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부녀랑 썸 타는 사이라니. 1

큰일이다. 결혼 10년 만에 사랑이 또 나타났다.

by injury time

큰일이다. 결혼 10년 만에 진짜 사랑이 나타났다.

그동안은 다 가짜였나 보다. 첫사랑도 알고 보면 짝사랑이었고, 좋아해서 몇 년씩 만났던 남자도 알고 보면 '이건 아닌데' 하면서 습관처럼 외로운 젊은 시절을 위로 삼아 만났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은 결혼하려고 만났다. 그는 단위농협 귀여운 말단대리였다. 시골 출신이라 순박하고 성실하고 뭐 쫌 촌스럽고, 고루했다. 남편은 처음 겪어보는 도시 여자에, 게다가 연애 다운 연애를 해보지 못해서인지 나에게 그야말로 폭 빠져있었다. 나는 5년째 다니던 직장과 애인까지 잃고 탱자 탱자 놀고 있던 때였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매일 나를 만나러 오는 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매일 그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가 달랑달랑 숨고 싶어졌다. 그의 호주머니가 따뜻했다고 하면 오글거리려나. 아무튼 나도 시골 출신 그가 정겨웠다. 그도 내가 너무 보고 싶어 출근할 때도 매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서둘러 결혼을 결심했다. 그의 가족들은 나를 결사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그는 내편이었고, 서른일곱의 나이에 결혼 허락 안 하면 죽어버릴 거라고 엄포를 놨다고 세월이 흐른 후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그때 우리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남편은 어쩌면 동네 부녀회장 딸내미 정도와 결혼했을 것이고 나는.... 어찌 됐을지 모르겠다. 아마 남자 없어 죽었을 것이다.


남편과의 결혼은 신혼 첫날부터 삐그덕거렸다. 즉흥적이고 감상적이고 철딱서니 없고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나는 사사건건 남편의 눈엣가시였다. 매번 지적당하고 잔소리를 들으며 신혼기간을 보낸 것 같다. 그러는 사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그냥 반찬 냄새나는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결혼 10년쯤부터는 남편과 말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고 이제는 남편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스킬까지 생겼다. 집안의 가구처럼 매일 나는 그 자리를 지켰 그렇게 하루하루 조용하고 안정적이었다.


호주머니 속이 답답해지던 어떤 날, 나는 사랑에 빠졌다. 그게 사랑인지 지금도 확실하지 않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사랑이라고, 나는 그때 그게 사랑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카톡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십여 년 전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카카오톡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카카오톡의 세계를 잘 알지 못하고 그저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만 하고 있으니 나도 참 답답한 여자다.

우연히 카카오톡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보세요'라는 탭을 눌러보았다. 거기에는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주르륵 올라와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학교 학부모, 보험설계사, 이사할 때 연락처 주고받은 아저씨... 등등 그저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우연히 그를 찾아냈다. J, 그 나는 대학 선후배 사이이다. 하지만 확실치 않았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다. 카톡 프로필 사진에는 온통 풍경사진뿐이어서 그가 J인지 알 수 없었다. 오랜만에 J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나는 직장생활을 하다 뒤늦게 대학에 들어간 늦깎이 학생이었고 J는 군대 제대하고 온 선배였다. J와 나는 동갑이었기에 다른 동기들보다는 친했지만 그렇다고 연인은 아닌 표면적으로는 그냥저냥 한 사이였다. J는 연대 앞 신호등 앞에서 자주 마주칠 듯 한, 국문과 조교 같은 느낌이었고 인기도 꽤 있는 편이었기에 나도 J에게 얄밉게도 약간 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결혼할 때쯤은 싸이월드를 통해 우연히 다시 연락이 닿았고 내 결혼식에도 온 선배였다. 선배를 잊고 있었다니, 어쩌다가 연락처를 날렸는지 알 수 없으나 선배는 지워졌던 추억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아니 어쩌면 선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으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저기요, "

두근두근두근

"오랜만이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