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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마음 Oct 25. 2022

22년 1월, 혼자서 공사를 벌였다.

집이 넓어보이는 가구 배치와 동선 계획 (전용면적 59㎡)


[ 재료비만 겨우 신용카드로 ]

건축 행위는 주어진 돈과 시간 안에서 최대 효율을 내야 하는데, 입주 공사는 여러모로 열악했다. 매수 잔금을 겨우 치른 상태라 내게는 현금이 전혀 없었고, 재료비 정도만 신용카드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팔을 걷어붙이고 공사를 도울 남자 지인이 없었다. 당시 보증금을 받으려고 원룸 퇴거를 서둘렀기에, 선입주 후공사 형태로 실거주와 리모델링을 병행했다. 이미 순서가 꼬여버린 공사라 매일 정신이 없었다. 한 방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잠을 잤고, 다른 방은 풀지 않은 이삿짐이 가득했고, 또 다른 방은 벽지를 뜯어 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은 걸까. 건축학과에서 5년 동안 디자인 공부를 하고 공기업에서 4년 넘게 건축 공사 감독을 해왔지만, 셀프 공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골치였다. 그러나 어쨌든 한 번 시작을 했으니 우스워도 끝을 맺기로 했다.


 [ 최소한의 공정과 인력 고용 ]

기존 집은 수장 공사로 만든 장식 요소가 상당히 많았다. 천장이나 벽에 몰딩 같은 게 많이 붙어 있었고, 각 실마다 붙박이 수납장이나 매립 선반, 책꽂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철거공사를 염두해서 매매가의 500만 원을 깎아 주신 것 같다. 어쨌든 초반에 심플한 미니멀리즘을 염두했던 나는 고민이 컸다. 그냥 두자니 정신 사나웠고, 전부 철거하자니 공정과 비용이 비대해졌다. 결국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철거를 하기로 했다. 인력 2명을 하루만 고용해 중문과 방문, 붙박이장과 거실벽 선반과 조명과 벽지를 철거했다. 그리고 드레스룸 전면 거울(40만 원 대)  및 시스템 행거(70만 원 대), 각실 블라인드 및 커튼, 거실 유리 칠판(70만 원 대) 및 조명, 주방 아일랜드(70만 원대) 제작 설치와 같은 전문 공정은 인근 업체에 의뢰했다.


[ 페인트 칠과 바닥 데코타일 부착 ]

페인트 칠을 하기 전에 낡은 벽지를 뜯어야 벽지 결이 보이지 않고, 위생적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뜯고 보니 시멘트 먼지가 너무 많이 났고 콘크리트 표면에 뽀글뽀글한 기포 자국이 보였다. 그리고 천장은 벽지를 떼는 것 자체가 어려워서 철거를 포기했다. 모든 벽지를 깨끗하게 철거하고 퍼티로 콘크리트 요철을 정리하는 게 정석이지만, 나는 남은 벽지 위에 페인트를 두껍게 바르고 기포가 심각한 일부분만 퍼티를 했다. 어설프고 불규칙적인 퍼티 자국이 부끄러웠지만 ‘이런 게 빈티지 감성이지!’ 하며 흐린 눈을 뜨고 넘어갔다. 그때그때 이삿짐을 치우거나 보양해 가며 칠을 하는 것만 해도 고역이었다. 기존의 낡고 썩은 마루 바닥은 철거 난이도가 높아 그대로 둔 채로 덧방 시공을 하기로 했다. 바닥을 깨끗하게 닦고 45cm *45cm 데코타일을 본드로 붙였다. 타일이 얇은 것에 비해 무거웠지만, 커터칼로 자를 수 있어서 편했다. 수직 수평이 안 맞아 틈이 다소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 또한 흐린 눈으로 보며 넘어갔다.

