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니레아 Apr 19. 2024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었다.

평범하게 사는 네가 부러워_07

올해 3월 큰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입학한 그 순간까지 아이는 초등학생의 신분으로 새로운 장소에 들어가는 것에 긴장했고 나는 초등학생 학부모 된다는 것에 긴장했. 아이는 긴장한 이유는 설렘이 컸던 것 같고 나는 걱정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만 다녔기에 나 스스로가 아이에 대한 노파심이 컸던 거였다.

2024년 3월 4일 입학식날

직장에 일을 도저히 빠질 수 없 신랑만 다녀왔다.

육아를 함께 해오고 있지만 아이의 첫 시작을 부부 같이 가 아닌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신랑은 많이 긴장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맞벌이라 신랑만이라도 시간이 가능한 것에 감사해야만 했다.

일하면서 신랑이 보내준 사진으로 짧은 영상으로 본 아이 입학식은 감격 그잡채였다.

교실에 반아이들 속에서 앉아 있는 모습부터 6학년 형아의 손을 잡고 안내받으며 강당에 입장하는 모습까지 직접 못 보는 것이 제일 아쉬웠지만 이렇게라도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입학식 첫날에 받아온 각종 가정통신문들... 오랜만에 보는 갱지였다.

회색빛 거칠한 질감에 컬러하나 없는 검은 글자들... 그리고 특유의 종이향까지 학창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시험칠 때 지우개로 열심히 지우다가 찢어먹은 일

실수로 물 쏟아서 종이가 한순간에 종이죽이 되어버린 일

급식 식단표가 나온 날이면 맛있는 음식 형광펜으로 칠하면서 맛있는 메뉴 기대하던 일 등

교복 입고 다녔던 그 시절이 그땐 그랬지 하면서 머릿속을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추억놀이도 잠시 이젠 아이 부모로서 가정통신문을 받았기에 내용을 허투루 볼 수 없다.

독서를 취미이자 특기로 하는 내게 이쯤은 문제없겠지 했는데 웬걸....??

내가 다녔던 시절의 초등학교랑은 너무 달라서 그런 건지 한국어만 적혀있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버벅거리게 되었다. 진심 내가 난독증인 건가? 생각들 정도였다.

초등학교 예비학부이라고 인터넷으로 온갖 정보를 보면서 나름 자신 있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내 문제가 되어보니 앉은자리에서 정지한 채로 내용을 뚫어져라 볼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 준비물이 많다고는 들었는데 이 정도 일 줄은 몰랐고

입학식 날부터 돌봄 교실 가능한 것에 감사하면서도 돌봄 교실 프로그램과 간식의 존재에 대해 놀랐고

방과후학교 스케줄 짜는데 아이가 하고 싶은 것과 가능한 것의 조율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방과후학교 수업 신청할 때는 대학 수강신청 할 때처럼 스릴 넘쳤고 (이걸 매 학기 사수해야 하다니....)

문제는 내가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해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버거웠다.

(시간약속을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더 신경을 쓴 덕분인 것 같다.)






덕분에 나의 독서시간은 가정통신문 정독과 아이 학교 등교준비물 체크까지 하다 보니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할애하기 힘들었다. 보통 한 달에 10권 이상은 읽었는데 7권도 겨우 읽었다. 그 정도로 초등학교 1학년 3월은 정말 정신없는 한 달이었다.


매일 아침엔 일찍 잠드는 아이인지라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곤 한다.

바뀐 거라곤 어린이집 원생에서 초등학생으로.... 이것밖에 없는데 매일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익숙하지 않기에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해졌다.

그 덕에 취침시간은 점점 늦어졌고 피곤이 쌓여갔는지 내가 깨워야지만 일어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


어린이집 등원할 때처럼 프리하게 해서는 시간 지키는 게 너무나 버거웠다.

매일매일 아이에게 독촉하듯 잔소리해대야 제시간에 등교, 출근이 가능해졌다.

이래선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 들었다. 시간에 쫓겨서 아이에게 독촉하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시간계산을 하는 게 맞겠다 생각했다.


아이도 나도 맘 편한 아침을 위해

아침 등교를 위한 시간표를 만들었다.

8시 20분 ~ 30분 사이 학교 등교를 위해서 집에선 8시 10분엔 나가야 했기에 아이에게 스케줄 보여주면서 이 시간표대로 하면 절대 지각할 일 없다고 했다.(지각한 적이 없긴 하지만...!!)

양치 & 책가방 최종 점검은 빼먹을 순 없기에 마지막 준비시간을 위해 출발 10분 전에 모든 준비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는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하는 것에 혼란스럽고 어려워했다.

밥 먹다가도 시간이 다 되어서 양치하러 가야 했고

좋아하는 영양제 타임도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스케줄에 따라야 늦지 않는다는 걸 이해하면서 시간에 맞추어 준비했고 어떤 날은 준비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책 읽다가 간 적도 있다.


다른 또 하나는 방과 후수업 시간표다.

매일매일 다른 수업이 있기에 담임선생님께선 아이가 스스로 교실을 찾아갈 수 있도록 가정에서 교육해 달라고 하셨다.

방과 후수업 과목과 시간, 장소를 표로 만들어 주고 매일 필요한 준비물을 미리 챙길 수 있도록 그 전날 책가방 쌀 때 인지시켜 주었다.

시간표는 아이 가방 앞쪽 주머니에 넣어주곤 헷갈리면 보고 맞게 찾아가라고 했다.

아이는 금방 익숙해졌고 시간표 봐야지만 기억하는 걸 보지 않아도 스스로 준비물 챙기고 시간에 맞게 교실에 찾아가 수업 듣고 돌봄 교실에 갔다.






아이는 점점 익숙해져 갔다.


학교생활을 직접 하는 아이는 벌써 적응했는데 아이를 챙기는 나는 왜 아직도 적응을 못하는 건지.....

하루라도 빨리 혼자 등교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기다리며 떼쓰듯 호소하는 아이에게서 나는 아직... 아직.... 어려라고 하며 혼자 다니기엔 길이 위험해하는 생각으로 안 들어주는 게 아니라 못 들어주는 게 아닌가 생각 들었다.


아이는 벌써 독립할 준비가 된 건데

내 마음은 독립시킬 준비가 안된 것 같다.

나는 언제쯤 아이를 내려놓고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엄두가 안 난다.

내 손을 떠나는 그 순간이 말이다.... 아이는 손을 놓을 준비를 이미 다 했는데 내가 잡은 손을 놓지 않는 건 닌가 생각해본다....

이전 07화 둘째는 사랑이라는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