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누니레아 May 17. 2024

내 아이의 첫 현장체험학습(소풍)

평범하게 사는 네가 부러워_11

초등학교 입학한 지 어느덧 두 달 반이 지났다.

가정통신문에서 발견한 '현장체험학습'.... 소풍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출발해서 점심 먹고 오는 일정이라고 했다. 혹시나 바로 하교하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했는데 방과후학교와 돌봄 교실은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하길래 다행이었다.


첫 소풍이다 보니 준비물이 어린이집 때 준비물보다 조금 더 디테일했다.

1. 간단한 과자들은 포장지를 다 뜯어서 플라스틱통에 넣어주세요.

2. 음료수는 뚜껑 있는 걸로 바로 먹을 수 있게 뜯어서 보내주세요.

3. 물은 충분히 준비해 주세요.

4. 선크림은 필수! 모자는 챙겨도 되지만 가방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해주세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모자보단 선크림을 더 추천합니다.)

5. 도시락과 돗자리 준비해 주세요.

6. 비가 와도 갑니다.

등등등


그리고 추가 안내문자가 왔다.

'첫 현장체험학습이라서 아이들이 많이 들떠있습니다. 안전한 체험이 될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선생님 잘 보고 다니도록 한 번 더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00번 1,000번 이해되는 선생님의 안내 문자

나도 소풍 가기 전날이면 기대감에 들떠서 난리였는데 선생님도 걱정되셨는지 따로 당부 부탁하셨다.

얼마나 좋을까~~^^ 며칠 전부터 소풍 가는 날만 기다린 우리 아이

나는 반대로 큰일났다!!!!

비가 와도 갑니다에 와우!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서 갑자기 분주해졌다.

과자들은 손으로 집어 먹기 편하고 크지 않은 걸로 고르고 적당한 크기의 밀폐용기를 골라서 담아주고

녹아서 엉망이 되는 초콜릿은 제외시켰다.

음료수는 어린이 음료들 중에 빨대가 없어도 바로 먹을 수 있는 '뽀로로 음료수'가 집에 있어서 안쪽 커버 벗겨내고 겉 뚜껑은 뜯었다가 다시 조립해서 넣었다.

먹는 물은 평소엔 250ml짜리 챙겨줬었는데 날이 많이 덥다고 예보가 나와서 500ml짜리로 준비해 줬다.

집에 있는 돗자리는 아에 크거나 아에 작은(방석크기)만한거라 아이가 도시락과 가방을 놓고 볼 수 있는 것을 사야했다.

역시 급할땐 로켓배송이지! 했는데 왠걸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적당한 크기에 접어서 가방에 넣을 수 있는 컴팩트한 크기였으면 했는데 다들 시즌인지라 다 나갔는지 없는거였다.

이걸 어디서 구해야하나.. 생각하다가 학교 앞 문구사! 거긴 있을꺼야 번뜩 떠올랐다.

(학교 준비물은 다 있을테니 거기엔 아이용 돗자리가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내가 생각한 돗자리가 딱! 있었다. 그것도 적당한 가격으로!! 아이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했다.(문구사 최고최고!!!)

집에와 막상가서 쩔쩔매면 안되니 돗자리를 펼쳐고 접는 연습을 했다.

처음하는거라 아이가 당황해하며 접는걸 어려워했지만 펼쳐보니 마음에 들었는지 알아서 접고선 가방에 넣었다.

다행히 날씨는 맑음이라고 떳다. 하지만 바람이 조금 세게 분다고 해서 모자를 내심 안 챙겨갔으면 했는데 아이가 챙겨보겠다고 쓰고 가고 싶다고 해서 모자 안에 이름 적어주고 씌워 보냈다.

(선크림은 무조건 덕지덕지 발랐고!!)


늘 신경 쓰이는 도시락....

어린이집에서 소풍 갈 때마다 도시락 싸긴 했는데 매번 이렇게 마음이 쓰인다.

서로의 도시락을 비교해 보고 먹는 건지 아이가 친구도 문어햄(비엔나소시지) 있더라면서 내 거보다 이쁘더라고 얘기했던 적도 있는터라 이거 원.. 대충 할 수가 없었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니 알고리즘 발동으로 릴스에 온통 '5분 도시락 만들기', '소풍 도시락 만들기',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 등등 정보들이 쏟아졌다.

이 예쁜 도시락들을 100% 따라 하진 못하겠고...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만 머리에 그렸다.


첫 소풍 도시락메뉴는 사각유부초밥, 꼬마돈가스, 방울토마토 이렇게 구성했다.

유부초밥은 한입에 먹기 편하도록 꼬마사각으로 준비하고 울아이 최애 꼬마돈가스를 그 전날 몇 개 더 구워서 넣었다.