[ 따뜻한 자연을 담은 다목적 거실 ]

자연의 질감과 형태, 색채를 담은 웜톤의 맞이 공간을 꾸미고 싶었다. 직각과 원형의 인공적인 형태나 차가운 대리석은 왠지 끌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큰 나무의 단면을 잘라 다리를 붙여 만드는 ‘우드 슬랩 테이블’이라는 가구를 알게 됐다. 고심 끝에 집 근처 공장을 찾아가 몇 시간 상담을 했고, 2.4m 길이의 8인석 북미 월넛 테이블(220만 원 대)을 주문 제작했다. 테이블을 다목적 거실을 꽉 채우는 포인트 가구로 과감하게 중심에 놓고, 나머지 소품들은 벽으로 최대한 몰았다. 우드 슬랩 테이블과 세트처럼 보이도록 의자는 같은 색의 곡선이 심플한 디자인으로 8개(도합 130만 원 대)를 구매했다. 주변에는 연한 우드 색이나 아이보리 계열의 튀지 않는 색 소품을 배치해 테이블이 더 돋보이게 했다. 넓지 않은 거실이라 시야와 동선을 시원하게 트고 싶었고, 거실에서 각 실로 가는 동선에는 물건을 두지 않았다. 넓은 현관과 거실 사이의 중문을 철거하고 단열 커튼을 달고 거실에 냉난방 겸용 에어컨을 설치했다.

가장 자연스럽고 애착이 많이 가는 가구는 우드슬랩 테이블이다. 북미 월넛은 사람도 좋아하지만 벌레도 좋아한다고 한다. 벌레가 지나간 자국을 투명한 레진으로 메워 보존했다. 단면에서 거대한 나무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 유지관리를 잘해주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고급 가구다. 덕분에 우리 집안의 분위기가 꽤 고급스러워졌다. 벤치까지 세트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혼자 쓰지만 산만하게 움직이는 편이라 일반 의자를 배치했다.

[ 너 답게, 너니까, 너라면 ]

가수 아이유가 최정상에 섰을 때 당장 다음 무대를 할 수 있을지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평생 건축 공부와 건축 일을 했던 나도, 첫 집을 고치면서 그런 의심이 끊이질 않았다. “굳이 왜 그런 고생을 하냐, 돈을 좀 모아서 나중에 공사하지.”같은 말들이 모이자, 확신은 사라지고 마음은 위축됐다. 디자인 컨셉을 잡아 설계를 하고 세부 공법을 정하고 업체를 섭외하고 공사 감독을 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것도 어렵지만, 심지어 자금난으로 대부분의 공정을 유튜브를 보고 혼자 시공을 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마감이 다소 어설펐다. 잠도 줄여가며 고생을 하는데 결과물이 와닿지 않자,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은 상처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무조건적으로 나를 믿어주는 선배의 몇 마디가 다시 나를 일으켰다. 대출을 받아 자가를 매입한 것, 고생해서 직접 설계와 시공하는 것을 대견하다며, 나의 젊음과 감각, 열정과 끈기를 응원한다며 내 프로젝트를 나보다 더 좋아해 주셨다. “너라면 할 수 있지, 너 답게 해봐, 너니까 가능하지!” 선배의 말을 들으면 그냥 힘이 불끈 났다.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것, 그 따스함을 몸소 체험하는 감사한 고비였다.


[ 맞춤 제작, 그 효율과 노고 ]

셀프 시공이나 기성 제품 배치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럴 때면 대기업 브랜드를 무조건 고집하기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가게를 찾아가 상담을 받고, 현장 미팅을 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를 했다. 그런 대부분의 결과물은 만족스러웠지만, 억울한 분쟁에 눈물을 쏟은 경우도 있었다. 세탁 건조기와 오븐의 규격대로 스케치까지 해드리며 의뢰한 주방 아일랜드의 높이가 8cm나 모자라게 재단된 것이다. 당황해서 말 수가 줄어든 사장님을 보고 나는 진작에 눈치를 챘지만, 다시 제작해 달라는 말을 꺼내기는 민망했다. 그래서 마무리 잘 지어 달라고 웃으며 자리를 비웠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삐뚤빼뚤한 8cm 높이 합판을 덧대어 어설프게 마감을 해놓은 걸 보고는 경악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오븐 코드를 뽑으려 뒤를 살폈는데, 코드가 건조기 방향으로 완전히 갇혀서 손댈 수 없는 걸 발견했다. 뒤늦게 전기 배선에 대한 하자 신청을 했지만, 대리점에서는 나를 진상 손님처럼 대하며 딱 잘라 거절했다. 본사에서는 대리점에서 정품이 아닌 짝퉁을 시공하고 서류를 남기지 않아 보상을 받을 증거가 없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불공정 거래였지만 더는 이 일로 속을 끓이기 싫어서 분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시공 하자는 현장에서 엄격하게 즉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 가구, 가전도 인테리어의 일부 ]

