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니레아 May 03. 2024

얼룩도 시간이 가야 완전히 지워지더라.

평범하게 사는 네가 부러워_09

맛있는 걸 한입 가득 입에 넣고 먹으면 얼마나 행복한지....^^


딸기라면 밥보다 더 많이 먹는 우리 아이들... 덕분에 시즌엔 냉장고에 딸기 없는 날을 손꼽을 정도다.

(둘이서 저 큰바가지에 담긴 딸기를 3일 만에 먹을 정도니....)

딸기를 씻어 줄 때면 아이가 먹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안 크기보다 조금 작게 조각내서 썰어주었었다.

아이들은 그저 좋아하기에 조각크기가 작든 크든 상관없이 잘 먹는다. 그러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맛있는걸 입에 한가득 넣으면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기억... 입에 빈 공간 하나 없이 와앙!! 하고 넣고선 아구작아구작 먹으면서 행복한 기억이 떠오른 거였다.

마침 딸기가 씨알이 굵은 게 좀 있어서 큰아이를 불렀다.

"쭈니야~! 입안 가득 딸기 먹을래~?"

"응? 그게 뭔데? 입안 가득 딸기??"

"엉~ 말 그대로 입에 꽉 찰 정도의 큰 딸기를 한 번에 먹는 거야 ㅎㅎ 먹어볼래?"

"응응! 좋아 빨리줘! 오물오물 엄마!!! 진짜 맛있다 더 맛있는 거 같아!!! 또 줘!!!!"

형아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는지 와다다 나에게 달려와서는 나도 나도!! 라면서 달라고 독촉했다.

둘째에겐 입안 가득 딸기 줄 생각은 없었는데....(혹여나 넘어가서 질식의 위험도 있고 등등)

그래도 어쩌겠는가 안 주다가는 더 난리가 날 것 같아 추리 크기 정도의 딸기를 입에 넣어주었다.

역시나 둘째에게도 행복한 미소가 바로 번졌다. 오물오물... 그런데 으응?????

 밖으로 빨간 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아.... 망했다.....)

딸기를 이리저리 씹면서 딸기물이 감당 못하고 으로 나오게 된 거다.

노란색 오리옷이었는데 빨갛게 그것도.. 엄청나게 물들어 버렸다... 이런....









아이도 놀랬는지 "엄마 미안해... 딸기 흘려떠....ㅠㅠ" 라고 했다. 자기가 보기에도 큰일이다 싶었었나 보다.


처음으로 딸기 흔적 지웠을 때가 생각난다. 딸기얼룩에 비누를 바르니 얼룩이 보랏빛 or 흑빛으로 바껴지는거다. 뭐야 이거!! 진짜 큰일다!!!! 빨갛던 게 시커메지니까 화들짝 놀랐었...(화학반응으로 그렇다는거.. 지금은 알아서 괜찮지만... ㅎㅎ)

얼룩은 보랏빛이 되었다가 점점 사라지는데 비누를 바르고 벅벅 문질러야 빠르게 잘 지워지는 줄 알고 팔 떨어져 나갈 정도로 문질렀었다.

벅벅벅벅... 비누 바르고 다시 벅벅벅벅....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얼룩이 지워지기는 한데 흔적은 남아 있어서 말끔하게 안 지워지는 거다!!!!!!(아오 팔이야...)

하도 안 지워지니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비누 가득 발라놓고 방치해볼까 싶어서 문지르다 말고 방치한 적이 있었다. 그러곤 다른 빨래들이랑 같이 세탁기 돌렸다니 어머나!! 깔끔하게 지워진 거였다.


가득 딸기를 먹고 딸기물을 주르륵 얼마나 흘렸는지.. 딸기 얼룩이 진짜 역대급이어서

이건 벅벅 문지르다간 내 팔이 가출할 것 같아

얼룩마다 물을 적신 후 비누를 충분히 묻혀주었다. 역시나.. 노란색 오리옷은 보랏빛으로 얼룩덜룩 변신했고

신랑은 옷을 보더니 왜 이렇게 된 거냐며 화들짝 놀랬다.

이거 비누랑 만나서 화학반응으로 색깔 변한 거고 이러다가 지워질 거예요라고 안심시키면서 방치했다.


아이 빨래하는 날이 왔다.

빨래바구니에 가득 찬 아이들 빨래와 함께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보라보라 한 노란 오리옷도 같이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렸다. 제발 사라져 주렴!!!!!!

건조기까지 돌리고 옷가지를 하나하나 개다가 발견한 노란 오리옷!

와우!!! 원래대로 노랗게 쨍한 옷으로 돌아왔다!!! ㅎㅎ








벅벅벅 몇 번을 문질러도 완전히 안 지워지던 얼룩이

비누 바르고 그냥 방치했는데 이렇게나 말끔하게 지워지다니!


완벽하게 원래대로 돌아온 옷을 보면서 글감이 떠올랐다.

시간이 가면 다~~~ 해결 된다고 하는 말... 어렸을 때는 너무 책임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나이 들어가면서 인간관계라던지 작고 크든 사소하든 큰일이든 시간이 가면 해결되는 일이 많았다.

잠잠히... 묵묵히.. 기다리고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런 일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물 흐르듯 말이다.


벅벅벅 문질러 얼룩을 지우면 흔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것처럼

내 마음 편하자고 빨리 해결해버리려고 하면 꼭 찝찝한 마음이 있던 적이 있었는데

비누를 묻힌 후 며칠을 기다려 말끔히 지운 것처럼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니 시간이 흐르니 다시 관계가 회복되는 거다.


사실 기다리면 나는 힘들다. 빨리 해결하고 잊어버림 그만인데 문제를 내려놓고 시간이 가길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이건 성격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내 마음인 거고 상대방 마음의 시간이 필요한 것을 인정하고 기다리면 회복되면서 더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는 걸 경험한 후론 힘들어도 기꺼이 기다린다.

또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이 흘러 강이 되고 바다가 되듯

얼룩이 시간이 지나 흔적조차 없어진 듯

나의 마음도 인내해야 함을 또 한 번 다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