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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별다방 May 06. 2024

I want to be an optometrist

ep.03 optometrist는? 검안사 檢眼士 시력검사자 안경검사자

#3. 2040년 5월 1일 화요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의 한적한 안경원/ 프랑스 안경 안


(점심을 먹고 한가한 오후, 2040년의 달력을 살펴보고 있던 주인장,

물끄러미 매대 위의 달력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바로 옆에 놓아둔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https://time.is/calendar/2040


주인장

(띠리 리리! 전화벨이 울리는 전화기 액정화면을 보고 함께 사는 스물여섯 살이 된 딸임을 확인한다.

수화기를 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한다.)

여보세요.


(밝고 빠른 목소리로)

엄마, 나 선글라스 하나 맞추러 갈 건데 언제 갈까?

6월에 여행 갈 때 쓸려고.


주인장

그래, 유럽여행 간다고 했지. 편한 시간에 와서 써보고 골라가.

지난주에 선글라스 많이 들여놨어.


잘 됐네. 다음 주에 엄마랑 같이 매장으로 나가면 되겠다.

근데 엄마, 안경이었다가 밖에 나가면 선글라스처럼 색이 변하는 거 있잖아.

그거 이름이 뭐야?


주인장

변색 선글라스 말하는구나.

변색렌즈(Transition Lens)는 광변색 렌즈(photochromic lens)라고도 하지.


맞아, 변색렌즈, 나 그걸로 할래.

평소에는 도수 없이 보안경처럼 그냥 쓰고,

햇볕에 나가면 진하게 변하는 걸로 해줘.


주인장

그래, 변색렌즈는 고를 것도 없어.

브라운하고 그레이로 변하는 거 둘 중에 하나만 고르면 돼.

테에 맞춰서 렌즈색은 골라줄게.

내일은 출근 안 해?


엄마, 내일은 평일이니까 출근하지.

근데 이번 어린이날이 토요일이라,

대체공휴일로 7일 월요일에 하루 더 쉰 대요. 그때 갈게요.


주인장

아, 그렇구나.

그래, 월요일에 같이 매장으로 나가자.



#4. 2040년 5월 7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의 한적한 안경원 앞/ 프랑스 안경 밖


(엄마가 매장입구에서 보안 푸는 모습을 보며)

엄마랑 매장 같이 오는 거 오랜만이네.


주인장

매일 출근하느라 바빠서 그렇지 뭐.

엄마는 여기서 소일거리 하는 거라 익숙해졌어.


엄마 오픈한 지 3년 됐나?

내가 대학 졸업할 때 엄마 오픈한다고 했던 것 같아.


주인장

맞아, 너 대학 졸업식하고 인테리어 시작했지.

그러고 보니 오늘이 오픈 3주년이네.


오픈할 때 여기에 할까 저기에 할까 고민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엄마도 제법 자리를 잡은 것 같아.


주인장

시간 금방 간다 그렇지?

너도 취업했다고 엄마한테 자랑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5. 2040년 5월 7일 월요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의 한적한 안경원/ 프랑스 안경 안


(보안을 푼 주인장은 매장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카드기와 노트북을 켜고, 매장 전등을 포함해 각종 전기 기구들의 전원을 켜며 돌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엄마랑 나랑 같은 해에 일을 시작했으니 입사동기였어.

하하


주인장

그렇네, 우리 그렇게 동기였구나.

소파에 앉아서 쉴래? 엄마 준비 좀 하고 보여줄게.


난 테를 좀 둘러볼게요.

어떤 테가 예쁠까.


주인장

변색한다고 했지?

선글라스 일 때 하고, 일반 안경일 때 둘 다 예쁠 것 같은 테로 골라.

엄마는 변색렌즈 끼면 금속테보다 뿔테가 더 예쁘긴 하더라.

계속 써야 하니까 좀 가벼운 걸로 골라봐.

엄마 얼른 매장 좀 준비하고 봐줄게.


(주인장은 의사 같은 흰 가운을 걸치고 거울을 본다. 가운에 달린 세 개의 단추를 잠근 뒤 매장 전체를 둘러보고, 조립실과 검안실의 전기기구 스위치를 켜두고 매장 가운데로 온다. 가벼운 비질을 하고 물걸레를 가져와 진열대와 장식장의 먼지를 없앤다. 조립실과 노트북 옆 안경 초음파세척기의 물을 버리고, 새로운 물로 각각 채워 넣는다.


주인장은 이제 노트북 앞 의자에 앉아 어제 매출을 확인하고, 오늘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찾으러 올 손님들의 완성된 안경을 확인한다. 어제 손님 안경 중에서 주문을 넣어야 할 렌즈가 있는지 확인하고 각 안경렌즈 업체에 주문해야 할 도수를 확인해 노트북으로 각각 업체에 주문을 넣는다.)


