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개발자 기업인 교육가… 하는 일마다 성취를 이뤄 뭇사람의 존경과 지지를 받은 안철수. 2012년 그가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자 '안철수 신드롬'이 일었습니다. '새 정치' '정치 백신' '전문가 정치' 등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붙었죠. 많은 국민이 신물 나는 우리 정치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제3지대 돌풍', 이런 말도 나왔던 것 같네요.
하지만 그의 정치 역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정치인 이전 걸었던 '성공가도'와는 차원이 달랐다고 할까요. 새정치연합 → 새정치민주연합 → 국민의당 → 바른미래당 → 국민의당 → 국민의힘. 안 의원의 당적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는 첫 도전이었던 제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예비후보에서 사퇴했습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치러진 제19대 대선엔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21.41% 득표율에 그치며 3위에 만족해야 했죠.
안 의원은 2022년 제20대 대선에 또 도전합니다. 그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의 야권 단일화 압박에도 틈날 때마다 완주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죠. "윤석열을 뽑으면 1년 뒤 손가락을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는 거친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링에서 내려옵니다. 결국 국민의힘 윤 후보로 단일화합니다.
세 번의 대선 도전에서 그가 실제 출마한 건 딱 한 번. 나머지 두 번은 단일화 또는 '사실상 단일화'로 끝났습니다. 이처럼 창당과 탈당 합당을 반복하며 진영을 넘나들고, 출마와 포기를 되풀이하면서 그의 '신선함'과 '새 정치' 이미지는 많이 희석됐습니다. 대신 '철수 정치' '철새' '간철수' 등 좋지 않은 별명이 따라다니죠.
안 의원이 네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설 모양입니다. 5일 고향 부산을 방문한 그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열리면 중도 확장성이 모든 걸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국민이 보수와 진보로 절반씩 나뉘어 있기 때문에 조기 대선에서 중요한 건 중도 확장성"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여권 잠재적 후보 중에서 중도 확장성은 제가 제일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두고 나라가 두 쪽으로 쪼개진 상황에서 '중도'를 앞세워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그는 '87년 헌법 체제' 이후 대통령 5명이 감옥에 간 상황을 짚기도 했는데요. 안 의원은 "개헌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도 누가 되든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의 행보가 조기 대선에 맞춰져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안 의원은 이날 부친인 고(故) 안영모 씨가 부산진구 범천동 판자촌에서 1963년부터 49년간 '동네 의사'로 운영했던 범천의원 자리를 찾기도 했습니다. 그가 말한 방문 이유는 "초심". 안 의원은 "평생 어려운 이웃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하신 곳을 찾아 아버지의 초심과 말씀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5일 고향 부산에서 초심을 찾았을까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던 '처음의 마음'을 기억해냈을까요. 안 의원은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2012년 9월 19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 쇄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해주셨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한다." 부디 그때의 초심, 처음의 마음을 다시 새기기를 바랍니다. 정말 네 번째 도전에 나설 요량이라면 말이죠.
그러고 보니 여당 내 경쟁자가 될 수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만약 대선에 나선다면 이번이 네 번째가 됩니다. 홍 시장은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고, 이어 19대 대선엔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24.03% 득표율로 문재인(41.08%) 안철수(21.41%) 후보 사이에서 2위를 차지했죠. 지난 제20대 대선에선 국민의힘 경선에서 한때 돌풍을 일으켰지만, 끝내 윤석열 후보에게 밀렸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이 임박했습니다. 결과를 예단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헌재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과연 조기 대선은 열릴까요. 또 조기 대선이 실현된다면, 안 의원과 홍 시장의 네 번째 도전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