내 집을 마련한 것, 공사가 진척되는 것에 너무 설렜던 걸까. 나는 신용카드 5개가 한도 초과가 되도록 가전을 사며 갑작스러운 과소비를 했다. 벽걸이 TV, 에어컨, 세탁기, 건조기, 에어 드레서, 슈 드레서, 오븐, 식기세척기, 음식물 분해기, 정수기, 냉장고, 커피머신, 청소기, 밥솥. 한 번에 세트로 사야 싸다며 온갖 가전을 다 샀다. 사실 당장 필요한 것, 다른 인테리어 규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만 최소한으로 샀어도 됐는데. 결국 그 후유증으로 할부의 늪에서 허리띠를 1년이나 극한으로 졸라매게 됐다. 카드사에서 연체 대금을 즉시 납부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는 데, 폰을 안 받으니 사무실 전화로 독촉이 올 정도로 심각했다. 결국은 현금을 확보하려고 자동차를 중고로 팔았는데, 다행히 시기가 좋아 3년 반 탄 아반떼를 1250만 원에 매도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할부가 많이 밀려, 에어 드레서와 슈 드레서, 커피머신과 밥솥을 반값에 되파는 손해를 봤다. 느긋한 사람이 조급한 사람의 자산을 매수한다는 말에 쓰린 공감을 했다.


[ 솔바람이 부는 피톤치드 향 침실 ]

낯선 호텔룸에는 자질구레한 감정이 없기 때문에, 잡생각 없이 기분 좋은 잠이 오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가 과하거나 물건이 많은 공간은 사람의 생각도 복잡하게 한다. 특히 침실은 안식과 숙면을 위한 공간이기에, 소품은 최소한으로 두기로 했다. 침대는 대기업처럼 홍보가 많이 되지는 않았지만 질이 좋기로 입소문이 난 노브랜드 중소기업의 체험장에서 여러 번 누워보고 결정했다. 마침 1년 정도 전시를 했던 매트리스를 개당 90만 원대로 할인하기에 하드 1개, 미디엄 1개를 구매했다. 무게감이 있어서 나란히 붙여 하나처럼 써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혼자 뒹굴기에도 드넓어 좋고, 만약 결혼을 해도 그대로 쓰면 될 것 같다. 매트리스 아래 까는 베이스는 배송 사고로 빗물이 스며 있어서 반품을 했는데, 오히려 침대 높이가 낮아져 안정감이 들고 더 방이 넓어 보였다. 침대 발치에 있는 벽이 휑하게 비어 바다 풍경을 길게 그려서 걸었는데, 창밖으로 바다 바람이 분다고 상상하면 잠이 더 잘 왔다. 그리고 베란다 공간을 활용해 장식장과 최소한의 수납을 보완했다.