주인장

자, 이제 렌즈 주문도 끝났으니 우리 딸 안경을 골라볼까.

참, 시력검사(Eye exam) 한지도 오래됐지?

여기 앉아봐 도수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자.

검안실로 가보실까요 손님~


(매대에 진열된 안경테를 눈으로 보다가 답한다.)

네, 알겠습니다.


(둘 다 조금 조명이 낮은 검안실로 들어간다.)


주인장

(손으로 시력검사하는 오토리프락토미터-ARK(AutoRefractormeter & Keratometer)-앞의 손님자리 의자를 가리키며)

여기 앉으시지요.


(의자에 앉으며)


주인장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에 턱을 대시고요,

이마도 여기에 붙여주세요.

가운데 열기구를 봐주세요.

(주인장도 맞은편에 앉아 자동시력측정기인 오토리프락토미터-ARK(AutoRefractormeter & Keratometer)-를 쳐다보며 작동시키더니 띡 띡 소리가 나며 원거리 시력을 측정한다.)

자, 잘하셨어요. 고개 떼시고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주세요.


자동시력측정기=자동굴절검사기 내의 열기구, 나무위키


(딸은 의자에 앉은 채로 엉덩이를 들어 뒤로 보낸다.)


주인장

(측정된 시력을 확인하며 시력검사용 시험테의 왼쪽에 검은 렌즈를 넣어 차폐하고, 오른쪽에 도수에 맞는 안경렌즈를 넣는다.)

왼쪽보다 오른쪽이 조금 더 나빠졌네. 어디 보자.

이 시험 안경 써보시고요.

(포롭터가 띡띡 소리를 내며 무슨 버튼이 눌리고, 맞은편에 숫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 이 글씨 읽어보실게요.


한천석식 시력검사표, 나무위키
한국식 시력표를 개발한 한천석, 2007년 89세, 의협신문


3


주인장

이건 어떠세요?


5


주인장

이거 보이시나요?


2, 7, 5


주인장

이건 어떠세요? 읽어주시겠어요?


4, 1, 9. 3, 2


주인장

이건 어떠세요?


5, 9, 0, 2, 9, 7


주인장

생각보다 잘 읽네, 이제 왼쪽 해볼게.

(왼쪽에 있던 차폐렌즈를 오른쪽으로 옮긴 뒤 바로 씌운다)

왼쪽은 도수 없이도 잘 읽을 거야.

한 번 읽어볼까?


5, 9, 0, 2, 9, 7


주인장

이건 어때?


1, 8, 4, 3, 6, 5, 2, 7


주인장

좋아요.

(초록과 빨강 안의 숫자를 보여준다.)

초록색과 빨간색 안의 숫자가 있는데 어느 쪽이 더 선명하게 보이세요? 읽어주세요.


비슷한데요?


주인장

눈을 감았다 떠보면 바로 그 느낌으로 알려주세요.

어디가 좀 더 선명하세요?


빨강이 조금 더 선명해요.


주인장

네, (한쪽 눈씩 가리면서 물어본다. 왼쪽 눈을 먼저 가리고 물어본다.)

지금은 빨간색 쪽 글씨가 선명해요, 초록색 쪽 글씨가 선명해요?


음, 초록색이요.


주인장

(이번에는 반대편 오른쪽눈을 가리고 물어본다.)

지금은 어느 쪽이 더 선명하세요?


빨간색이요.


주인장

(렌즈도수를 하나 더 올린다.) 지금은 어떠세요?


둘 다 비슷비슷해요.


주인장

(차폐렌즈를 모두 빼고 물어본다.)

지금은 한쪽이 선명해요. 둘 다 비슷해요?

눈을 한 번 깜박이고 나서 느낌을 알려주세요.


어, 비슷해졌어요.


주인장

네, 이제 일어나서 걸어볼게요.


시력검사용 시험렌즈 Trial lens, https://www.pexels.com/


의자에서 내려와 매장 안을 걸어본다.


주인장

아래 바닥이 좀 떠오르시나요, 꺼져 보이시나요?


아무렇지 않아요.


주인장

그럼 몇 발짝 걸어보실게요.

(손으로 가리키며) 저 멀리 버스 정류장 글씨와 숫자 읽어보시겠어요?


잘 보여요.


주인장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돌려보세요.

어지럽지 않으세요?


(휘휘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괜찮아요.


주인장

그럼 자리로 다시 앉아볼게요.

(딸에게 씌워준 안경을 벗겨서 도수를 확인하며 처방전에 옮겨 적는다.)


엄마는 언제부터 안경사가 되고 싶었어요?


주인장

안경사가 꿈인 적은, 글쎄

아, 초등학교 때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

그 친구가 새로 안경을 맞춰서

전에 쓰던 안경을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둔 거야.

친구가 이것저것 보여주다가 예전 안경이라고 빨간 안경을 꺼내주는데, 한 번 써보고 싶더라고.

