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연에게는 항상 맛있는 냄새가 났다. 그녀의 머릿결에는 늘 차가운 이른 새벽 겨울 냄새가 났고, 귓불은 달큼한 사탕 냄새가 나고, 겨드랑이에서는 잘 익은 자두 껍질 향이 나고, 통실한 가슴에서는 고소한 갓 지은 밥 냄새가 난다. 화연의 배꼽에서는 올리브향이 나고, 다리와 다리 사이 그 어디쯤에서는 레몬향이 났다. 무릎에서는 삶은 달걀맛이 났고, 발가락에서는 진주알을 입안에 넣고 굴리는 예쁜 맛이 났다.
얼마 전에 단편소설을 쓰면서 난생처음 농밀한 베드신을 써본 적이 있다. 그전에도 학창 시절에 비슷한 표현들은 써보았지만 나이 들어 아줌마로서 베드신은 조금은 과하고 조금은 난해한 작업이었다.
온갖 미사여구를 총동원한 어이없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특히, 올리브가 문제였다.
'그녀의 배꼽에서는 올리브 맛이 났고'
이 부분ㅠ
다른 부분은 나로써는 지극히 타당한 맛이었지만, 배꼽의 맛은 도대체가 어떤 맛으로 표현할지 참 오랫동안 고민했던 문장이었다.
솔직히 사랑을 할 때 나는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 느껴봤자, 비누맛 정도? 하지만 소설이니, 큰 그림을 그리며 세상 좋은 맛은 다 갖다 붙였는데, 내가 그토록 힘들게 탄생시킨, 사랑하는 그녀의 배꼽에서 올리브맛라니,,
올리브의 진정한 맛을 아는 사람은
연애고수다.
언젠가 이런 문장을 읽은 게 생각이 났었다.
올리브!
작은 매실처럼 생기고 가운데는 구멍이 뚫려있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열매?
피자에 얇게 썰어져 토핑 되어있는 걸 먹어봤고, 칵테일 같은걸 먹을 때 하나씩 집어먹는다는 그 올리브!
나는 올리브 맛이 이런 맛인 줄 알았다.
새콤하고 달달한 맛.
얼음 잔뜩 넣은 매실청 맛
하지만 오늘,
스파게티에 넣어먹겠다고 사온 올리브를 기대에 차서 한알 입에 넣는 순간,
으악, 짭조름하고 시금털털하고 푸석푸석한 지우개 가루 씹는 식감의 이 맛은 뭥미ㅠ
올리브 맛은 나에게는 정말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20년 차 산사람의 양말 씹는 맛이었다.
그녀의 배꼽에서 이런 맛이 난다고 썼다니, 정말 어이없고 반성하는 마음이다. 허세에 차서 맛도 모르면서 수입열매까지 갖다 붙이면서 보기에만 좋을 글을 썼다니 너무 부끄러웠다.
글은 경험이 반이라고 한다.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책으로라도 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곳에서 내가 쓴 문장을 좀 고치려 한다.
그녀의 배꼽에서는
얼린 살구색 요구르트 맛이 났다.
요즘 내가 애정하는 음료다~♡
이걸 깊숙이 핥아먹으면 그녀의 배꼽맛이 날 것 같다.
나의 그녀도 마음에 들었으면 한다. 그녀의 애인까지도.
Ps. 올리브의 진정한 맛도 모르면서 살았던 나를 반성도 해본다. 더불어 이번 생은 글렀다. 연애고수도 뭣도 아니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