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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니레아 Apr 12. 2024

둘째는 사랑이라는데...

평범하게 사는 네가 부러워_06


에겐 죽자매(죽고 못 사는 자매)로 찐친 못지않은 여동생이 있다.


두 살 터울이라 어렸을 땐 죽어라 싸웠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동생이 있는 게 얼마나 의지가 되고 좋은지

그 덕에 첫째를 가졌을 때도 이틀을 꼬박 고생해 재왕으로 낳은 그 순간에도 동생은 꼭! 만들어 주고 싶었다. (친정어머니는 내가 몸 상하는 게 걱정되어서 반대하셨지만....)

첫째 아이에게 세 살 된 무렵에 동생 갖고 싶어?라고 살며시 물어봤다. 첫째 아이가 동생 생기는 걸 싫어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확인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응! 나 동생 갖고 싶어 그런데 남자동생으로 갖고 싶어 난 오빠 말고 형아하고 싶어!"라고 했다.

음... 아들, 딸 남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첫째가 나와 같은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다.

사실 아이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뭐... 동생이란 존재를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우리 가정에 두 번째 천사가 오기를 기도했다.





분만 대기 중 임신부는 '자가격리', 남편은 '확진'...'코로나19'속 기적의 출산 - 경향신문 (khan.co.kr)


하필 그 무렵 코로나가 찾아왔고

언제 끝날지 모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신생아가 고위험군이었기에 임신, 출산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출산 임박의 순간에도 코로나로 가능한 병원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산후조리원도 입소가 불가능하다는 관련 뉴스들이 막 쏟아져 나왔다.

아이는 동생 낳아달라고 거의 떼쓰듯이 계속 얘기했지만 신랑과 나는 맞벌이 인터라 전염병 속에서 임신으로 인한 고위험 상태로 일을 다니기엔 나도 위험하다 생각했고 직장에도 민폐처럼 보일까 생각 들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코로나 3년 차 후반 무렵 여전히 우리를 괴롭혔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고 독감처럼 격리 수준이 내려갔다. 지금 시기면 둘째를 가질 용기 내 보기로 결정했다.

누가 그랬던가... 첫째가 잘 들어서면 둘째도 바로 들어선다더니 둘째 가지고 싶은 나의 열망이 컸던 건지 첫아이 가질 때 하지도 않았던 배테기(배란테스트기), 배란일 맞춤 숙제하기 등등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기 시작했다. 생리일도 한 달에 한번 주기에 맞추어 똑같은 날짜에 했기에 당연히 될 줄 알았는데... 아이를 가지는 게 마음대로 안된다더니 매달 기대와 실망을 번갈아가며 아이를 기다렸다.











내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는지.. 나를 먼저 챙겨야겠다 생각했다. 

마침 사무실 맞은편 건물이 도서관이었고 다이어트할 겸 점심시간 독서를 하게 된 게 지금까지도 독서를 놓지않는 계기가 되었다.

독서하면서 몸과 마음이 준비가 되었는지 2개월 만에 두 번째 천사가 찾아왔다.

그렇게 열 달을 뱃속에서 건강하게 코로나로부터도 안전하게 출산했고 신생아를 키우면서 작고 큰 일들이 있었지만 감사하게 잘 커줬다. 지금은 큰아이는 8살 작은아이는 4살로 4살 터울 아들 둘 맘이 되었다.


얼마 전 일이다.

내 품에 안겨서 자고 싶다는 둘째 아이... 평소엔 자러 가~하면 형제 둘이서 안녕~ 하고 잠자리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날따라 유달리 품에 안겨서 자고 싶다는 거다.(아마...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내 품에 쏙 들어오더니 갑자기  "엄마 사랑해~" 하는 거다. (완전 심쿵 ㅠㅠㅠ)

꼬물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품 안에 안겨 잘 때면 늘~ 엄마가 많이 사랑해하고 뽀뽀했더랬다. 할 때마다 어떠한 반응도 없었는데 이렇게 감동 준거다.

그러더니 "아빠 사랑해~ 형아~ 사랑해" 그러곤 "나~ 잔다~"하면서 눈감고 잠들어버렸다.

내 뱃속에 나온 것만으로도 예쁜데... 이렇게 심쿵하는 말을 하곤 잠들어버리다니 ㅠㅠ

을 만지며 잠든 아이를 빤히 보면서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곤히 잠든 걸 방해할 순 없기에

가볍게 볼뽀뽀해 주고는 자리에 눕혔다. 아이가 눕힌 자세 그대로 깊이 잠든 걸 확인하고 방을 나왔다.


어제는 내가 급 에너지 소진이 돼버려서 거실 벽에 기댄 채 멍~~ 하게 있었더랬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큰아이는 "엄마! 파이팅! 엄마! 힘내요!"라고 외쳤고

작은아이는 나에게 와서는 "엄마~ 내가 안아서 토닥 해줄게~"하면서 작은 팔로 나를 감싸고선 토닥토닥하는 거다. 

아니! 이 작은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이 작은 품이 얼마다 포근한지 그때의 감동은 진짜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정말.. 둘째 낳길 잘했다. 가족의 결정이었지만 우리 가정에 선물로 찾아와 줘서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아이에게 한 얘기가 있다.

둘째가 말을 하고 행동이 커지면서 큰 아이랑 조금씩 다툼을 할 때였다.

"쭈니야 동생을 낳아달라고 했지만 막상 형아가 되어보니 힘들지? 엄마도 여동생이 있어서 알아~ 너 마음대로 하던 것들을 못하게 되고 양보해야 할 일들이 많아져서 속상할 때도 있을 거야....

그런데 쭈니야 엄마는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을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너무 고마워."라고 하자

"응, 엄마 형아되는 게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 그런데 괜찮아. 내가 동생 갖고 싶다고 얘기했으니까.

그리고 동생이 힘들게 하긴 하지만 너무 귀엽고 좋아 그래서 괜찮아." 하는 거였다.

동생이 생기면 엄마와 아빠의 사랑독차지했다가 한순간에 뺏기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눈앞에서 바람맞는 기분이 든다는데 큰아이는 그걸 느끼면서도 형아로 기꺼이 감당해 주는 것에 기특하고 고마웠다.


친정어머니도 둘째를 보면서 너무 예쁘다고 너 몸 고생한 건 마음 아프지만 이렇게 예쁜 애가 나오니까 너무 좋다고 하신다. 얼마나 예쁜지 셋째도...라고 하신다..ㅋㅋㅋ

아이가 하나일 때와 둘 일 때.. 힘든 정도는 2명이라 두 배일 것 같지만 3이상 되는 거 같다.. 특히 돌아가면서 혹은 한 아이가 아플 때엔 정말 더 힘들다.

그래도 아이 둘 노는 모습을 볼 때나 아이 아빠와 같이 걷는 뒷모습을 보면 나를 지켜주는 보디가드가 딱! 있는 느낌이 들면서 낳길 잘했다 생각 든다.

아이를 하나 더 낳는다고 체감할 정도의 지원이 더 커진다거나 드라마틱한 혜택은 없다. 하지만 투탁 투닥거리면서도 엄마~ 힘내세요~ 아빠 힘내세요~ 하면서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인생 참 잘살고 있구나 싶다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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