“이 안경 내가 써도 될까?” 하고 물었더니 친구가 도수가 달라져서 이제

자기는 못 쓴다고 나에게 줬지.

그때 친구가 준 그 안경을 쓰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왜 이리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

그 뒤로 고등학생이 돼서 칠판글씨가

안 보여 안경을 맞추기는 했는데

잘 쓰지는 않았어.

그리고 고3 때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에 가다 보니 어쩌다 전망 좋다는 말만 듣고 안경광학과로 가게 되었지.


아, 그랬구나.


주인장

고3졸업하고 바로 안경광학과에 들어가서 엄마는 대학 생활의 꽃은 동아리라고 생각해서 동아리활동을 열심히 했어.

그중에 영어회화동아리(ECA)에 가입해서 1학년부터 활동하는데 어느 날은 꿈이 뭐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지.

Q: What's your dreams?

A: I want to be an optometrist in the near future.

엄마는 1학년때 안경사면허를 따기 전부터 시력검사를 하는 검안사라는 직업이 더 끌렸던 것 같아.


출근길에 놓인 안경하나, 벗어둔 줄 모르고 자리를 떴나 보다.


검안사? 엄마 그게 뭐야?


주인장

검안사 (檢眼士)는 [거ː만사]라는 거만한 발음을 가진 명사지.

발음은 거만하지만 실상은 거만하지 않아.


뭐야, 거만해서 검안사라고?

나 참, 농담 말고 진짜로 말해줘~


주인장

거만사 그건 장난이고,

검안사(檢眼士)는 시력의 좋고 나쁨,

색맹 여부, 눈의 이상 따위를 알아보기 위해

눈을 검사하는 일을 전문으로 사람을 뜻하는 말이야.


검안사는 시체 검안하는 사람 아니야?


주인장

그건 검안(檢案)이라고 해서 검안서(檢案書)를 작성하는 사람이고,

그때 검안(檢案)은 변사(變死)한 시신(屍身)을 검사하는 일이나

검시(檢屍) 한 결과를 기록한 서류를 말하는 거야.

딸이 말한 시체 검안(檢案)이랑

엄마가 말하는 눈검사 검안(檢眼)은 한자가 다르지.

자, 두산백과에서 '검안사(檢眼士)'를 열어볼까.


아, 검안이라는 한글은 같지만

한자가 다른 거구나.

그러니까 내가 몰랐지.


주인장

백과사전의 검안사를 더 읽어줄게.


두산백과에서 '검안사(檢眼士, Optometrist)'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검안(檢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시력검사자 또는 안경검사자라고도 하며, 일반의사 이외에 검안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 콘택트렌즈 등의 검사처방을 하며, 미국에서는 1924년까지 거의 모든 주에서 검안사 제도가 확립되어, 의사 이외의 사람의 안경처방이 허용되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안경상(眼鏡商)을 겸한다. 한국에서는 1987년 11월 안경사제도를 도입하여, 시력검사 업무범위를 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도 53년 전에 안경사제도가 도입됐네.

그럼 검안사제도는 없어?


주인장

한국에는 법적으로 검안사 그런 게 없어.

엄마가 안경사 면허를 딴 게

1998년인데 말이야.

2040년이 된 지금도

검안사제도는 한국에 없단다.


아, 그래. 엄마는 안경 만드는 거 힘들다고 했던 거 기억나.

3D안경이 나와서 수치만 넣으면 얼굴에 맞는 안경이 딱 나오면 좋겠다고 했잖아.

콘택트렌즈랑 시력검사하는 게 안경 만드는 거보다 훨씬 재밌다고 말했었던 거 기억나.

엄마는 검안사 하면 좋겠다.

법이 왜 안 바뀌나 몰라.




검안사가 되고 싶었던 꼬마 안경사는 지금 63세의 할머니가 되어 대한민국의 작은 안경원 안에서 시험렌즈라고도 불리는 트라이얼렌즈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력검사용 시험렌즈세트 Trial lens set, https://www.pexels.com/
길 가다 만난, 주인을 잃은 안경


https://optometrist-story.tistory.com/entry/OPTOMETRIST-%EA%B2%80%EC%95%88%EC%82%AC


https://optometrist-story.tistory.com/entry/%EB%85%B8%EC%95%88%EA%B2%80%EC%82%AC%EC%97%90-%EB%8C%80%ED%95%9C-%EB%AA%A8%EB%93%A0-%EA%B2%83


https://www.koreaoptometry.or.kr/page/sub6_5


https://blog.naver.com/landmarkeye/223173059545


https://eyeamfinethankyou.com/301


https://naver.me/Gi9AgXGe


https://namu.wiki/w/%EC%8B%9C%EB%A0%A5%EA%B2%80%EC%82%AC#rfn-1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261


https://www.aao.org/eye-health/tips-prevention/eye-exams-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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