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가... 마트에 갑자기 양갱들이 엄청나게 진열되어 있었다.(그것도 밤양갱 위주로...!!) '왠 갑자기 밤양갱???? 그냥 양갱도 아니고??? 양갱은 좋아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걸...?' 하면서 무심결에 봤더랬다.
독서한다고 SNS는 책 위주로 본다. 다른 분들의 서평도 보고 신간과 베스트셀러가 어떤 책들이 있는지 정보만 본다. 그러다보니 요즘 트렌드에 많이 무뎌서 잘 몰랐는데 비비님의 밤양갱 노래가 히트 쳤고 양갱이 떡상한거였다. 나는 이제야 릴스로 들었던 거였고....;;;;
가사를 보면 떠나는 연인을 보면서 달디단 밤양갱을 먹고 싶다는 거 같은데...
왜 이게 나의 상황과 연결이 될 줄이야....(이 노래의 가사가 뇌에 울렸다해야 할까...)
첫째의 '아! 왜~!' 병 vs 둘째의 '내가내가'병... 그 중심엔 내가 있다....ㅎㅎ
새 학기가 시작하고 아이들이 적응이 필요한지 평소보다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는 날이 많다. 덕분에 둘 다 예민정도가 아주... 심각하다. (오후 5시쯤부터 자기 직전까지의 시간동안 피크를 찍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아주 소소한 일에도 아이 둘이 붙어 있으면 잘 놀다가도 어김었이 시끌시끌하다. 큰아이가 8살 작은아이가 4살 인터라 피지컬에 말빨에 둘 다 이길 수 없기에 작은아이는 빼액~!!! 울면서 내가내가!!!하며 난리가 난다.
큰아이는 아이대로 억울해서 나에게 와서는 아! 왜! 짜니는!!!! 이래서 저래서 이렇고 저렇고 그래서 억울하다고 어필하기 바쁘고...
그게 특히.... 아침시간에 벌어지면 정말.. 난장판이 따로 없다.
그때엔 이 소상(소생의 방언)들을 왜 낳아가지고!!!! 생각이 든다....참을인....!!
목요일인가.. 큰아이가 하교하고 어김없이 루틴대로 책가방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주섬주섬 책가방 정리하다가 엄마!라고 부르더니 손에 들고 있는 걸 나에게 내밀었다.
손에 있던 건 작은 초콜릿이었다. 방과후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이 주신 거라고 했다. 초콜릿을 보니까 엄마가 좋아하는 초콜릿이랑 비슷해서 안 먹고 챙겨놨었다고 하면서 나에게 주는 거였다.
달달한 간식 좋아하는 아이인데 그 순간 나를 생각했다니!!!!!
"이거 엄마가 좋아하는 거 맞아!! 안 먹고 챙겨 오다니 너무 고맙다 회사 가서 힘들 때 먹을 게 고마워"
"나 짜니(동생) 주려고 비타민도 받아오잖아! 짜니는 사탕 못 먹으니까 나 아침에 영양제 타임 때 비타민 먹고 싶어 하니 주려고 비타민으로 받아오는 거야."
짜식.... 누구 배에서 나왔길래 이렇게 감동멘트만 골라서 날리는 거냐....(이럴 땐 신랑을 닮은 거 같다. 신랑은 날 너무 잘 캐치해서 바이오리듬 변동성이 없도록 잘 조절해준다 ㅎㅎㅎ)
이런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생색을 내긴 하지만?(이건 날 닮았...) 가족을 생각해서 챙겨 왔기에 나는 늘 감동 가득의 리액션을 한다.
쓰다 보니 아이의 또 다른 일화가 있어서 적어본다.
엄마 아빠 죽지 않으면 좋겠어요!