[ 옷은 사는 게 아니라 정리하는 것 ]

원룸에 살 때는 매년, 매달 옷을 사는 게 습관이었다. 어떤 스타일이 유행하는지 SNS로 눈 여겨봤다가, 시간 날 때마다 돈 날 때마다 백화점을 들락거리며 옷을 사모으는 게 취미였다. 좁은 방에는 옷이 넘쳤고, 정리가 안되자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옷도 있었다. 파악이 안 되니 활용이 안되고 입을 게 없다며 사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새 집에서는 양말과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걸고 싶었다. 드레스룸의 두 벽면 가득 시스템 행거를 설치하고, 옷을 분류해 걸었다. 니트는 자국이 남지 않도록 굵은 옷걸이에, 바지는 바지 걸이에. 한눈에 모든 옷이 파악되니 더 이상 옷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었다. 오히려 안 입는 옷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공간 효율을 위해 버리기까지 했다. 그러자 정말 자주 입는 옷가지만 남게 됐고, 더 편하고 즐겁게 옷을 코디하는 여유도 생겼다. 화장대와 마주 보는 빈 벽에는 전면 거울(40만 원 대)을 시공했다. 공간이 배로 넓어 보이고 핏팅을 하거나 전신사진을 찍기가 편했다. 그렇게 드레스룸은 내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 됐다.

[ 원래는 게스트룸을 만들려 했었다 ]

방 하나 정도는 과감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당시에 아이유의 ‘라일락’을 자주 들어서였는지, 연보라색 페인트를 게스트룸에 칠하게 됐다. 우연히 회색으로 의뢰했던 커튼이 청록색으로 잘못 제작됐는데 오히려 연보라색과 잘 어울려서 그냥 쓰기로 했다. 다크 핑크의 침구와 다른 소품들이 어울려 자아내는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좋아서 일부러 침실이 아닌 게스트룸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리고 이 방은 한 달 뒤에 무시무시한 불독이 점령해 폐허를 만들어 놓는다.


[ 비하인드 스토리 & TMI ]

1. 소음을 동반하는 작업은 낮에 끝내야 한다. 가구를 조립하거나 옮길 때, 두꺼운 헌 이불을 깔아주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2. 기존에 쓰던 가구를 임시로 배치해서 생활하면서, 새로운 가구에 대한 계획을 짰다. 치수, 색깔, 재질, 동선 등을 고심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3. 침대나 카펫이 위치할 곳은 데코타일을 생략했다. 한시적 인테리어나 야매 인테리어에는 제법 괜찮은 꼼수다.

4. 머리카락이나 피부에 페인트가 묻은 것을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지우기 어렵다.

5. 셀프로 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초반에 명확히 구별해서 공정 계획을 짜자.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철저히 전문가에게 분리 발주를 주는 게 맞다.

6. 페인트 냄새에 익숙해지면 느끼지 못한다. 칠하는 전, 중, 후로 의식적으로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한다.

7. 도면 입력 프로그램인 캐드를 이용하면 세부 치수까지 그리고 수정하는 게 편리하나, 캐드를 다룰 줄 모른다면 모눈종이에 그리거나, 치수 조정을 자주 해야할 수 있다.

8. 각 실마다 색조합이나 컨셉을 조금씩 달리 변주하면 재밌다. 그러나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써야 한다. 나는 단어를 심상화하면서 각실을 꾸몄다. 현관은 맞이 갤러리, 거실은 달이 뜨는 집현전, 침실은 피톤치드 숲, 게스트룸은 알라딘 양탄자, 드레스룸은 바비 옷입히기, 주방은 소탈한 웜톤.

9. 과감한 컬러를 쓰고 싶으면 작은 면적이나 비교적 저렴한 소품을 먼저 활용해보자.

10. 반드시 비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며 언젠가는 이사갈 수 있으니, 어떤 공정이든 가성비를 염두하며 계획하자.

11. 힘쓸 줄 아는 남자 지인들과 짐을 가득 싣을 수 있는 자차는 필수다.

12. 큰 공정부터 작은 공정까지, 큰 가구부터 작은 가구까지, 나는 중간 중간에 여건이나 영감에 따라 디자인 수정을 많이 한 편이다.

13. 페인트칠이나 미장 공사는 천장, 벽, 바닥 순서로 진행해야 한다. 역순으로 하면 청소가 어렵다.