유부초밥을 그냥 만들어서 주려니 뭔가 특색이 없는 거 같아서

릴스에 나온 것들 중에 '샌드위치 햄 꽃모양 만들기'가 있어서 만들어 유부초밥마다 콕! 콕! 심어주었다.

꽃 만들기... 릴스로 봤을 때는 엄청 간단하고 쉬워 보였는데

내가 하려니 왜 이리 엉망인 건지..

그 와중 신랑이 어깨 너머로 도시락 준비하는 보고 부러웠는지 "내 거는~~~?"라고 했다.

아이 소풍날 신랑은 외부출장이 예정된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비하고 있는 도중이었고 재료도 충분할 것 같아서 "ㅇㅋ" 접수하고 신랑 꺼 햄꽃을 더 만들었다.

어린이 치즈 모양컷팅도 미리 하고

방울토마토도 크기에 맞게 잘라놓고

정신없는 아침을 대비하기 위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놨다.


소풍 당일날 아침

아이는 평소보다 매우 매우 일찍 일어났다.... 새벽 5시 반....

6시 반 알람설정한 내 폰은 필요가 없어졌다. 아이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가족들이 다 깨버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 둘째도 이른 기상을 했다.. 이런.....ㅎㅎ

평소와 다른 빠른 기상으로 다들 난리난리였다.

미리 준비한 입고 갈 옷 주니까 알아서 척척 입고(평소에도 제발 그러자....)

내가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서 아주 적극적으로 움직여줬다.(평소에도 제발... 응?)

둘째는 피곤은 하지만 눈은 떠졌으니 마냥 신나 했다 ㅎㅎ (좀 더 자는 걸 추천합니다만....)

원치 않은 빠른 아침시간.. 어쩌겠는가 설정해 놨던 알람이 필요 없어졌으니 꺼버리고


아이 도시락 만들기 시작했다.

도시락 왼편엔 잘라놓은 방울토마토와 미리 구운 꼬마돈가스를 놔두고

야채와 고기를 함께 버무린 밥을 사각유부에 넣어 만들었다. 꼬마크기라 그런지 유부가 너무 작아서 밥 넣기가 까다로웠다. 유부가 찢어지면 안 되니 꾸역꾸역 구석구석 억지로 집어넣고

가운데 푹 눌러서 햄꽃을 심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고 있으니 아이가 와서 구경했다.

"우와~~~~~!! 엄마 이거 언제 했어? 멋지다! 유부초밥 안에 햄은 뭐야? 문어야?"

ㅎㅎㅎㅎㅎㅎ

샌드위치 햄 꽃 보고 문어라니.... 이거 문어 아니고 꽃이야... 유부초밥에 심은 거야라고 하니

아~~~ 꽃이구나!라고 하더라.(에잇.... 그래도 멋지다고 우와~ 감탄도 했으니 나름 성공이라고 하자)


아이에게 도시락 만드는 걸 도와달라고 했다.

미리 컷팅해 놓은 모양 치즈들을 놓고 싶은 자리에 놔달라고 했고

약병에 케첩을 짜놓아 꼬마 돈가스에 꾸며달라고 했다.




음......

이런 데코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치즈들은 자유분방하게 여기저기 놓였고

케첩은 약병에 담은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철퍼덕 짜여있었다..

공들여 만들어 놓은 거에 마무리가 엉망 된 느낌이라 부글부글하긴 했지만

내가 도와달라 했고 아이가 만족했으면 뭐.... 친구들이 이거 왜 이래?라고 하면 내가 했다고 할 테니.. 그걸로 된 거다.


이번엔 신랑도시락

아이 도시락을 싸고 난 후 남은 재료로 만든 거라 도시락에 여백이 너무 많았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급하게 크래미를 계란에 부치고 남은 계란으로 계란말이로 만들었다.

아이에게 마찬가지로 치즈와 케첩으로 꾸미기 해달라 했는데....

역시나 치즈는 마음대로 케첩은 하트 따윈 없었다. (동료들에게 보여주니 사인한 거냐고 하더라...ㅎㅎ)




신랑이 보더니 몇 시에 일어나서 한 거냐고 고맙다고 했다.

양이 적어보여서 걱정이라고 모자라면 따로 뭐 사먹으라고하니 딱 맞다고 괜찮다고 했다.

먹기 전 잘 먹겠다고 인증샷도 보내주고 아이 것도 신랑 것도 성공해서 뿌듯했다.



이제.. 저녁에 현장처험학습 후기만 들어보면 된다.

그 후기가 엄청 기대된다....ㅎ

(잘 다녀와!!!!)






이전 11화 어버이날이 생일이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