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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Jul 06. 2023

청첩장은 어디까지 누구에게 줘야 할까?

청첩장을 주는 염치와 관계의 미학

  청첩장을 돌다. 쩌면 결혼준비 중 가장 힘들다고 하는 이 길고 긴 여정 앞에 잠시 휴식을 취한다.

  흔히 사람들은 말한다. 청첩장을 돌릴 때가 인간관계가 말끔히 정리될 수 있는 한 번 뿐인 고마운 기회라고 말이다.

 살아갈수록 얻는 각자만의 고유한 지혜가 있다. 각자가 마주한 경험도 다르고, 지식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이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도 다르기에. 우리는 그렇게 경험하고 깨지면서 인생의 노하우를 얻는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다.  내 노력으로만 계를 위해 써봤자 상대방이 노력하지 않면 개선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만 움켜쥔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는 마치, '주머니에 있는 동전과 같다'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분명 주머니에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버리고, 내가 주머니에 넣었다고 생각한 것 자체도 까먹고 빨래를 돌리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소중하다 생각했는데 나 스스로도 잊어버리고 소원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청첩장을 돌린다는  '나는 너와 이만큼 친해'라고 서로의 관계를 표면적으로 증명하는 행위이기에 그만큼 의미 있다.


 우선 청첩장을 돌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결혼스타일이다. 결혼식을 소소하고 작게 하고 싶다면 정말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가족과 지인만 부르면 된다. 하지만 친구들과 가족들을 어느 정도 부르고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보통'의 결혼을 하고 싶다면 이제 청첩장 돌릴 인원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액셀에 청첩장을 돌릴 인원과, 직접 만나서 밥 한 끼를 사주며 초대해야 하는 인원, 모바일 청첩장만 돌릴 인원, 그리고 고민하다 보내지 않을 인원 이렇게 4단계로 분류한다. 청첩장을 구매할 때 몇 명이 올진 계산을 해야 하기에 대충 적어보지만,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액셀에 나누어 정리하지는 않는다. 살아가면서 앞으로 우리는 일을 하며  돈을 계산하고, 본인의 이익을 좇기 위해 눈치 보고 재는 생활을 반복할 텐데 관계에서 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혼식 하객 알바도 결국은 내 결혼식이 다른 사람에게 허전하지 않고 풍성하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남의 눈치를 보는 것이지 않은가. 그들을 존중하지만 크게 의미 있는 일 같지는 않다.

 2023년 기준 한국에서 '결혼'이라는 것을 하려면 최소 3천만 원 이상이 든다. 돈이 없으면 결혼을 못한다는 것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아니다. 따라서 결혼에 관련한 비용도 하나하나 다 계산하고 기록한다. 하지만 누구를 만나서 얼마를 내가 샀는지까지 계산을 하는 것은 너무 자본주의의 노예처럼 여겨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바로 연락했을 때 내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다면 그 자체만으로 그 사람은 소중한 사람이다.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무심코 생각나는 사람에게만 우선적으로 연락을 려고 한다. 그러다 결혼식을 앞두고 시간이 남는다면 나에게 연락해 주는 사람들을 챙기며 식을 마무리하면 된다.

 하지만 'Give and take'는 말도 있듯이, 아무리 결혼식에서 관계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내가 간 결혼식에는 연락을 돌려 초대를 하는 것이 맞다. 내가 마음을 준만큼 그들이 주지 않는다면 인연은 거기까지 인 거고,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크게 축하해 주는 이가 있다면 결혼식이 끝나고 인생을 살아가며 천천히 답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결혼 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결혼 앞에 많은 사람들이 입을 더한다. 집은 어디야? 마 모았어? 그 결혼식장은 이게 좋다, 안 좋다 등등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 하든 남과 비교하지 않고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할 사람, 결혼식장에 오는 하객들 모두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보다 오히려 기대를 내려놓으면 더 큰 마음의 보상이 온다.

 청첩장을 만들며 느낀 것은 이 세상엔 참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자리를 못 잡아 연락을 하기에 굉장히 소극적인 친구가 있고, 무언가 꾸준히 해 결국 그 꿈을 이룬 친구들, 내가 결혼한다는 말 똑같은 한마디에도 수백 개의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주변 사람들을 볼 때면 사실 이런 고민 자체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주면 된다. 나에 대한 평가와 잣대들은 그 사람들의 몫이며 청첩장을 건넨다는 것 자체가 큰 호의이기에 난 내 할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오든 안 오든 축의금을 내든 안 내든 선택은 그들이 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것이 짝사랑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면 속이 시원함을 넘어 모든 결정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는 것이기에 그걸로 성공한 것이다. 승낙하면 좋은 거고, 거절하면 다른 사람 만나면 되고. 청첩장도 마찬가지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면 친한 것고 상대방이 그게 아니면 어쩔 수 없고. 내 마음만은 편안하다.


 모두 자기 살기 바쁜 요즘 현대사회에서, 특히나 1분 1초가 빠른 이 서울에서 즘 결혼으로 오랜만많은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낯서면서도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을 추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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