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이야기
한창 카프카의 <변신>과 관련된 질문이 오가던 시기였다. 소위 대문자 N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현지가 푹 빠져있는 주제였고, 그와 반대로 MBTI의 S에 속하는 윤주와 서연은 질색을 하는 질문이었다.
“내가 바퀴벌레가 되면 어떡할 거야? 이렇게 변해서 너희 앞에 나타나면? 이렇게, 이렇게, 샤샤샥, 하고 걸어 다니면 어떡할 거야?”
“으악-. 진-짜 싫어.”
현지가 익살스럽게 바퀴벌레의 움직임을 흉내 내며 말했다. 윤주는 질색을 하며 복도로 도망쳤고, 서연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몸을 움츠렸다.
“내가 좀비가 되면….”
“냅다 창 밖으로 던져버려야지.”
“나이스, 김윤주.”
“와, 진짜 야박하다, 너네.”
윤주와 서연이 킥킥대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와중에 현지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럼, 내가 매미가 된다면?”
질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매미인데, 황소만큼 커진다면? 롯데월드타워만큼 커진다면? 그 상태로 운다면? 서울이 다 망가질까? 어떻게 할래? 벌써 며칠째, 내가 ~라면, 이라는 질문을 마주하던 윤주가 도통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뗐다.
“근데 이 질문은 대체 왜 하는 거야?”
“응?”
“아무 영양가가 없잖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현지가 잠깐 당황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냥…. 재미있지 않아?”
“음…. 사실 왜 궁금한 지 잘 모르겠어. 바퀴벌레가 될 일도 없고, 좀비가 될 일도 없고….”
“맞아. 바보 같아.”
서연이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윤주가 우리 현지, 귀엽긴 한데, 하고 덧붙였다. 그 대화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현지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 하루는 아프다고 생각했다. 아파서 결석이겠거니, 하고 연락을 잔뜩 넣었으나 현지는 답이 없었다. 이틀째에는 전화가 불통이었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라고 수없이 말하는 현지의 번호로 문자를 왕창 보냈다. 임현지, 뭐야, 답해, 무슨 일이야. 어지간하면 당황하지 않는 윤주가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는지 여러 번 되뇌일 정도였다. 사흘째에는 현지의 집으로 찾아갔다. 아무리 현관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일주일. 윤주가 책상에 엎드리며 한숨을 쉬었다. 서연이 몸을 돌려 윤주의 몸에 살짝 기댔다. 우울감이 몰려왔다. 한 사람이 빠진 것뿐인데 분위기가 자꾸만 쳐졌다. 시선은 자꾸만 창 밖으로 향하고, 짙어지는 녹음이 야속하기만 했다. 공기가 더운 건지, 울컥한 마음이 뜨거워지는 건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저거, 임현지일지도.”
서연이 윤주를 짓누르며 말했다. 서연의 무게에 눌려, 책상에 볼이 눌린 윤주가 우물거리며 답했다.
“므어(뭐)?”
“저기. 여기 방충망 위쪽에 매미가 한 마리 있어.”
“므슨 브브긑은 스르야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서연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잘 봐봐. 현지랑 닮은 거 같아. 소리도 안 내고 조용히 있잖아.”
윤주가 몸을 일으켰다. 평소라면 ‘매미’라는 이야기만 듣고서도 몸서리 칠 윤주가 볼 한쪽을 일으러트리며 가까이 다가갔다. 새카만 매미 하나가 잘 보이지도 않는 창틀 구석에 숨 죽인 채 달라붙어있었다.
“무슨 소리야. 임현지면 엄청 시끄럽게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야지. 그리고 너 현지한테 옮았어? 사람이 어떻게 매미가 돼.”
“그렇잖아. 매미 이야기 하다가 다음날부터 안 나온 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연성이야?”
서연이 킥킥대며 웃었다.
“임현지니까 가능성 있어 보이지 않아?”
“조금 그렇긴 한데.”
윤주가 미심쩍다는 듯 서연을 바라봤다.
“아니, 뭐라도 해보자는 거지.”
서연이 짧은 대답을 하고선, 창틀 근처에서 ‘현지야,’하고 속삭였다. 윤주를 향해 손짓하고서 현지야,라고 되뇌었다. 바보 같긴. 윤주도 창틀로 다가갔다. 새카만 곤충이 응답이라도 하듯 걸음을 떼자 둘 모두 동시에 으악-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서연은 뒷걸음질 치다 의자에 발이 걸려 큰 소리와 함께 넘어졌고, 그 모습을 본 윤주가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지듯 소리 없는 웃음을 뱉었다.
그리고.
카톡.
휴대폰 두 개가 동시에 반짝였다.
바보 같아.
교실에 소리 없는 웃음이 채워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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