14. 건축이라는 행위 자체가 비전공자나 일반인에게는 낯선 행위라서, 바가지 쓰는 경우가 많다. 재료비, 노무비, 경비 개념에서 철저하게 계산해서 따지는 게 어렵다면, 세부 공정에 대한 타견적을 여러개 받아보는 게 좋다. (여러 가게에 가격을 문의해서 서로 비교해봐야 한다.)

15. 건축과 인테리어는 패스트 패션처럼 생각해서 한철, 몇년 주기로 질릴 때마다 바꾸는 것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다. 최소 10년 단위로 생각해, 가족 구성원이 바뀌는 등의 변화까지 예측해서 지속 가능하고 오래가는 인테리어를, 한 번을 해도 가성비와 품질이 훌륭한 건축 행위를 하기를 바란다.

16. 그를 위해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선택하길 바란다.

17. 다른 곳은 몰라도 거실이나 침실은 안락한 느낌을 주는 편이 좋다.

18. 사용빈도가 떨어지거나 면적이 작은 곳은 비교적 색다른 시도를 해봐도 좋다.

19. 빌려쓰는 공간에 대한 인테리어라면 원상복구 시점의 철거 비용과 난이도도 감안해야 한다.

20. 러프한 날 것의 느낌으로 내는 투박한 빈티지 감성도 적당하면 예쁘지만, 과하면 성의 없거나 더러워보일 수 있다.

21. 무난하게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이 있고, 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강렬하게 드러나는 디자인이 있는데, 전자에 치우치면 인테리어를 한 보람이 없고, 후자에 치우치면 손님을 초대했을 때 민망할 수 있다.

22. 인테리어를 많이 했다고 집값이 무조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취향이 강렬하거나 장식 요소가 과한 인테리어는 원상복구 욕구를 일으키고, 집값을 깎는 요인이 된다. 튜닝을 많이 한다고 차값이 올라가지는 않는 것처럼.

23. 채도가 높은, 쨍한, 원색에 가까운 컬러는 실증이 금방 나고 호불호가 갈리고 촌스러워보인다. 패션에서 조차 조심스럽게 활용하는 컬러들은 건축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그래도 정 쓰도 싶다면 차라리 소품을 활용하자.

24. 데드스페이스가 없도록,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가구배치는 시원시원하게 해야 넓어 보인다.

25. 포인트 가구를 제외하고는 저렴한 가구를 써도, 공간과 잘 어울린다면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26. 아기가 생기면 집 구조가 확 바뀌니, 소음을 완충하는 매트나 아기 울타리, 아기 가구, 아기의 동선 등을 미리 생각해서 신혼 집을 꾸며야 번복이 없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다. 소음, 파손 등에 대한 공간 대처가 미리 필요하다.

27. 반려동물과 사람의 공간 분리를 확실히 하면, 동물이 마감재나 가구를 물어뜯을 때마다 싸우지 않아도 된다.

28. 같은 화이트 페인트를 벽에 칠하더라도 A4용지처럼 창백한 화이트보다 약간 누런끼가 섞인 크림색이 더 안정감을 준다. 같은 색이라할지라도 미묘하게 채도가 주는 느낌이 다르다. 핑크 컬러라 할지라도 저채도는 충분히 사용해봄직하다.

29. 색깔 조합을 적용하기 어렵다면, 구글링을 해서 예쁜 방 색깔 조합을 따라해도 좋다. 무난하게 성공한다.

30. 집을 사용하다보면 잡동사니가 많이 생긴다. 애초에 가구배치를 빽빽하게 하지 말고 처음부터 빈 공간이나 여유를 줘야, 잡동사니가 좀 생겨도 봐줄만 하다.

31. 주부의 동선이 가장 중요하다. 동선이 길면 가사노동에 지장을 주고 집안이 더러워져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그 외 동선을 상상해보자. 손님, 강아지, 남편, 아이. 그들의 입장을 절충한 동선이 이상적인 디자인일것이다.

32. 아무리 잘 꾸민 집이라도 유지관리는 필수다. 수전이나 전등, 배관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조치를 해줘야 한다. 사람이 살면서 시간을 들여 다시 꾸미는 게 진짜 집이다.

