진 생각일지 몰라도 노래에서 댓츠 라이프라고 말하는 그 라이프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공감이 되는 거 같아.'


나를 포함해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나 스스로에게만큼은 오늘도 잘 보냈다고,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몸도 마음도 바쁘고, 설명하기 어렵고, 생각하기 싫은 오늘이었다 해도 그 시간을 잘 보내고 또 내일을 기다리는 나에게 오늘은 수고했고 내일은 기대해도 좋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에 인상까지 쓰며 쓰다고만 생각했던 에스프레소가 입 안에 가득했던 달콤함을 또 다른 매력으로 개운하게 씻어내 주는 경험을 했던 것처럼, 쓴 맛으로 가득했던 하루가 단 맛으로 가득한 하루를 오히려 더 빛나게 해 줄지도 모른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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