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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17. 2023

관계가 점점 더 좁아져 가는 이유

인간관계에 대하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람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 해도 혼자   없다. 물과 음식이 있어도 무인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유는 인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형성하고 삶의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웠고, 그것을  삶에 다양하게 적용시켰다. 이것이 올바른 삶이라고만 여겼다. 좁은 인간관계는  인생의 기회를 줄어들게 하고, 자칫 편협한 사고에 빠진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다. 기회는 사람으로부터 온다. 회사도, 사업도 사람으로 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사람들과 알게 되면 삶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무시할  없다. 그래서 타인보다  주변에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 결혼준비를 하며 드는 생각은 나이가 들며 관계가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은연중에 살고 있다가 청첩장을  때면  생각은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로 느껴봐야만   있다.

 '예전에는 친했는데 내가 이 사람에게 청첩장을 줘도 될까?' '혹시나 내 청첩장을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하루종일 내 머릿속을 스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전에는 친했는데'이다. 나이를 먹으며 우리는  점점  멀어져 가는 걸까?  질문을 했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바쁜 현대사회. 하루 24시간은 눈코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달도,  년도 그렇다. 각자의 일이 있고, 앞에 놓인 무수히 많은 일들, 신경 써야  것들  나이가 들면 각자 본인들의 밥벌이를 해야 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퇴근하고 일이 끝나면 녹초가 되어 있어 관계에 시간을 투자하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전화번호부에 지인 100명이 있다 치자. 당연히 연락하고 싶은 사람, 조금이라도 나랑  편한 사람 몇 명에게만 연락을  것이다. 나머지는  그저 생각이   안부를 묻는 정도다. 그러다 까먹으면 연락을  하는 거고. 그렇게 하나둘 예전에는 친했더라도 점점 더 멀어. 주로 연락을 하는  몇 명은 보통  근처에 나를 오래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개 나랑 같은 지역에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물리적 거리도 관계에서 가깝고 멀어짐을 결정하는 확고한 이유가 된다.  또한 예전처럼 울산에 자주 내려갈  있는 시간적 여유가 안되기에 울산에서 몇십 년을 살았다 하더라도 울산친구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다. out of sight, out of mind처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이다.


 관계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시간과 돈이다. 우리 삶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주는 2가지라 할 수 있다. 시간과 돈 이 두 가지를 다 갖춘 사람들을 우리는 부자라고 부르며, 둘 중에 하나라도 없는 사람은 진정한 부를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 이 둘을 한 번에 가지기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그 이유는 이 둘은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으면 돈으로 시간을 사면 되고(돈은 줄어들 것이다), 돈이 없으면 시간을 투자해 돈을 벌면 된다(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시간과 돈 이 둘 모두를 투자해야만 한다. 인간관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정비례로 투자해야 하기에 한정된 자원인 이 둘을 아끼기 위해 관계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밥을 먹을 때에도, 커피를 먹을 때에도 누구나 알듯 이것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자 내거나, 둘 중에 한 사람이 내거나, 장소를 빌려 맛있는 음식 혹은 커피 한잔을 마신 대가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단연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단지 관계 유지를 위해 혹은 명목상 만남을 가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여기서 연결되는 것이 바로 주변 환경이다. 주변 환경에 따라 끼리끼리 관계가 나뉘기도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가령 취업을 못했거나 지갑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친구와의 만남에서  친구는 본인이 친구를 만날 여유나 자신감도 없고, 돈도 없어 만나길 꺼린다.  상대방도 처음에는 응원과 위로  맛있는 밥을 대접하지만 그것이 계속되면 스스로도 상대방의 푸념을 받아들이기 지치 금전적으로 부담이  수밖에 없다. 유유상종과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끼리끼리 어울리게 된다.  내가 행복하고 재밌는 관계가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만남을 찾아간다.

 

 마지막으로 가장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개인의 고유한 자아 형성이. 어릴 적엔 같은 교실 속에  같은 수업을 듣고 똑같은 꿈을 꿨으니 단연 친할 수밖에 없다. 하루종일 같이 있으며 밥도 함께 먹고 서로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존재였으니 평생친구로 자리하게 된다. ’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존재이것이 오랫동안 건강한 관계를 유지시킨다. 특히나 서로 물고 뜯는 정글  사회생활 안에서의 관계에 지칠 때면 소꿉친구들과 가끔 마시는 소주 한잔이 그렇게나 그립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것도 변한다. 각자의  속에서 개인의 자아가  강하게 확립되고, 각자가 처한 무수히 다른 환경에서 생각하는 것도 변한다. 정치, 경제, 연애관, 사상, 경제적인 문제  이해관계  우리가 처한 모든 주제에 대한 본인만의 고유한 자아가 확립된다. 대개 관심이 없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흑백논리적 사고를 닐 확률이 높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고 멀리하게 된다. 이는 아무리 어릴  소꿉놀이를 함께 했던 친구라 할지라도 똑같다. 스스로 나와 생각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만나서 대화를 하는데 재미가 없다. 회식자리에서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영혼 없는 인형처럼 자릴 지키다 온다. 점점  나와 생각이 맞고, 비슷한 환경의 사람이랑만 어울리게 되는 이유다.


우리 자신은  누가 바뀌라 해도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해도 은연중에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기 일쑤다. 사람은 고쳐 쓰는  아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좋은 방향이든 우리 모두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한 인생에 큰 동기부여가 있지 않은 이상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본연의 모습을 좋아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이 연인이 됐든, 친구가 됐든, 주변 사람이 됐든. 관계가 좁아진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니 슬퍼할 필요도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나의 기쁨과 슬픔을 나눌  있는 나와 맞는 사람 2~3명만 있어도 삶은 너무나  행복이고 축복이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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