33.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앞서 사례 조사를 실컷해야 한다. 좋은 사례를 많이 봐야 좋은 디자인에 가까워진다.

34. 통상적인 가구 배치 보다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가구 배치가 효과적이다. (우리 집은 거실에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없고, 주방에 식탁이 없다.)

35. 건축을 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해도 좋다. 그러나 지인이라고 바가지를 안씌운다는 보장은 없으니 조심하자.

36. 건축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행위다. 쉽게 생각하고 달려들었다가, 관계와 돈과 공간의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하자

37. 공법이든 단가든 디자인이든 많이 공부할수록 유리하다. 유튜브와 구글을 적극 활용하자. 실패 사례를 많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38. 도기 공사, 벽 공사, 단열 공사, 전기 인입 공사, 배관 공사, 보일러 공사(베란다 확장)과 같은 난이도가 있는 공사는 혼자 어설프게 시도하거나, 비전문가에게 맞겼다가는 안좋은 사건, 사고를 맞을 수 있다. 애초에 건드리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39. 호텔이든 지인의 집이든 여행지든 여러 공간을 체험한 경험이 새 공간을 꾸미는데 많은 영감을 준다.

40. 아무리 관심이 없대도 집에 조그만 화분 몇 개는 두는 편이 좋다. 초록의 자연이 주는 고유한 안정감이 있다. 한달에 한번만 물을 줘도 되는 식물도 많다.

41. 침실이나 거실에 속커튼을 꼭 쓰자. 햇살이 들어오는 속커튼의 느낌이 아늑하고 소탈하다.

42. 사진과 그림이 걸릴 벽을 미리 지정해놓자. 너무 많이 걸거나 분산하면 정신이 사납다. 아트월을 지정해서 추억이 담긴 게시물을 전시해보자.

43. 디자인을 잘 모른다면, 디자인 요소를 최소한으로 하길 권한다.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이 옷을 과하게 입으면 어색하듯이, simple is the best. 욕심을 부려 디장인을 과하게 했다가 나중에 거슬려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디자인은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뺄까'에 가깝다.

44. 계단 한 두개 정도의 단차를 두면 발이 걸려 넘어지기 딱 좋다. 웬만하면 한 층 내에서는 애매한 단차를 두지 말자. 가능하면 문지방고 무턱도 좋다.( 물쓰는 공간 제외)

45. 건축 분야의 전문가나 감각이 좋은 사람의 인테리어라고 해도 타인의 눈에는 아닐 수 있다.

46. 금액과 시간은 항상 예상을 넘어선다. 처음부터 여유를 두고 계획해야 한다.

47. 딱히 떠오르는 컨셉이 없다면 집은 내츄럴, 아이보리, 우드가 베스트다.

48. 먼저 짐을 최소화하고 넉넉한 수납 구조를 짜자. 수납공간은 분산시키는 것보다 시스템 수납 식으로 벽면 전체를 수납용도로 꾸미는 게 나을 수 있다.

49. 텔리비전 보다 책을 가까이 하려면, 공간 계획에도 그 부분이 반영이 되야 한다. 서향 추운 골방을 서재로 쓰기 보다는 차라리 드레스룸으로 쓰자.

50. 드레스룸에 수납을 집중적으로 몰면 집 전체 수납이 효율적여지고, 모든 실이 깨끗해진다.

51. 현관은 가능한 넓게 쓰자. 가구가 많거나 좁으면 손님이 몰릴때느 장보고 와서, 유모차나 자전거를 처리할 때, 택배를 받으루때, 여러모로 불편하다.

52.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서양식 집이다. 어떤 손님들은 경악을 했지만, 나는 굉장히 만족한다.

53. 좁은 공간은 밝은 색이 넓어 보이며 무난하다.

54. 어떤 건축 행위든 항상 후회는 남는다. 그럴 때면 '그때는 이게 최선이었어.'를 외친다. 패션보다 1000배는 단가가 비싼 행위인 만큼 1000배 신중하도록 하자.

