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대하여 2.
범인(凡人)이 살아가면서 뇌가 학습을 하는 과정중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절차는 '반복'이 아닐까 싶다. 이전 글에서는 뇌가 학습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시냅스 가설과 최근 제시된 거대수상돌기 가설에서 뉴런의 구조 중 미세 수상돌기의 확장성 연결을 통해서 우리가 학습을 한다, 거대수상돌기 영역에서 정보가 통제(발달)되어 학습을 한다는 내용을 보았다. 이 가설 모두가 뉴런의 특정 영역이 확장되거나 뉴런들끼리 신호전달능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구조적을 더 발전되게 되는 등 학습(사고)이 될수록 더 구조적으로 발달하게 되어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현상적으로 설명을 하면 처음에 들었을 때는 어려웠던 수업도 반복적으로 듣다보면 쉬워지고, 정말로 안 외워지던 내용도 반복적으로 암기하다보면 당연하게 다가오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소뇌의 조절을 강력하게 필요로 하는 운동학습은 역시나 '반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그 행동을 잘 하게되는 학습을 하게 되는 과정(기전)이 위의 과정과는 반대이다. 어떤 의도한 행동을 하기전에 우리는 각종 감각기관(눈, 코, 귀, 입, 피부 등)으로 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 정보는 대뇌, 소뇌로 각각 전달되고 대뇌는 행동을 하도록 신경계를 통해 전기적 신호를 보내어 근육에 명령을 내리고 소뇌는 대뇌가 내린 명령이 잘 수행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일 자체(걷기, 뛰기, 숨쉬기 등)가 태어날 때부터 당연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반복 작용을 통해서 운동학습이 되었고 반복적으로 계속 사용되어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잊지말자. 날 때부터 걸을 수 있었던 것(구조적 문제를 포함하여)은 아니다.
지금 내가 브런치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컴퓨터 타자를 칠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자판 치는 것을 익히는 과정을 대뇌와 소뇌의 운동학습에 대입하여 설명하자면,
타자연습프로그램을 켜니 모니터에 'ㅏ'를 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눈이 것을 보고 대뇌와 소뇌로 이 정보를 전달한다. 물론 대뇌에 훨씬 더 자세한 정보가 제시된다. 그러면 대뇌는 눈을 움직여서 키보드를 보고 'ㅏ'자판을 찾는다. 이 눈의 미세한 움직임을 소뇌가 제어해 준다. 위치를 확인한 대뇌는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으로 'ㅏ'를 누르도록 명령을 내리는데 보고 누를 때는 실수없이 잘 누르지만 모니터를 보면서 'ㅏ'를 누르려고 하면 잘 눌러지지 않고 'ㅓ'를 누르게 될 수 있다. 'ㅏ'를 누르고 싶은데 'ㅓ'를 누르게 되는 것이 대뇌가 실제 하고 싶은 일과 내 몸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오차'이다. 소뇌는 이 오차를 감지하여 반복적으로 키보드를 보지 않고 'ㅏ'의 위치를 찾아 익히는 작업을 하게 된다. 아까 'ㅏ'를 누르고 싶었는데 'ㅓ'를 눌렀으니까 이번에는 대뇌가 'ㅏ'를 눌러라고 하면 아까보다 좀 더 오른쪽을 눌러야지 하고 소뇌가 조율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에는 'ㅏㅓ'이렇게 눌릴수도 있고, 'ㅓㅏ'이렇게 둘을 동시에 누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키보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대뇌가 'ㅏ'를 눌러라고 할 때 'ㅏ'를 정확하게 누를 수 있는 운동학습이 되게 된다. (대뇌로 'ㅏ'를 눌러야지 하는 것과 실제 내 몸이 'ㅏ'를 누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결과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뇌로 'ㅏ'를 눌러야지 하는 생각만 하는 것에서 그치게 된다.)
소뇌의 구조중 바깥쪽에 퍼킨제 세포라는 신경세포의 수많은 다리들이 평행세포와 연결되어 있는데 대뇌가 명령을 내려 근육이 그 대뇌의 명령을 수행할 때, 틀리게 행동하게 되는 '오차'를 발생시키는 근육의 움직임을 소뇌세포에서 흥분(신호강도)을 줄여 그 오차를 점점 줄여가게 된다. 즉, 운동학습은 억제성 학습이라는 것이다.
지적(지식, 사고) 학습이든 운동학습이든 뇌가 학습을 하는 과정을 보면 신경세포(뉴런)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또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세포가 발생시키는 흥분을 줄이기 위해, 모두 '반복'이라는 학습의 근본적인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알 것 같은 느낌과 내가 그것을 실제로 아는 것과는 완벽하게 다른 개념이다. 인터넷 강의에서 강사가 문제를 쉽게 쉽게 푸는 것을 보고 그때는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내가 그 문제를 풀어보면 그대로 안 풀리는 경우가 있다. 컴퓨터 프로게이머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내 대뇌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을 막상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반복'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물론 '반복'을 한다고 '센스'까지 포함된 그 사람들의 영역에 가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내가 임계점을 돌파하는 노력(반복)을 했을 때 다른 영역에서보다 공부의 영역에서 만큼은 더 쉽게 '결과'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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