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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이마음 Oct 25. 2022

22년 9월, 10만 원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영끌 내 집 마련과 가전 과소비로 엉망이 된 재정 상태


[ 예상보다 심각해진 생활고 ]

모두가 말렸던 무리한 영끌, 입주 인테리어 공사, 가전제품 할부 및 과소비, 불독 뚜비의 양육, 조울증 재발로 인한 휴직, 쌓여가는 카드 리볼빙과 연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원금 상환 요청. 내 재정 상태가 엉망이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TV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서, 내가 집을 차압당하고 길거리로 나앉는 상상까지 했지만, 인과응보라 억울할 것도 없었다. 연초부터 10개월간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주변에 털어놓을 사람도 해결해 줄 사람도 없었다. 아파트 계약할 때부터 이미 가족들에게 몇백만 원씩 신세를 진 상태라, 더 신세를 지는 건 도저히 양심상, 자존심상 어려웠다. 조증이 처음 터지고 미친 듯이 카드를 긁었던 그때로 돌아간 인상을 주기도 싫었다. 어차피 겸직 금지였지만, 조울증이 악화될까 봐 ‘과외’ 같은 알바를 할 수도 없었다. 매월 20일 입금되는 휴직 급여가 +144만 원대, 매월 8일에 보금자리론 체증식 상환 -60만 원 전후, 매월 13일에 대구은행 원금 상환 -22만 원대, 국민은행 이자 상환 -21만 원대, 그 외 비상금 대출 이자 -8만 원 전후, 미디어 통신비 -12만 원대, 보험료 -7만 원대, 각종 관리비 -11만 원대 전후, 뚜비 사료 -9만 원대. 그냥 숨만 쉬어도 남는 돈이 없다. 여기서 기존 카드빚과 식대와 같은 생활비가 더 필요했다.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채무조정(이자를 낮추고 상환 기간을 늘이는 제도)을 알아보는 중이다.


[ 차부터 밥솥까지, 중고로 되팔다 ]

3년 반 탔던 아반떼는 3월에 진작 팔았고, 1250만 원 정도 급전이 생겨 안도의 한숨을 쉬었었다. 하지만 휴직이 시작된 7월부터는 다시 발을 동동 굴렀다. ‘내일 이자 나가야 하는데, 모레 관리비 나가야 하는데, 잔고가 아예 없네.’ 하면서 혼자서 끙끙 앓았다. 헬스 등록한다고, 임플란트 한다고, 뚜비 수술한다고 여러 가지 과장 섞인 핑계로 부모님께 용돈도 받아 봤지만 스트레스는 한계점에 도달했고, 집이 차압당하기 전에 피가 말라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밤마다 유튜브로 타로점을 보면서 “다 잘될 거야. 하나님 죽기 싫어요. 500만 원만 빌려주게요.” 기도하면서 격일로 울었다. 결국 입주 때 샀던 에어 드레서, 슈 드레서, 밥솥, 커피머신을 반값에 되팔았다. 그리고 집에 있는 돈 될 만한 것들을 찾아서 당근 마켓에서 급하게 싼 값에 처분했다. 하지만 빚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지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아예 안 해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건강한 요리가 주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진 않았다.


[ 쌀 한 톨, 파 한 단, 부식비 줄이기 ]

평소 살갑게 지내지 않았던 엄마를 자주 만난 건 모두 전략이었다. 얼굴 본 김에 단 돈 5만 원이라도 주지 않을까 하는 속내로, 내 돈으로는 사 먹기 힘든 고기 외식을 자주 하자고 했다. 엄마는 조울증으로 휴직 중인 내가 안쓰러우면서도 돈을 막 쓰고 다니나 걱정이 됐는지, 헤어질 때는 꼭 “용돈 줄까?”하고 떠봤다. 나는 자존심이 무너지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그러던지, 장부에 적어놔, 열 배로 갚을 테니까.”하고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렇게 5만 원, 10만 원씩 모은 돈이 귀했다. 엄마는 내가 헬스장 등록하고 영화관이나 백화점에서 기분 전환하고, 여행 가서 쓴 줄 알겠지만, 사실 거의 다 빚에 긴급 수혈됐다. 원래도 우리 세 자매는 일요일 점심때마다 본가에 모여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는 했는데, 휴직 이후 내 참석률이 99%에 수렴했다. 그리고 아쉽지 않은 척하면서 온갖 식자재를 캐리어에 잔뜩 실어왔다. 예전에는 김치라도 싸주려 하면 차에 냄새 밴다고 그렇게 짜증을 냈었는데. 이제는 “양파 있어? 참치는? 밀가루 없어?”하며 엄마의 냉장고를 뒤적거렸다. 그렇게 기본 식재료는 매주 본가에서 훔쳐오고, 그 외 급하게 필요한 부식이나 정말 먹고 싶은 과자만 슈퍼에서 할인할 때 샀다. 만원 미만으로 3일에 한 번씩, 한 달에 10만 원 정도. 그리고 가족 외식을 제외한 거의 매끼를 집에서 요리해 먹었다.