55.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진행하면 이견과 갈등이 없는 대신에 자기 취향에 빠지기 쉽다.

56. 어두운 배경색은 분위기를 차분하게 다운시켜, 가정집에는 절제를 하는 게 좋다.

57. 구조 부실, 누수나 층간 소음, 소방 설비나 단열재, 전기 선로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리모델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 밑 빠진 독에 물붙기를 하느니, 애초에 근본적인 문제가 없는 집을 매수하자.

58. 공간의 변화를 사진으로 꼭 기록해두자. 좋은 자료이자 추억이 된다.

59. 뚜비 방안에 그의 견사를 따로 지어주고 싶은데, 엄두가 안난다.

60. 방수가 되는 ABS 도어로 교체하려고 화장실 문들을 철거했는데, 돈이 떨어져 아직 달지를 못했다. 정말 후회한다.

61. 드레스룸 문과 중문을 철거한 것은 정말 만족한다. 동선도 깔끔하고 시야도 시원하고 넓어보인다.

62. 리모델링을 어느 정도 마쳤을 때 차를 팔아서, 다행히 별탈 없이 일이 끝났다.

63. 혼자 재료비만 들이는 리모델링은 두 번은 못하겠다. 정말 미치도록 힘들었다.

64. 큰 건설 공사는 기성을 월 단위로 나눠서 준다. 선불로 모든 돈을 다 주면 시공사는 컴플레인에 적극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있으니, 웬만하면 모든 준공검사와 검수가 완료된 후 후불로 지불하자.

65. 꽃을 집안 곳곳에 배치하면 자연스럽고 화사하다.

66. 인테리어 용품은 사는 재미가 쏠쏠해서 과소비를 하게 된다. 꼭 필요한 것만 여러 번에 나눠서 사자.

67. 가전제품은 전기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분산하거나, 낱개로 on/off가 되는 문어발을 쓰자.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오븐을 함께 쓰다가 누전 차단이 되면, 복구가 어려울 수 있다. 아일랜드를 짤 때 전기 배선에 신중하자.

68. 다용도실과 다용도 가구를 두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69. 웬만하면 창문을 막지 말자. 환기와 채광이 삶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 맞바람이 불면 온습도 조정에 큰 도움이 된다.

70. 수납 기능이 이쓴 곳을 제외하고는 높은 가구를 자제하자. 낮은 가구가 공간을 넓어보이게 하고 안정감을 준다.

71. 풍수지리를 따라서 가구를 배치하면 안정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침대 머리는 방문을 열었을 때 바로 보이면 불안정하다. 침실과 현관에는거울을 두지 않는 편이 좋다.

72. 과하게 꾸미면 금방 질린다. 집은 소탈한 멋이 있어야 한다.

73. 이케아 가구는 품질이 굉장히 좋은 건 아니지만, 되팔 때 감가상각이 없는 편이다. 자취방을 꾸밀 때 저렴하게 이용했다가, 자가를 꾸밀 때 중고로 파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74. 가구 간에 조화를 이뤄야한다. 국가나 시대 컨셉이 뒤섞이면 혼란스럽다.

75. 가구나 소품을 살까 말까 고민되면 사지 말자. 사서 후회하는 경우는 봐도 안사서 후회하는 경우는 별로 못봤다.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게 어렵다.

76. 관계가 틀어지면 공사는 산으로 간다, 웬만해서는 관계를 망치지 말자.

77. 조망이 나쁘면 예쁜과 비치는 속커튼 커튼을 달거나, 세련된 블라인드를 달아보자. 그리고 다른 벽에 예쁜 아트월을 꾸며보자.

78. 일단 공사가 한 번 시작했다하면, 공사하는 동안의 실거주는 어렵다. 나는 했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

79. ‘신박한 정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과 같은 수납, 정리 프로그램을 평소에 눈여겨보자. 가구 배치 노하우까지 새새하게 나온다. 인테리어와 수납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다.

