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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그리 Apr 04. 2024

쓰면 바뀌는 것들: 오히려 좋아

원하는 대로 삶을 바꾸는 힘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인터넷 방송을 하는 BJ에서 유래됐다. 본인의 아이템이 터져나갈 때

(없어질 때) 오히려 좋다고 말을 하면서 주문을 외우며현 상황을 합리화시키는 거다. 이어 다른 BJ들도 국민게임 스타크래프트 랜덤을 돌렸을 때 원하는 종족이 나오지 않으면 오히려 좋다는 말을 쓰면서 네티즌들의비난을 방어기제로 활용했다.

자기 암시의 가장 출발점이 되는 말이다. 과거를 반추해 보면 줄곧 시련이 닥쳤을 때 오히려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버텨 왔던 것 같다. 그러자 마음 한편이 가벼워지고,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가령 내 경험을 돌이켜보면,


1.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원래 하나 다시 사려던 참이었어”

2. 돈을 잃어버렸을 때(주식 등 손실을 볼 때):

“오랜만에 기부도 하고 좋네”

3. 옷에 물을 쏟았을 때:

“날도 더운데, 시원하고 좋다!”

4. 여자 친구와 이별했을 때:

”이번엔 어떤 더 좋은 사람을 만날까?“


이런 식이다. 이런 생각들은 그냥 ‘아, 앞으로 매사에 그렇게 받아들여야지‘라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기록이 있어야 한다. 그 기록은 영상도 좋고, 사진도 좋고, 녹음도 좋지만 가장 힘이 센 건 단연 글이다. 과거의 기록속에서 내 경험을 오히려 좋았다고 돌이켜 확언하는 것이다. 그럼 앞으로의 삶에 자신감이 생긴다. 내 경험으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1)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일찍 세상을 배웠다.

2) 택시강도를 당했는데 평생 술안주거리가 생겼다.

3) 코인으로 돈을 크게 잃어봐서 이젠 돈을 잃지 않는다.

4) 소중한 사람을 잃어봐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한다.


하나의 그냥 에피소드나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이때의 감정들을 상세하게 기록하지 않았다면 절대 이런 생각자체가 나올 수 없다.

네이버 N박스를 열어본다. ‘아, 그때는 여기도 갔었지.이때 힘든 시간이었지’. ‘내가 어떻게 이겨냈더라?’

‘이때는 참 기뻤었지’라고 과거를 회상한다. 길 없이 추상적으로 달려온 날을 반추하며 생긴 하나하나 사건의점들은 현재에 선으로 이어졌다. 그 선 끝에 지금의 내가 있다. 각각 의미 없는 하루의 일상, 보통날의 사진으로 여기지만 글을 쓰면 그때 당시 했던 생각들이 모여 구체화되어 현재의 내게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기든 오히려 좋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땐 죽을 것처럼 힘들었는데 지금 보니 어떻게든 잘 헤쳐온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앞으로 발생할 일도 가령 실제로는 A인 줄 알았는데 B라도 괜찮다. 더 새로운 걸 기록하고 만들어갈 수 있으니.

만약 내가 글을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과거에 아무런 기록도 가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매 순간 삶의 변화에 두려워하고, 줏대 없이 흔들렸을 것이다. 글로 단단히 다져온 내가 있기에 지금 ‘오히려 좋아’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이 생각의 근원 자체가사라져 버린다. 만약 쓰지 않으면 내가 B를 맞닥뜨렸을 때,  원래 A를 원했던 사람이었는지 B를 어떻게 생각했던 사람인지 나 스스로도 모른다. ‘오히려 좋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A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 내면과 자아를 그렇게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게 글이다. 결국 내가 과거에 어떤 생각을 해왔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서 아무에게도 침범받지않는 나만의 내면이 나오는 것이다.

글쓰기로 내면이 단단한 사람은 설령 미래의 일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를지라도 긍정적으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A과 B가 결합된 새로운 나만의 스토리 C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너무 기대된다고!


사람은 매일 반복적인 것에 권태로움을 느낀다. 매일 아침 똑같은 업무를 하러 일터에 나가는 데 한 번도 권태를 느끼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리프레쉬를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취준생 때는 꿈과 목표가 있었는데 회사생활하며 그것을 잃어버린 사람도 있고,진취적으로 시작한 무언가에 큰 회의를 느껴 주저하는사람도 있을 거다. 생각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현실. 원래 이렇다. 원래 이래서 인생이 재밌는 거다. 예상대로, 꿈꾸던 대로 다 됐으면 누구나 대통령이 됐을 거고,누구나 억만장자가 됐겠지.

다큐 3일에 똑바른 길이라고 생각하며 달려왔는데 뒤를 돌아보니 굽어져 있었다고, 인생이 기찻길 같다고 말한 이 사람은 현인이다. 분명 무슨 일을 하든 바라는 바를 이뤘을 것이다.

 

근데 이런 삶 속에서 글을 쓰면서 과거를 반추하고, 내 앞에 놓인 길을 바라보면 또 다른 삶이 펼쳐진다는 새로움에 벅찬 감동을 느낀다. 그 어떤 것이든 내 경험이 되고, 자산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좋아’라는 말은 아무나 그냥 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내 안의 무언가를 느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짜 용기 있는 말이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말이다.

어차피 오늘은 우리의 가장 젊은 날이다. 하루하루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결국은 자기 확신과 긍정의 확언이 그나마 이 끔찍한 세상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다. 자기 감각에 대한 믿음, 변화, 유연성에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말. 그 시작점이 ‘오히려 좋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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