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철은 신기하게 오줌을 누고 꼭 휴지 한쪽을 뜯어 자기 고추 끝을 닦는다. 매사에 철저하고 계획적이고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나는 좋다. 우리는 우선 아이부터 갖자는 계획을 세우고 배란기에 맞춰 열심히 몽크를 했다. 체위는 항상 스텐다드였지만 나는 그래도 즐거웠다. 오줌 묻은 고추를 사용하면 내 몸에 안 좋을 거라는 지론으로 그는 열심히 했고, 우리는 드디어 아이를 임신해서 조심조심 뱃속에서 키우는 중이다. 아, 맞다. 최분이 할머니 이야기를 브런치에 올린 후 의학잡지에서 초로기 치매에 관한 소설을 연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드디어 돈을 받고 내 글을 쓸 수 있어졌다는~
여름의 정점을 향하는 어느 더운 여름밤이었다. 승철과 이른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단대 쪽으로 산책을 나왔다. 물론 호피무늬 블로퍼를 예쁘게 신고 걸었다. 맹꽁이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여름밤이었다. 부드러운 원피스형 임부복을 입고 승철의 팔에 매달려 엉덩이를 흔들며 메타세콰이어 길을 걸었다. 그의 팔에 매달리면 내 왼손은 신기하게도 떨지 않고 얌전히 가라앉는다. 가로등 불빛이 듬성듬성 켜진 사이로 저수지 노천극장이 어둠 속에 엎드려 있고, 어디서 왔는지 강아지 두 마리가 무대에서 꼬리잡기를 하며 맴돌고 있었다. 무심히 슬렁슬렁 걷고 있는데 노천극장 맨 뒷줄에 누군가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핸드폰 불빛에 언뜻언뜻 젊고 건강한 청년이 무료하게 앉아 있는 게 보였다. 마치 나른한 고양이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때 음악이 들렸다.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너희 집 앞으로 잠깐 나올래
승철이 콧노래로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나는 그때서야 그날이 6월 30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이미 노천극장을 지나 저만치 멀리 걷고 있었다.
우리가 헤어졌던 그곳에서 나는 민정과 재회했다. 민정은 아직도 학교 앞에서 지내고 있었고, 이제는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자리를 잡고 있었다. 민정과 나는 한동안 민정과 같은 공간에서 그동안의 공백을 메꿔 나갔다.
5년 전 편의점 백룸에서의 민정은 이제 조금 더 성숙해졌고 멋있어졌다. 민정을 오랜만에 안은 날, 민정은 조금 더 촉촉해졌고,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 하지만 민정의 깊은 곳은 여전히 뜨거운 동굴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밤새 민정에게 꽂힌 채 잠들곤 했다. 나는 민정에게 제대로 꽂혔다.
열대야로 잠이 오지 않은 어느 여름밤, 민정이 학교로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했다. 가로등 불빛으로 사진을 찍겠다며 민정이 호들갑을 떨었다. 한가하게 슬리퍼를 슬슬 끌고 우리는 단대 교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저수지 옆 노천극장 배경 좋은 곳에 앉았다. 무대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신났다고 까불고 있었다.
- 오빠, 거기 맨 뒷 줄에 앉아있어 봐. 내가 찍어줄게.
민정이 멀리 떨어진 곳에 서서 나를 찍고 있다. 나는 지니뮤직에 들어가 '별 보러 가자' 노래를 틀었다.
- 오빠, 이거 하.. 인상 샷이야. 인생 샷!
민정이 다가와 앉아 여러 장의 사진들을 보여준다.
- 엇, 지나가는 사람이 찍혔잖아. 얘네 뭐냐? 이 사람들. 언제 지나갔지?
참 잘 나온 사진이었는데, 뒤로 어느 임산부랑 남자가 지나간 게 같이 찍혀있었다.
- 오빠. 오늘 날짜가 언제지? 6월 30일이던가. 사진에 날짜를 넣어야겠어. 잊지 않게.
아, 오늘이 6월 30일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