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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저자 Oct 24. 2021

[여름호] 마지막주 : 여름의 끝자락에, 하다님께

여름호 마지막 주제 : '편지'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사람이 자라나는 것은, 나무의 낙엽이 쌓이는 일과 같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수없이 많은 이들과 만나고, 털어내고, 다시 새순을 얹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이 여름의 끝자락과 너무도 닮아서 가끔 시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다님, 

 하다님의 글 속에는 사람에 대한 진득한 애정과 고민이 묻어나서 정말 좋았습니다. 여름호의 첫 글, 파도를 읽고 타는 삶에서는 사람들과의 미묘한 감정을, 두번째 글에서는 사람 관계에 대해서, 세번째 글에서는 일과 사람 관계에 대해, 네번째 글에서는 불안한 어른에 대해서, 다섯번째 글에서는 흘러가는 삶에 대해서….


 공교롭게도 올 여름, 저도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도 두렵고, 기존의 사람들과도 자잘한 문제가 터졌죠. 만남은 줄어드는데, 이별은 늘어가는 상황에 답답함도 슬픔도 아닌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죠.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맞는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것들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제 주변의 것들을 하나 둘 놓는 일이었습니다. 더 쏟을 수 있는 에너지는 없는데, 챙겨야 할 것은 그대로였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챙겨야 할 것을 줄이는 것이었죠. 


 하다님은 제가 본 사람 중 가장 밝고 긍정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제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즐거운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죠. 틈틈이 날아드는 카톡에서도 특유의 분위기가 주변을 밝게 만드는 것 같았어요. 


 글은 조금 더 신중하고,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공감이 됐습니다. 특히, 다섯째주의 글, 유유자적에서는 모래알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관계를 털어내는 모습에 매료되었습니다. 어딘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느낌이라, 어딘가 하다님의 또 다른 면을 보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정말 좋아하기에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고 상처도 받는 것이라고. 좀 더 좋은 쪽으로 발전시켜보라고요.


 저는 여전히 그 방법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하다님의 글들을 보면 조금은 알 듯합니다. 여름 한 시즌 동안 덕분에 정말 위로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낙엽이 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네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녹음이 우거졌는데, 벌써 붉고 노랗게 잎들이 익어가고 있네요. 우리의 고민들도 곧 떨어져 다시 새순으로 돋아나기를 바랍니다.


 나중을 위해,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하다님의 글에 매우 위로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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