돈 안드는 낭만, 허용가능한 사치


[ 영화관 로비, 중고서점, 무궁화호 ]

물질만능주의와 상업주의를 혐오하던 나였다. 조증이 심각할 때를 제외하고는 꽤 검소한 편이었고, 분에 넘치는 사치를 하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극도의 생활고, 빈곤 속의 빈곤에 시달리게 되니 돈을 쓰지 않아 우울한 상태가 심각했다. 특히 예민한 기질인 나는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매일 집에만 있자니 생각이 많아져 우울해 견딜 수가 없었다. 시간은 넘쳐나고 현금이 전혀 없는 상태, 언제 막힐지 모를 카드 몇 장을 들고 집 근처를 배회했다. 학생 때, 취준생 때 지겹게 가서 그런지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 때문인지, 도서관은 뭔지 모를 거북함이 있었다. 집 근처에 공원이 많다는 건 축복이었고, 장미가 가득 핀 공원에 가는 건 즐거웠다. 다만 2시간 이상 야외에 있는 건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휴직 초반에는 스타벅스에 가서 매일 커피와 케이크를 시켰지만, 그것도 한 달이면 30~40만 원이었다. 저렴한 카페조차 가기 어려워지자 10개 2,980 원하는 요구르트를 냉장고에서 하나씩 꺼내, 영화관 로비로 향했다. 왕복 한 시간, 가는 길에 삐뚤빼뚤한 골목길과 알록달록한 주택을 보는 게 재밌었고, 영화관 로비는 카페보다 사람이 적고 조용했다. 오고 가는 사람 구경도 하고, 영화 예고편도 질리게 보고, 집중해서 책도 읽고, 브런치에 글도 쓰고 오히려 좋았다. 육아 고충과 시댁 뒷담이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작은 카페보다 나았다.

그리고 가난한 일상이 미치도록 지겨운 날에는 무작정 무궁화호를 타고 부산을 벗어나, 당일치기 여행을 했다. 그냥 이리저리 떠돌다가 한 끼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낯선 카페에 가고 중고서점에서 기념으로 몇천 원짜리 책을 한 권 사 오곤 했다. 그렇게 찾아낸 단비 같은 저렴한 장소들이 이제는 꽤 익숙하고 소중하다.


[ 운동 안 하고 뱃살 빼기 ]

1. 파스타 면 1/2 넣고, 부재료를 2배 넣기

2. 라면에 면은 반만 넣고 계란, 버섯, 두부 넣기

3. 쌀밥 반공기랑 반찬 싱겁게 많이 먹기

4. 계란, 버섯, 두부 반찬 늘이고 밥 줄이기

5. 피자는 씬피자, 치킨은 구운 치킨

6. 샐러드 재료 다양하게 냉장해두기

7. 배부른 고통을 기억하며, 공복 즐겨보기

8. 어린이 식판 꽉 채워 식사하기

9. 말린 과일 같은 건강한 간식, 주변에 두기

10. 설탕 들어간 음료 대신 보리차 상시 대기

11. 더부룩할 때 공원 한 시간 산책하기

12. 볶음밥 할 때 밥 줄이고 물기 짠 두부 같이 볶기

13. 배 나오면 탄수화물 일주일 끊기

14. 떡볶이 할 때 떡 조금, 삶은 계란 많이

15. 일주일에 1번 이상 건강한 단백질 섭취, 치팅데이

16. 제철 과일, 제철 야채로 냉장고 채워두기

17. 과일로 수분 섭취, 물 자주 섭취, 변비 예방하기

18. 밀가루 면 대신 당면, 튀긴 면 대신 건면 먹기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을 팔 때 적립금으로 받으면 20%를 더 쳐준다.


