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린이날은 대체공휴일 덕분에 연휴로 정신없이 보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선 이렇다 할 여행을 간 적이 없었다보니 "우리 숙소는 언제가?" 라고 하길래 짠한 마음이 들어 어느 어린이날보다 최선을 다해 빡시게 보냈다. 그렇게 연휴를 보내고 명절증후군처럼시달리며 출퇴근길을 거닐었다. 무심결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걷다보니 길가의 가게들 판매대엔 카네이션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 집 아이들도 학교에서 어린이집에서 만들어 온 카네이션 편지와 생화를 한가득 들고 왔다.
5월 8일 어버이날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인 어버이날... 이날은 내 생일이기도 하다.
어버이날이 생일인 덕분에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다. 생일을 맞아 어렸을 때부터 결혼하고 엄마가 된 순간까지의 이슈를 기록해 본다.
1. 내 생일은 어버이날이야
학창 시절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었기에 카톡 생일 알람 그런 것도 당연히 없었다.
그렇다 보니 서로서로 생일이 언제인지 물어보고 다이어리에 기록해서 챙겨줬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4월 즈음이면 새로운 친구들과 친밀해지다 보니 어김없이 생일이 언제인지 물어봤다.
"너 생일 언제야?"
"나? 어버이날이야!"
"어버이날? 아!! 8월 5일?!"
"뭐라고??? ㅋㅋㅋㅋㅋㅋ 바보 아냐? 5월 8일 이 자나!!! ㅋㅋㅋ"
생일이 평범한 날이 아닌 기념일이다 보니 친구들이 생일이 언제인지 물을 때면
날짜를 순순히 얘기해 주기가 싫었더랬다. 그럴 때마다 날짜가 아닌 내 생일은 어버이날이야라고 하면 친구중에 꼭 8월 5일이라고 하는 애가 있었다 ㅋㅋㅋㅋ 난 이 재미를 놓칠 수 없기에 내 생일은 어버이날이야!라고 생일을 물어보는 친구들마다 얘기했다.(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친구는 갑분싸 어버이날이라 하니 당황했던 것 같다)
생일선물을 어떤 것 받았는지 기억나는 건 없지만 8월 5일은 지금도 기억나고 웃긴다 ㅋㅋㅋ
2. 어버이날 태어났으니 내가 효녀다!
어버이날이 생일이다 보니 우리 가족은 어버이날이면 선물교환식이 벌어진다.
나는 부모님께 어버이날 편지와 작은 선물을 드리고 부모님은 나에게 생일선물과 용돈을 주셨었다.
그리고 케이크는 꼭 있었는데 촛불을 두 번 켰다.
한 번은 어버이은혜를 부르면서 부모님이 촛불을 후~ 불었고
또 한 번은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고 내가 촛불을 후~ 불었다.
그러면서 부모님께는 어버이날 예쁜 내가 태어났으니 이미 효녀지요?라고 머리카락 휘날리며 얘기했다.
그때마다 부모님은 허허허 그래 맞아하셨고 ㅋㅋㅋ
어떤 날은 내가 바로 선물입니다. 하고 말로 때운 적도 있었더랬다. 엄마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가 으이그 싶다.
3. 네 생일을 음력으로 하는 게 어떠니?
결혼을 하고 어버이날이 다가올 무렵에 친정어머니께선 나에게 그러셨다.
원래 날이 안 바뀌는 음력으로 해야 진짜 네 생일이라고.... 이때까지 양력으로 해왔던 생일을 음력으로 바꾸는 게 어떻겠다고 하시는 거다.
네? 왜 음력으로 바꿔요? 갑자기???라고 하니
별다른 말씀은 안 하시며 몇 번씩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만 하시는 거다.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걸까 추측해본건 이거다.
하나, 아이들에게 생일과 어버이날 축하를 따로 받으라고
생일과 어버이날이 같은 날이기에 아이들이 부모님 챙기는 날이 줄어드니 더 챙김 받으라는 의미라고 볼 수있겠다. 솔직히 이건 내 욕심 같고 아이들이 장성해서 어버이날을 맞이하게 될 때 생일이기도 하니 오히려 더 많이 축하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걸로는 이유가 안 되겠다 생각 들었다.
둘, 시댁가족이 신경 쓰여서?
어버이날이 내 생일이다 보니 신혼 첫해부터 난감하긴 했다.
어버이날 은혜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드리러 가면 가족들 다 같이 있으니 내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도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 생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시부모님이 시할아버님을 모시고 사셨었다.) 시어머님은 늘 뒤에서 따로 내 생일을 챙겨주셨고 그렇게 축하를 받았었다.
지금은 어른께서 안 계시기도 하고 친정가족처럼 케이크 하나를 두고 축하노래를 두 번 부른다.
어버이은혜와 사랑하는 며느리 생일축하합니다~ㅎㅎ
요즘은 친구들이 다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다들 엄마로 며느리로 살다 보니 어버이날을 각자 부모님을 챙겨야 하니 생일축하해!!!! 어버이날이라 정신이 없네! 잘살자 우리!!! 하며 축하받는 일이 많다.
나 조차도 내 생일이니까 뭐 하지? 하기보다 어버이날인데 양가부모님께 뭘 해드리지? 생각하니 말이다.
아마 친정어머니가 생일 바꾸라고 했던 건 바로 이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온전히 생일로 축하받길 원하는 마음....
생일임에도 어버이날인터라 본인보다 부모님을 더 챙기는 나의 모습을 미리 보신게 아닐까 생각든 것이다.
그런데... 이때까지 어버이날로 축하하고 축하받아왔는데 갑자기 바꾼다는게 그럴필요까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음력으로 바꾼다고 한들 지인들에겐 어떻게 알릴꺼며 어차피 카톡엔 주민등록상 양력 날짜로 알람뜰꺼니까 의미없다 생각든거다.
우리 집 아드님들은 엄마 생일이 어버이날이라서 더 좋아한다.
말 그대로 날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날인 어버이날에다가 엄마가 태어난 날인 생일이기도 하니
축하할 일이 더블이라 아주 신이 나 했다.
"우리 엄마 생일은 어버이날이에요!!" 선생님께도 자랑했다고 하더라.
다양한 기념일 중에서 하필 어버이날이라고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버이날이라서 오히려 좋아~! 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