큰아이 7세 때 4월 즈음인 것 같다. 어린이집에선 학부모 상담주간이라 선생님과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 가정생활 등등 상담해야했다. 코로나 이후론 전화상담도 선택지에 있어서 평일날 시간 내기에 어렵다 보니 전화로 상담 진행했었다. 월반한 친구들이 많아 적응하는데 무리가 없었다고 했고 잘 지낸다고 하기에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었더랬다. 선생님은 5월에 행사가 많다 보니 어버이날 기념 편지 쓴 얘기를 해주셨다. 어버이날 맞이 각자 부모님께 바라는 걸 적으라고 하면서 편지 쓰라고 한 거였다. 곧 편지를 받을 텐데 왜 따로 얘기를 하는 걸까 생각했다. 얘기 즉슨 다른 아이들은 '게임 더 하게 해 주세요.', '맛있는 거 사주세요.' 였다는데 아이는 다르게 적었다는 거다.
"엄마 아빠 죽지 않으면 좋겠어요!"
아니... 오래 사세요도 아니고.. 죽지 않으면 좋겠어요라니...ㅎㅎㅎㅎ
선생님도 보시곤 아이에게 왜 이렇게 쓴 건지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엄마 아빠랑 오래 살고 싶어서요."라고 했다는 거다. 아~ 그래요? ㅎㅎ 애가 웃기네요 ㅎㅎ라고 넘겼더랬다.
편지를 받고 아이에게 엄마 아빠 생각해 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면서 물었다.
"쭈니야 그런데 하나님이 이제는 하나님이 계신 하늘나라에 오라고 하면 어떻게 해?" 그러니
"당연히 하늘나라 가야지!!" 하는 거다.
"그럼 엄마 아빠는 쭈니 못 보는 건데?"
"나도 곧 하나님 계신 곳에 갈 거잖아 거기서 엄마 아빠 만나면 되지!" 하는 거다.
"그래 맞아 ㅎㅎㅎ" 라고 대답하구선왜 이렇게 생각이 든 걸까... 친구들처럼 게임 더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걸 갖고 싶다고 해도 될텐데... 라며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만 가지고 있는 정답에 생각만 하고 있다가 생각을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어린이집에서 다가올 설을 맞이해 연을 만들었다. 연에는 소원하는 것들을 적고 그렸는데 적고 그린 것들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큰할아버지 2024년까지 살아계셨으면 좋았는데 2023년 돌아가셔서 슬퍼요.
큰할아버지 사랑해요 ♥
작년이었다. 지병이 있으셨던 큰 아버님... 코로나 감염으로 급격하게 병색이 안 좋아지면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잠깐 차도가 있는 듯했다가 결국 우리곁을 떠나셨다. 큰집이 윗지방이라 장례식장으로 먼 길을 가야했다. 감당하기엔 둘째는 무리가 있어서 친정부모님께 맡기고 큰아이만 데리고 갔다. 윗지방에 사시다 보니 큰 명절이 있을 때만 찾아갔었더랬다. 인사드리러 가면 거동이 불편하셔서 소파에 앉아 아이들 재롱부리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곤 했다. 꼬물이들을 위해서 늘 기도해주신 큰아버님... 친할아버지처럼 자주 뵙는 게 아니었는데도 아이는 큰할아버지에 대해 기억하는 일들이 많았었나 보다. 아이를 데리고 장례식장 갈일이 종종 있었지만 잘 기억 못하는 나이라며 아이의 마음에 대해선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신경쓸 여력도 없기도하고....) 집안 큰 어른의 장례이기에 아이도 기억하고 생각이 났었던 것 같다.
꾸민 연을 사진 찍어 어머님께 보여드렸다. 어머님께서 보시곤 얘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냐고... 하시며 말끝을 흐리셨다.
엄마 아빠 죽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던 아이의 편지가 그 마음이 아니었을까 짐작이 되었다...
달디달고 달디달고 씁쓸한 초콜릿!
아이에게 초콜릿 받자마자 바로 출근가방에 넣어놨던걸 깜빡했었는데 립스틱 꺼내려고 보니 아이 마음이 담긴 초콜릿이 눈에 띄었다. 맞아... 이건 내 꺼지! 하면서 찍어봤다.
그러면서 비비님의 밤양갱 노래가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것이다.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이건! 바로! 글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