[ 나의 세계관, 서재 다이어트 ]

서재만큼 한 사람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건 없을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보고 듣고 읽은 것을 바탕으로 사고한다. 아예 세상에 없던 생각을 한다기보다는, 인지의 영역을 떠돌아다니는 정보들을 조합해서 재구성하는 것이다. 내 책꽂이를 보면 내 관심사와 주관이 뚜렷하게 보인다. 첫째 줄은 정신 수련, 종교, 심리학, 에세이. 둘째 줄은 부동산, 건축, 인테리어. 셋째 줄은 미술, 콘텐츠, 트렌드. 나는 창작물(공간, 그림, 에세이)을 미디어를 통해 선보이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다.

그런데 책장에는 전혀 손이 가지 않는 책들도 은근히 있었다. 나와 가치관이 다른 심리학이나 에세이, 처음 부동산을 공부할 때 충동적으로 사들인 책들, 예상보다 식상한 인테리어 잡지가 그랬다. 생활고에 시달린 1년 동안에도 피 같은 돈을 주고 사 왔던 책들인데 아깝긴 했다. 그래서 나는 캐리어를 들고 가까운 알라딘 중고서점을 찾았다. 사전에 어플에서 확인한 감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현금 대신 적립금을 받으면 20%를 더 쳐주는 것이다. 내 적립금은 45,000원이 넘었고, 1년 안에만 쓰면 된다고 한다. 중고 책 8권은 살 수 있으니, 밥을 안 먹어도 든든한 기분이다. 가난 속에서도 책을 사고 서재를 메울 방법이 생겼다. 그러나 더 신중하게 책을 고르고, 내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야겠다.


[ 자차가 없뚜벅이의 홀가분함 ]
3년 반 탄 아반떼를 중고로 팔고 나서,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짐이 많은 날, 추운 날, 비오는 날 든든하게 나를 도와준 자차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자, 처음에는 생활 곳곳의 불편과 제약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적응을 마친 지금은, 다시 운전대를 잡기가 싫어졌다. 난폭한 도로의 언어, 땀 나는 끼어들기 순간, 부담스러운 기름값, 고작 한명이 발생시키는 환경 오염 물질, 좁은 골목길을 지나가는 아찔함, 매년 한 건은 생기는 사건 사고, 지옥 같은 주차 전쟁. 그런 악몽과  스트레스로부터 이제는 해방이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면서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체력이 좋아졌고, 햇살 좋은 공원을 산책하며 여유를 가지는 습관이 생겼다. 쓸데 없는 지출과 환경 오염에 대한 죄책감도 줄었다. 나는 뚜벅이 생활로 돌아와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크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평소 불편하거나 눈에 거슬렸던 부분을 잘라내는 형식의 리폼

[ 옷을 사지 않고 리폼하는 여자 ]

드레스룸을 꾸미고 가장 보람된 것은, 더 이상 옷을 살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오히려 공간을 넓게 쓰려고 옷을 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유독 손이 안 가는 옷들을 고심해서 리폼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많고 옷 살 돈은 없고 새 옷은 입고 싶으니 여러모로 잘 된 일이다. 스티로폼 마네킹에 시침핀까지 꽂으니 꼭 디자이너가 된 기분도 든다. 일례로 검은 셔츠의 어깨를 넓어 보이게 하는 작은 소매를 잘라내서 나시로 만들었다. 병원복을 연상케 하는 덩치가 커 보이는 흰 원피스를 잘라서 상의로 리폼했다. 땡땡이 원피스의 부푼 어깨를 잘라 심플한 나시 원피스로 리폼했다. 그리고 함께 매치할 옷들을 찾아보니, 전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아졌다.


[ 철 지난 옷을 먹게 된 염소 ]

KBS 환경스페셜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는 매년 1000억벌의 만들어지고, 330억벌이 버려지는 ‘울트라 패스트 패션’의 실태를 보여준다. 누군가 입을거라 생각하며 헌옷수거함에 버려지는 옷의 대부분이 외국으로 수출되어 쓰레기처럼 산을 이룬다.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이 가득한 옷을 염소들이 씹어먹는 장면은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결국 엉뚱하게 버려진 오염 물질은 인간의 몸으로 다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환경을 위해 인류는 여러가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패션 분야에서는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물자가 풍족해졌다지만, 어쩌다 1년 입고 버리기를 반복하는 문화가 고착됐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유행을 따라 많은 옷을 사고, 질리면 버리는 형태의 소비 습관은 자본주의 기업의 상품 판매를 촉진시킬 뿐이다. 다수의 소비자에게 올바른 인식과 소비 습관이 먼저 형성되면, 기업도 패스트 패션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패션을 고심하게 될 것이다. 나는 자주 옷장을 열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지, 착용 빈도와 소요연수를 확인해보고 있다.