80. 건축을 전공한 나도, 매번 모든 건축 행위는 낯설고 어렵다. 그냥 일반인보다 5% 정도 더 상식이 있는 정도 인 것 같다.

81. 집 구조가 너무 특이해서 손님이 올 때마다 긴장된다. 페인트칠이 엉성해서 흉을 볼까봐 무섭다. 근데 집이 넓어 보인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뿌듯하다. 원래 이 집의 구조가 잘 빠졌었고, 확실한 조닝(공간 분할)과 가구 배치의 강약조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데드 스페이스(기능이 죽은 공간)이 없는 것은 자부한다.

82. 사실은 이 집에 평생 살 생각은 아니다. 내가 고급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것을 아파트에 살면서 깨달았다. 그렇지만 현재 집에 대해 90% 이상 만족한다. 당시로서는 최선이었다.

83. 뚜비를 입양하기 전에 원래는 게스트룸에 쉐어하우스처럼 방을 세놓으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이후에 뚜비가 게스트가 됐다.

84. 기존 수장공사 때문에 일부 실의 천장이 낮아져 있는 것이 아쉽다. 철거할 돈이 있었다면 철거를 했을 테지만, 지금은 나름 익숙해졌다.

85. 이번 인테리어를 하면서 버릴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기 싫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장식적인 요소도 잘 변형하니 오히려 더 개성있는 공간이 됐다.

86. 이 집을 내가 매수하고, 혼자 꾸미고, 혼자 살고 있다는 게 사실 아직 믿기지 않는다. 꿈인 것 같다.

87. 가전제품의 전선을 완벽하게 정리하는 것은 어렵다. 가구나 소품을 활용해 가리는 편이 낫다.

88. 여러 공정 중에 철거 공사의 소음이 가장 심하다.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위아래 층에서 깜짝 놀란다. 나는 빵이나 과일을 갖다 드리며 그 김에 인사를 했다.

89. 우드슬랩 테이블은 거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것 같다. 비싸게 맞춘 보람이 있다.

90. 살다보면 가구 배치도 동선도 바뀐다. 생활패턴에 맞도록 더 최적화하는 것이다.

91. 인테리어가 실증이 날 때면 아트월의 그림이나 집안 소품을 바꿔보자.

92. 카페트를 깔면 평소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세탁이 귀찮다.

93. 공간을 분리하고 싶은데 좁거나 답답해 보일게 걱정되면, 일부가 뚫힌 가벽 파티션을 활용할 수 있다.

94.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집을 저렴하게 샀는데 인테리어 공사에서 눈탱이를 맞는 경우도 많다.

95. 리모델링 공사는 사전에 엘리베이터에 공지를 붙여 입주민의 양해를 구해야 하며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는 자제해야 한다.

96. 관리사무소와 동사무소에서 공구 또는 공구 세트를 빌릴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활용해보자.

97. 전선이나 배관을 노출로 하면, 유지관리할 때 벽을 부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요즘 건물들은 그런 설비를 노출 하는 편이다.

98. 냉난방 겸용 에어컨은 난방비가 많이 나오며 실외기를 실내에 설치해야한다는 단점 때문에 일반 가정집에서 잘 쓰지는 않는다.

99. 가전제품 상담을 받을 때는 정확한 공간 치수를 자서 방문하자.

100. 주광색, 주백색, 전구색 등 색온도에 유의해서 조명을 배치하자. 차가운 조명은 집 분위기를 경직시킨다. 장식 요소가 많은 조명은 밝기가 따라주지 않아 식탁 등처럼 포인트 조명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색온도에 따라 공간의 색과 분위기가 달라보인다.
자차 있던 시절, 가성비 좋은 이케아에서 과소비를 많이 했다.
의외로 돈들이지 않고 식물 구해올 곳이 많다.
공사 중에는 꽃을 집에 둬서 고달픈 마음을 달랬다.
생각보다 도면도 자주 변하고 건재도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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