[ 패션 업계를 향한 1인 시위 ]

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패션 산업의 메시지들이 꽤 폭력적이다. 그들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특별해지고 싶은, 과시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교묘하게 건드린다. 그 욕망의 밑에는 관심 받고 싶은, 인정 받고 싶은,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깊숙히 뿌리 박고 있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예쁜 연예인과 날씬한 모델의 이미지와 결합해, 선망의 영역까지 드높혀진다. 일반인들은 물론 연예인들까지 그들이 말하는 '미'의 기준에 들어가기 위해, 성형을 하고 시술을 받고 관리를 받고 약을 먹고 토하고 사진을 보정하고, 돈이 나는 대로 탐나는 아이템을 사쟁인다. 마치 어떤 이상적인 목표점을 향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서로를 따라가는 것 같다. 지구에는 매년 버려지는 옷 쓰레기가 가득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드 할부로 고통 받는다. 심지어는 자신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없신여긴다. 나는 그런 행위가 역겨웠고, 최선을 다해 역행했다. 브랜드 로고가 박힌 제품을 착용하지 않고, 저렴하지만 내게 어울리는 옷을 찾았다. 심미안을 기르려 노력하고 나의 고유한 매력을 내가 가장 먼저 찾아내고 분석했다. 아무도 없는 옷방에서 혼자만의 패션쇼를 열었다.


[ 나는 내 전담 스타일리스트 ]

패션 테러리스트였던 예전에는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는 게 어려웠다. 66사이즈는 백화점에 잘 없었고, 비싼 명품을 살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좋지도 않았다. 얼굴이나 몸매에 대한 자신감도 낮아서 꾸밀 의욕이 나지 않았다. 매일 입던 옷, 그나마 날씬해보이는 검은 옷만 찾게 됐다. 그런데 핏팅이 자유롭고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스파 브랜드에 들락거리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내게 어울리는 패션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넓은 어깨에는 니트가, 배 나온 짧은 다리에는 하이웨이스트 바지가, 얇은 손목에는 얇은 금팔찌가, 이목구비가 큼직한 얼굴에는 갈색 눈썹이 잘 어울린다는 걸 알아냈다. 그리고 색이나 재질이 잘 어울리는 코디 매치를 캡쳐해두기도 했고, 아이템들을 조합하는 연습을 했다. 지인의 결혼식 초대를 받으면 며칠 전부터 뭘 입을지 고심했다. 비오거나 추울 것을 대비해 외투나 신발을 여러 버전으로 준비해놨다. 내가 나의 전담 스타일리스트가 됐다고 생각하며 즐겁게 나를 꾸미기 시작했다. 굳이 명품을 걸치지 않아도, 내 안목과 센스를 기르면 충분히 나답게 멋있게 꾸밀 수 있었다.


[ 행복과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

우리가 상시 광고와 마케팅에 세뇌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패션 업계의 경영진은 고도의 전략으로 우리의 미와부를 과시하고자 하는 허영심을 자극한다. 인스타그램만 들어가도 명품 의류와 악세사리를 자랑하고 홍보하는 게시물이 수 없이 많다. 예쁘고 유명하고 돈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파티에 착용한 것들은 더 귀해 보인다. 어떤 이는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수십만원을 주고  명품백을 대여해 오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왠지 이런 게 표준이 될까봐 씁쓸해진다. 명품 패션 기업은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홍보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이를 미디어로 접한 소비자들은 환상을 가지고 카드 할부를 하고,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느라 더 일하고 더 아껴야 하는 악순환에 걸려든다. 반드시 명품 브랜드나 유행하는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괜찮은데. 사람들이 꾸미고 사진 찍은 걸 보면 결국은 다 비슷비슷 해지고, 그 와중에 더 특별하고 더 비싸고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찾는 사람들도 생겨난다. 정작 사람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르고, 자신에게 어떤 색과 핏이 어울리는지를 모르고, 그저 획일화된 기준을 쫓게 된다. 모두가 거식증 걸린 모델은 아니며, 샤넬의 앰베서더는 아닌데말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먼저 발견하고, 가격을 떠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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